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당신도 혹시 혼자를 꿈꾸나요?
"덩민작가야, 혼자 사니까 어때?"
나는 여태까지 혼자 살아본적이 없었다.
혼자만의 삶은 내게 너무나 부러웠다.
(누군가는 쓸쓸해할 그런 일들을 부러워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혼자 불꺼진 집에 들어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캔꺼내어 벌컥 벌컥 마셔버리고,
발라당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내가 먹고싶을때 먹고,
내가 치우고 싶을때 치울수있는 그런 삶.
조용하게 아무말도 안하고 싶은 그런날.
그날의 날씨에 걸맞는 그런 음악들을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온 집안에 좋아하는 음악으로 꽉꽉채우고, 맘껏 들을수있는 그런공간.
나의 성향이 소리에 예민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피곤할때나 예민할때는 아무 소음도 없이
멍.. 하게 있으면 조금 충전이 된다.
그냥 이런저런 아무 핑계없이 혼자 있고 싶다.
엊그제 친한언니가 내게 물었다.
"덩민작가야, 혼자 살아보니까 어때?"
언니는 내게 물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언니,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거 같아요. 남편이 오는날만 내집에 나와서 자고,
아침에는 일찍 가서 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작은아이 학교까지 태워다 줘야되고,
여간 번거로운게 아녜요. 게다가 두집살림이 너무 고되대요."
언니가 내걱정에 눈시울을 붉히는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내가 내심 부러웠던 거였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느끼는 힘든점은 거의 비슷하구나'
우리 아빠 세대에는
집안의 가장인 아빠들이 외벌이를 주로하고, 엄마들은 집안살림이며 육아를 도맡아서 해왔었지만,
요즘우리 세대에는 맞벌이 가정이 많기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맞벌이를 하고있으나,(경제 활동은 함께 하고 있으나)
육아며 살림마저 엄마(아내)들이 주로 도맡아서 하고 있기때문에 요즘 여자들이 힘들게 느끼는거 아닐까.
(너무 여자편을 들으려는건 아닌데, 이렇게 쓰면서도 아닌분들도 계실거 같아서 송구하네요)
사실 이런일들도 아이가 어렸을때는 말도 못할정도로 힘들고 바빴다.
혼자서 육아며, 살림이며, 내 출근까지
정말 바쁘게 살아왔던거 같다.
그래 스스로라도 인정해 주자.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헬스장에서 10키로 혹은 1시간 정도 달리기 하는걸 좋아하고, 마라톤도 좋아한다.
그런데 마치 현재의 나는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한것 같은 실패감과 좌절감이 불쑥불쑥 들때가 있다.
끝내 해내지 못한 미술작품과도 같다.
그런생각이 들때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아프다.
이것은 정말 누굴위한 결정인가...
한번도 후회같은거 하지 않으며 살았는데,
요즘은 가끔 후회가 든다.
답안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훔쳐서라도 보고싶은 심정이다.
인생에서 정말 답이 있을까.
잡생각이 많은걸 보니,
내가 요즘 무척이나 한가한가 보다.
에필로그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에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잠에서 깼다.
평소같았으면 해가 떴을 시간인데, 아직도 어두컴컴했다.
추운 겨울이 오면 걱정이다.
이번에 추운 겨울이 오면,
못견디게 추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