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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09. 2023

태국 치앙라이, 팟타이 대신 팟카파오

살림남의 방콕 일기 (#164)


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팟카파오 무쌉. 태국식 돼지불고기로 잘게 다진 돼지고기를 바질, 새눈고추, 피시소스 등으로 볶은 음식이다. 찰기가 없는 고슬고슬한 재스민 라이스 위에  잘 튀겨 구워낸 계란프라이와 함께 먹는 덮밥이 일반적이다.


바질은 깻잎과 비슷해 향긋한 향으로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하며 말린 새눈고추를 듬성하게 뜯어 넣어 텁텁한 맛보다 매운맛만 뜨겁게 올라왔다 가라앉는다. 맑은 피시소스는 진하지 않은 짭조름한 바다향으로 감칠맛을 더하니 팟카파오 메뉴하나에도 태국스러운 맛이 잘 살아난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도 먹는 방법이 약간 다를 뿐 맛과 조리방법은 비슷해 현지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요리이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은 40~50밧(2,000원)으로 합리적이며 간단한 레시피로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에 태국인들의 국민덮밥이라 할 만하다.


태국 직장인을 위한 아침 도시락으로 팟카파오는 단골메뉴이다. 아침시장에는 한솥 볶은 팟카파오를 식힌 후 작은 비닐에 소분하여 포장해 놓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침을 먹지 못한 직장인들과 배달로 정신없는 랍짱들은 한 봉지씩 사서 일하기 전 미리 준비해 온 밥 위에 뿌려 먹는다.


치앙라이  대표적인 소수민족 중 하나인 아카족들은 팟카파오에 다양한 쌈채소와 함께 먹는다. 얼핏 보면 한국식 불고기 쌈과 비슷하지만 맛과 식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쌈에는 채소잎처럼 부드러운 것뿐 아니라 나뭇잎처럼 거친 것도 있어 한입용 상추쌈과 달리 태국식 호박잎, 케일, 허브잎 등을 조금씩 뜯은 후 밥대신 잘 볶인 팟카파오를 올려 먹는다. 그래서 맛보다 향, 크기보다 식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쌈과 함 먹는 팟카파오는 한 끼의 식사이기보다 사이드 메뉴로 여러 명이 함께 먹기 적당하다. 치앙라이 쌀로 지은 따뜻한 밥과 계란 오믈렛, 수프대용으로 카오소이만 추가한다면 여러 명이 함께 먹어도 부족함이 없는 치앙라이식 시골 밥상이 차려진다. 

 

본능적으로 넓은 잎을 접시에 놓고 쌀밥과 계란 오믈렛잘 포개고, 카오소이와 함께 나온 머스터드 김치 한 조각에 팟카파오 한 스푼을 조심히 떠서  쌈을 만들어 본다. 입안에 가득 찬 한국식 쌈 속에는 태국의 맛이 묘하게 섞여  있만 이질적이지 않다.


팟카파오는 혼밥에도 집밥에도 길거리에서도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태국식 불고기이다. 치앙라이의 아침을 깨우는 직장인들의 든든한 아침으로, 햇살아래 달궈진 뜨거운 오토바이에 앉은 랍짱(오토바이 기사)의 든든한 점심으로 세계적인 커피를 생산하는 아카부족의 소박한 저녁식사로 팟카파오는 태국 서민들을 위한 든든한 한 끼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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