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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13. 2023

태국 방콕, No Bag Yes Back

살림남의 방콕 일기 (#168)


8월의 방콕날씨는 작년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폭우로 길은 물이 빠질 새도 없이 침수되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가물다. 비아니면 무더위로 극단적인 날씨를 보였던 작년과 달리 한낮의 외출이 부담스럽지 않으며 저녁에는 가을 같은 쾌적함으로 열대가 아닌 온대지역에서 살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기후변화 때문일까. 최근 과일 등 농산물뿐 아니라 생활물가도 많이 올라 100밧(4,0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이 마땅치 않다.


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과하다 싶은 것들이 있다. 바로 회용품 사용이다. 대표적인 플라스틱은 문명사회의 발전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지만 소각이나 매립 외 기술적인 사용 후 전략 없이 배출이 많다 보니 환경에 큰 부담이 된 것 사실이. 일회용품 사용을 단순히 국민의식이나 제도적 미흡으로 치부하기보다 지역마다 다른 환경, 문화적 특성으로 바라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일회용품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태국은 무덥고 습한 환경 때문에 음식이 쉽게 변질되고 해충들로 오염될 수 있기에 집에서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생활물가와 인건비로 음식비용이 저렴해 외식문화가 발달하였고 주로 시장이나 마트에서 음식을 사 오거나 식당에 배달시켜 삼시 세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자연히 배출되는 1회 용품들은 많아지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외출 시 하루에 한 번 이상 들리게 되는 카페, 식당, 편의점에서 과도하게 사용되는 1회 용품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ㅇ 카페 : 태국의 카페는 커피뿐만 아니라 과일스무디, 소다, 티 등 다양한 음료와 함께 디저트부터 식사까지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로컬카페는 음료를 카페 안에서 마셔도 종이컵 또는 플라스틱 컵에 제공된다.


ㅇ 식당 : 길거리 식당에서 흔한 꼬치구이는 1개만 사더라도 비닐에 담아주고 들고 다니기 편한 손잡이용 비닐까지 함께 제공되니 꼬치구이 하나에 2종류의 비닐이 배출된다. 로컬식당에서는 물과 얼음 기본 제공되며 물컵을 이용해 마실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컵 옆에 비치된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한다.


ㅇ 편의점 : 편의점에서 커피를 주문 시 종이컵 또는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추가로 1회용 프림, 설탕과 함께 커피용 봉지가 함께 제공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나오는 1회 용품들은 빨대, 플라스틱 컵과 뚜껑, 1회용 프림, 설탕, 비닐백 외 5종류가 발생한다.


물론 여행까지 와서 빨대,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대체할 텀블러까지 준비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커피 주문 시 "No Bag" 한마디로 1개의 비닐백을 줄일 수 있다면 생산과 처리에 필요한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태국에 살아가는 국민들은 약 7천만 명. 반면 태국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한해 약 4천만 명으로 태국 국민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현지주민들은 미래의 기후변화보다 당장의 하루살이에 급급하고 몸에 베인 습관을 하루 만에 바꿀 수는 없을 터, 이미 분리수거와 장바구니가 익숙한 우리가 먼저 미소로 "No Bag"이라 말해보자. 급격한 기후변화로 소중한 일상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요즘,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작은 행동의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No Bag! Yes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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