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4~5월은 혹서기로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이다. 하지만 연일 40도를 넘는 날이 이어지고 열은 누적되며 실제 느끼는 체감온도는 50도를 넘어 60도를 넘본다. 오전 6시부터 동이 트고 저녁 7시경 완전히 저무니 대지는 식을 겨를도 없이 다음날까지 열기를 머금는다.
태국은 보통 5월부터 우기가 시작된다고 하지만 올해 따라 유난히 무덥고 비가 늦다. 그래도 5월 중순, 하늘 사이로 드문드문 구름을 볼 수 있다. 때때로 짧은 소나기가 지나가며 이제 본격적인 우기가 올 거라 서막을 알린다.
태국인들의 출근 시간은 빠르다. 조금이라도 열기가 없을 때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오전 6시부터 부지런히 일터로 향한다. 아이들의 등교 시간도 7시 30분~8시 사이라 태국의 아침시간은 항상 분주하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출근과 등교 전쟁이 끝나면 오전 10시. 부지런히 사람들을 일터로 실어 날랐던 오토바이 택시 기사(랍짱)들은 나무에 매달아 놓은 해먹에 누워 선잠을 자거나, 그늘에 앉아 늦은 아침을 먹는다.
바람이 구름을 모은다. 비가 오기 전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온몸은 땀이 비 오듯 하지만 곧 비가 땀을 씻는다. 우두두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에 건조해 말라 붙었던 도로의 까만 매연과 먼지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구슬만 한 빗방울이 본격적으로 땅을 울리며 대지의 열기와 함께 폭풍 속 백파처럼 사방으로 부서진다. 공사장 인부들은 건설 중인 브리지를 지붕 삼아 비를 피해 앉아 자연이 주는 짧은 휴식에 땀을 식힌다.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도 차광을 위해 펼쳐둔 파라솔 밑에서 비를 피한다.
무더운 낮에 내리는 스콜은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태국 서민들에게 짧은 한숨을 선물한다. 비를 뿌리던 먹구름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지의 뜨거웠던 열도 기화되어 사라져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풀냄새가 아로마 향수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오후 4시, 이른 출근길로 퇴근길도 이르다. 랍짱과 툭툭 기사들은 승객들을 위해 시원해진 도로를 달린다. 하루종일 수고했을 사람들에게 저녁반찬거리를 파는 리어카 상인은 점심때 만들어 놓은 따뜻한 음식을 비닐봉지에 담고 샐 틈 없이 야무지게 포장한다. 어머니는 굽은 등으로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한 손 가득 사들고 아침에 나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저녁해는 길어 서쪽 하늘에 멋진 석양이 저문다. 모처럼 내린 비로 공기 중의 수증기가 태양을 빛을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노란 노을이 잘 익은 망고의 속살처럼 주황색으로 물들어 가며 태국 5월의 어느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