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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7. 2022

태국, 온라인 쇼핑으로 전기자전거 구입하기

아이와 함께 하는 태국 방콕 생활 (#22)


이제 태국의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져 간다. 그래도 누군가 "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것입니까?" 라 묻는다면 주저 않고 "이동하기가 너무 불편합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아마 태국에 살면서 이동수단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은 채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순응하게 된다.


자동차도 고민해보았지만 막히는 도로 사정과 운전의 난이도를 종합해 보면 그냥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했지만 이용하고 싶을 때 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한국인, 불편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민족 아닌가. 살림남의 중요한 임무인 가족을 위해 안전하고 신속한 픽업을 고민해야만 했다.


몇 주 동안 고민하면서 결국 선택한 전기자전거. 유지관리도 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에서 타고 다니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형 제품이 50% 이상 할인된 가격 7,000밧(28만 원)으로 나와 있기에 바로 주문하였다. 배송날짜 보다 하루 늦게 왔지만 나름 온전하게 제품을 받아 보았다.


사실 자전거가 28만 원이면 싸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품질 또한 기대할 수 없다. 거대한 박스를 뜯어보니 '과연 잘 달릴 수는 있을까?' 란 걱정이 든다. 최소한 바퀴는 다 달려 있을 줄 알았는데 바퀴도 핸들도 페달도 배터리도 대부분의 부품이 분해된 상태. 거대한 박스에 담긴 전기자전거는 반조립 상태로 구매자가 조립을 해야 했다.


어쨌든 반품은 불가하니 어쨌든 조립을 해서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남는 게 시간인 살림남에게 조립 비용 단돈 1밧이라도 아껴서 살림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하나 둘 박스를 뜯어 반품도 어려워 의미없는 제품 검수를 시작했다.


납축전지인 배터리도 전선도 박스채 떨어진 상태, 게다가 용액도 흘러나와있다. 심지어 앞바퀴와 핸들 축이 분리되어 설명서도 없이 조립을 해야 하는데 자전거 조립은 생전 처음인 내가 과연 올바로 조립해서 잘 굴러가게 할 수 있을까. 달리다가 앞바퀴가 빠져 버리는 건 아닐까.


흩어진 정신을 부여잡고 핸들부터, 바퀴 조립, 브레이크 조립, 시트 조립 등 분해, 재조립하기를 거듭하니 사진과 비슷한 자전거의 형상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배터리 결선 작업만 남았다. 설명서대로 배터리의 위치를 잡고 설치를 하려는데 모터에서 오는 선이 짧다. '품질'이란 개념이 이 자전거에는 설계에 반영되어있을까 의문스럽다. 배터리의 위치를 바꾸어 선의 위치를 다시 잡고 결선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키를 돌려 시동을 걸어보아도 계기판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배터리 연결이 잘못되었나 싶어 다시 봐도 이상이 없고 배터리가 불량인가 싶어 코드에 연결해보니 충전은 잘 된다. 제일 중요한 모터가 불량이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터의 선을 살펴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퓨즈가 빠져 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눈앞에서 7,000밧(25만 원)의 거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다.

 

오후 3시에 물건을 받아 저녁 9시가 훌쩍 넘었다. 늦은 저녁이지만 당장 내일 아침부터 통근과 통학에 바쁜 가족들을 위해 시운전까지 마쳐야 한다. 온 가족이 50kg의 무게의 자전거를 밖으로 꺼내어 첫 시동을 걸어본다. 조립할 때부터 옆에서 구경하던 작은아이가 꼭 한번 타고 싶다고 졸라댄다. 아이를 태우고 선선한 밤바람을 가르며 전기자전거는 시원하게 달려간다. 태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첫 제품이 우여곡절 끝에 잘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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