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귀를 타고 지나가고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타고 새겨진다.
그래서
지나가 버릴까봐, 새겨질까봐
그토록 묶어두었던 말.
끝까지 꿀꺽 삼켰던 말.
이젠 그 말이
내 가슴에 뿌리를 내려
내뱉어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아니.
입 밖에 나와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인가 보다.
그냥 꺼내볼걸.
그랬다면 아팠겠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뿌리를 내려
어쩌면 다른 열매를 맺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누군가가 흘려듣든, 새기든,
내가 뿌린 씨앗이 되었을 텐데.
그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