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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작가 Feb 14. 2020

당신의 말이 비수가 되어#3

비가 내립니다.

감기가 심해져 밤새 끙끙 앓다가 그래도 취직은 해야겠고,

그러려면 면접은 봐야겠기에 어쩔 수 없이 아픈 몸인데도 얼굴엔 분칠을 하고 정장을 걸쳐 입고 또각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찬 바람에 발목이 시리고 기침이 납니다.

불안한 마음을 덮으려 책으로 얼굴을 가립니다.

어디쯤 왔나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창 밖은 어두운 회색빛 가득입니다.

봄이 오는 소식을 담은 비일 텐데 몸과 마음이 시린 저에게는 그저 차갑고 어두운 풍경입니다.

잠시 멍해져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지난날, 면접을 보고 나서 나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어 돌아오는 길 내내 눈물을 찍어낼 때

그래도 잘했다, 잘했다 해주던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내게 위로가 되어주던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당신 없이 나 혼자 버텨내야 하는 날입니다.

늘 당신이 보고 싶은 저이지만 이런 날은 더더욱 당신이 그립습니다.

따듯한 당신 품에 파고들어

오늘 하루 동안 얼마나 아프고 외롭고 추웠는지 투덜거리며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당신이 지금 나의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미안해할지 알기에

이 편지를 전해도 될까 잠시 고민이 했습니다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편지가 아니라면 전화로라도

언젠가는 당신이 없는 오늘이 나에게 얼마나 힘겨웠는지 투정 부리게 될 것이라는 걸요.

그렇게라도 나에겐 당신이 필요하다는 걸 말하게 되겠지요.

그것이 내 서툰 사랑의 표현이라서 늘 미안합니다.


당신, 잘 계신가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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