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2023년 8월의 어느날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혼자 살아보기로 했다.
그것은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아이들도, 아이들 아빠도 실행력 제로에, 겁쟁이 쫄보인 엄마는 그렇게 하지 못할꺼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나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을 먹은날 바로 부동산엘 찾아갔고,
방을 보자마자 바로 계약했다.
계약서를 쓰는 내손이 긴장을 했다.
이런걸 40평생 스스로 해본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혼인신고서 조차도 써본적이 없었다_)
나는 어쩌면 온실속에 화초처럼 살아온게 아닌가 생각했다.
더 나이먹기 전에 무언가에 도전해보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고,
그냥 나는 이렇게 작고 비루해질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며칠전이었다.
그날은 혼자 내 숙소에서 자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슬픈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싶은걸 하며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나혼자 이 집에 덩그러니 나와있는데)
왜 그에대한 피해를 사랑하는 우리아이들이 봐야하는가.'
생각이 드니 가슴이 콱막히면서 눈물이 펑펑 나왔다.
진정을 하려해도 진정이 되지않을만큼 그렇게 3시간을 내리 울었다.
눈물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결혼생활 22년 사이에 눈물이 다 바닥난줄알았는데,
아직도 나올 눈물이 있다니..
세월은 막지못해 어차피 흐르고,
기억들은 지워질 것들은 지워지고,
남겨질 것들은 남겨지고,
아팠던 상처들도 흔적을 남기긴 하지만 언젠가는 아물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던 그런저런 일들도
매일매일 떠오르는 태양때문에 어쩔수없이 살아왔던 하루하루도.
살아졌기때문에 살아왔는데,
.....내가 죄인이 된거 같았다...
긴 시간을 함께 살면서 힘들때도 있었고, 물론 행복하고 기쁠때도 많았고, 슬플때도 있었지만,
싹둑,
가위질하듯 단번에 관계를 잘라내는건 너무 힘든일이라는걸 새삼 느꼈다.
나를 힘들게 했던거, 아프게 했던거.. 모조리 기억들을 꺼내서 미워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아이들을 힘들게 할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모두 아프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다.
내가 아이들의 몫까지 더 아파주고 싶었다...
한참을 울고 잠든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나
퉁퉁부어 버린눈으로,
동네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집에 갔다.
작은아이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챙겨주고,
학교에 태워다주고 돌아와 청소기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게 또 하루를 시작했다.
두집살림이 어지간히 힘들다.
남편은 잠만 자고 나가기때문에 집안일은 오롯이 내몫이고,
(어차피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밥은 밥통이 한다지만..)
그래도 내손이 가는곳이 더 많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해야할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오늘도 청소를 열심히 해본다.
에필로그
샌드위치를 사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엄마 눈 왜그래?" 라며 물었다.
창피했지만,
아이들을 보며 실없이 크게 웃어보였다.
나도 사실 아이들이 이렇게 크고나니,
아이들한테 창피할때가 많다.
내가 울보인거 뻔히 아는데
울었다는걸 들킬까봐,
PS
어쩌면 궁금하실지 몰라요.
저사람은 왜 이렇게 살지?
그냥 이혼을 하지?
애들은 무슨죄야?
요즘 저도 합니다, 했어요. 저런생각.
이럴꺼면 그냥 이혼하고, 살까?
했지만 단번에 그것도 어렵더라구요.
쉽다고들 하는데, 저는 어렵네요.
당분간은 자연스럽게 두집살림을 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홀로 일어서는 방법을 공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남편에게도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