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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2. 2022

태국 방콕, 글쟁이를 위한 감성 카페

방콕의 먹거리 (#15)


태국 방콕에는 골목골목 작고 예쁜 카페가 많다. 태국 서민 자영업자들은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다. 물론 모든 카페가 맛, 가격, 분위기 모두 만족할 수 없지만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된 카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태국 방콕의 도심지는 여행자 중심의 대형 상업시설이라면 외곽지는 원주민 중심의 로컬 시장 골목이 형성된다. 도심의 화려하고 거대한 상업적인 쇼핑몰보다 현지인들이 생활을 위해 먹고사는 시장 골목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진정한 방콕의 거리이다.


매운 태국 남부 음식을 먹고 나니 속을 달래줄 커피가 급하다. 바로 이웃해 있는 조그만 커피 가게가 눈에 띈다. 갑작스레 비도 오고 원래 계획했던 카페보다 이곳에서 간단히 한잔 맛보기로 한다.



분위기

▶ 좌석

가게 이름 그대로 커피 바이다. 무더위나 소나기를 잠시 피하러 잠시 들리는 그늘집 같다. 10평 내외의 작은 실내로 스탠드 바, 키 높은 의자와 좁은 테이블이 놓여 있어 편히 앉아 글을 쓸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힙한 분위기의 카페로 간단히 커피 한잔하며 1시간 정도 홀로 글쓰기는 불편함이 없다.


▶ 음악

큰 창을 통해 로컬 골목을 관찰하는 멋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단조로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니 따로 준비해온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방콕스러운 풍경과 편안한 음악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이 커피 바의 재미있는 특징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지 않고 수동 압착기로 커피를 추출한다. 힘이 좋아 보이는 30대로 추정되는 남자 바리스타 사장님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을 보는 맛은 덤이다. 기계에서 추출하는 일률적인 맛보다 바리스타의 거친 손맛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얼음만 가득 채워 몇 번 마시면 잔이 비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얼음 양이 적절하다 보니 바로 마셔도 적절한 농도가 유지되고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도 묽어지지 않는다. 미디엄 로스트의 커피로 쓴맛은 덜하고 적당한 산미와 향을 가진 커피. 커피를 즐겨마시지만 맛 평가까지는 무리인 내가 즐기기에도 커피맛은 훌륭하다.



가격

태국의 커피는 같은 아메리카노라 하더라도 ICE냐 HOT이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물론 ICE가 HOT보다 20% 정도 더 비싸다 보면 된다.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동일한 55밧(2,200원). 물론 한국의 저가 아메리카노보다 비쌀 수 있겠지만 커피의 맛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메뉴

▶ 음료

커피 바 기본적으로 간단한 음료만 판매한다. 커피류와 비커피류 심플하다. 하긴 작은 바에서 많은 종류의 음료를 만들 필요가 없다. 커피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가치는 있어 보인다. 에스프레소, 라테, 카푸치노 등 기본 커피류와 에스프레소에 럼 또는 유자를 브랜드 한 스페셜 커피도 눈에 띈다.


▶ 식사

중고생 때 유일한 피난처였던 만화방. 하교 후 친구와 함께 들려 만화를 쌓아놓고 읽으며 냄비라면을 시켜먹으면 그것이 유일한 나의 힐링 루틴이었다. 다행히 한국의 만화방 같은 곳을 태국 골목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태국의 내부 공간이 있는 카페는 대부분 간단한 식사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곳은 식사는  좁은 내부와 주방이 없기에 로 홀 식사 메뉴는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



마무리

오늘은 로컬 맛집 골목을 찾은 운수 좋은 날이다. 비를 피해 뜨거워진 속을 달래기 위해 급하게 들어온 커피 바. 좁은 실내가 아쉽지만 주인의 힙한 감성으로 나름 개성 있게 꾸며 놓았다. 합리적인 가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그 이상의 가치를 하는 커피 맛은 뜨겁게 달궈진 입안을 진정시키기 충분했다.


이런 골목 커피 바는 나 같은 고독한 글쟁이들한테는 훌륭한 피난처가 된다. 나에게 커피의 맛보다는 카페의 분위기가 좋은 글감을 떠올리는데 훌륭한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점포가 작아 바쁜 점심시간만 피한다면 멋진 분위기의 카페가 온전히 나의 작업실이 되기도 한다. 적적히 내리는 가을비를 보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방콕의 골목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여유... 세상 어느 부자도 가져볼 수 없는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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