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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민작가 Aug 24. 2023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⑦ 우울증이 무슨 병이야? 핑계지.

작은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손님이 찾아왔다.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

우울증_


그당시의 나는 20대 초반의 나이였고,

산후 우울증이라는 병명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과는 거리가 멀 거라고 생각했었다)


작은 아이가 7개월때쯤 일은 심각해져 갔다.

5층 창문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창문을 열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창밖나무를 구경했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여기서 바닥으로 떨어지면 죽을수 있을까?'

고개를 돌려 뒤에서 자고 있는 우리 아가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예쁜아가를 두고 죽으려고 했다니,

잠든 아가를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거울속의 나는

못생겼고, 뚱뚱하고, 머릿결도 푸석푸석하고, 엉클어져 있고,

다 늘어나버린 티셔츠를 입고, 츄리닝 반바지차림에

영락없는 무슨꼴이었다.(내꼴을 어디에도 비교하지 못하겠다)

임신당시 매일매일 1~2키로씩 쪘을만큼 불어버린 몸무게.

그덕분에 여기저기 쭈글쭈글 살이 터진 흔적.

'내가 왜이렇게 변해버렸지?'

무엇보다 매달 말이면 작은 액수여도 항상 들어왔던 월급이라는 녀석이 

들어오지 않아서 자존심도 상하고, 기가 죽어있었던것도 여러몫을 차지했다.



우울증?

그거 너무 챙피한거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걸 나자신 조차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남들이 알아채기 전에 

나는 어서 도피처를 알아보아야 했고,

그것은 바로 취직이었다.

모유를 먹이고 있던 둘째에게 

모질게 굴어 이틀을 굶긴후에야 단유를 성공했고..

나는 둘째 아이 9개월에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한후

나의 상태는 말도 안되게 좋아졌다.

우울한 생각이 들지도 않을만큼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것은 바쁘고 힘들었고, 

매일매일이 익사이팅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매일 아침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내가 매일 출근할곳이 있고, 내가 필요한곳이 있다니.

그거야 말로 나에게 큰 성취감이었고, 그 성취감이 나에게 처방전이었다는걸.






산후 우울증은,

만나고 싶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피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한번은 마주하게 되는 녀석인거 같다.

왜냐면

'나'의 인생을 모조리, 사그리 희생하여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

아이를 잉태하고, 낳아서 육아를 한다는건,

정말 모성애가 아니면 할수없는 일 인거 같다.

나만 손해보는거 같고,

나만 힘든거 같고, 

그런 생각들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차버릴때가 있는데,

그럴때의 특효약은

"아기"이다.

좀 어이가 없는 말일지 모르지만,

아기의 얼굴을 보면 모든 힘듦이 씻은듯이 말끔해 진다.

"아기"가 나를 힘들게 한게 아니라는걸 ..또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내게 놓인 상황이 힘든거지, 

이 예쁜 아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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