아침도 거른 채 혼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면 푸드코트만한 곳이 없다. 합리적인 가격, 다양한 메뉴, 쾌적한 실내 공간, 무난한 맛등...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여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는것이 주된 이유다.
태국 식당의 장점이자 단점은 메뉴가 너무 많다는 것. 면요리, 밥요리, 사이드메뉴 만 살펴보는데 10분 이상 걸릴 정도. 가장 간단한 음료를 예로 들면 물, 탄산수, 콜라, 사이다, 타이티, 주스. 커피, 스무디 등 종류만 수가지로, 세부 품목까지 포함하면 십여 개를 훌쩍 넘는다. 따라서 태국의 식당에 가서 메뉴를 정하기 보다 미리 메인메뉴를 정해놓고 사이드 메뉴만따로 선택해 맛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음식 선택 결정장애가 있는 나에게 푸드코트의 음식은 미리 정해놓더라도 다시 한참을 고민해야한다. 식당이 다닥하게 붙어있어 조류에 따라 떠다니는 플랑크톤처럼 요리의 냄새 따라, 음식 메뉴에 따라, 가격에 따라 이리저리 무지성으로 쓸려 다닌다. 이럴 때 음식을 선택하는 고전적인방법은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메뉴를 따라 고르는 것. 올드하지만 맛집을 선택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식으로 주로 야시장이나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먹을 때 적용한다.
하지만무작정 현지인의 입맛을 따라 고르다 보면 예민한 외국인한테는 미세한 향이라도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구름에 달 가듯 나그네의 마음은 나그네가 가장 잘 아는 법, 푸드코트에서는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선택하는 메뉴가 믿을만하다. 빈자리에 앉아 몇 명을 기다렸을까 마침 운동을 마치고 온 서양남성 한 명이 익숙한 듯 모둠볶음 국수를 주문한다. 요리사와 인사도 나눌 정도니 더욱 신뢰가 간다. 고민할 필요 없이 오늘의 메뉴로 정해 본다.
요리가 되는 동안 음료와 디저트도 구경한다. 태국 음식에는 당과 나트륨이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에 포함된 당류는 어쩔 수 없더라도 후식으로 즐겨 먹는 음료와 디저트를 제한하는 것만으로 과도한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다행히 푸드코트 안에는 음료, 디저트뿐 아니라 과일도 함께 판매한다. 특히 다양한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도시락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과당음료나설탕케이크를 대체할 수 있다. 마침 신선해 보이는 수박(땡모)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65밧(2,500원) 짜리 수박도시락과 89밧(3,500원) 짜리 모둠 볶음국수로 늦은 점심메뉴가 정해졌다. 볶음국수(팟씨유)에는 베이컨과 통새우, 브로콜리 등 채소가 함께 달콤한 간장소스에 잘 볶아져 나온다. 매운 고추가 들어간 피시소스와 고춧가루를 섞어 먹으니 매콤함과 감칠맛이 좋다. 식후 먹는 수박(땡모)의 시원함은 어떤 과일 중에서도 최고이다. 낯선 해외에서 음식을 선택하는 것도 힘들지만 훌륭한 메뉴 선택을 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한국에서는 혼밥이 어색하고 싫었지만 태국에서는 혼밥이 좋아진다. 고귀한 점심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내가 원하는 메뉴와 맛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삼시세끼 중 점심식사만큼은 돈과 시간, 사람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유를 즐길 권리가 있지 않을까. 푸드코트 혼밥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고귀한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