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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민작가 Aug 22. 2023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⑥마음을 준다는건_


둘째를 임신했을 때였다.

나는 임신 8개월쯔음 배불뚝이었고,

남편은 회사근무에, 동료들과 친목다짐으로 한참 바쁘게 살아가던 어느때였다.

남편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말그대로 이.팔.청.춘 이었고,

팔팔 그자체였다.

회사일도 힘들었을텐데,

주말이면 항상 축구모임을 나갔고,

하루가 멀다하고 술이 함께하는 회식이 잦았다.

 


어느날 회식을 하고, 

그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며 

늦은 새벽에 눈을 비비며 퇴근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나 아닌 다른 여자의 향을 맡고야 말았다.







-오늘 챙겨줘서 고마워요 즐거웠어요-

그의 핸드폰에서 회사 동료로 보이는 여자의 문자를 보았다.

내가 아는 그녀는_

미혼에,

남자친구도 없었고,

신랑보다 두어살 어리고,

여리여리한 스타일에

여성스러운 얼굴을 가진_ 

 


낯선 여자의 향수를 맡고나서부터

나는 여러번의 상상을 했었다.

여러밤을 상상했고,

여러날을 그려보았었다.

그날 부터 나는 피가 거꾸로 솟았고,

손이 부들부들떨렸다.

그가 자고 있을테면(눈을 감고있노라치면)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그를 찌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을,

컴퓨터와 그의 휴대폰을 연동해서

문자를 해킹했다(사실 해킹은 아니고, 그당시 네이트* 에서 문자 연동이 가능했다. 휴대폰이 없이도 문자를 확인할수있었다. 물론 본인 인증후에 가능.)

그리고 그녀와 그의 오가는 문자들을 낱낱이 확인했다.


하루종일을..

내가 놓치는 문자가 있을까봐,

아이를 보면서도 컴퓨터 의자에 앉아

그런짓을 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나에게는 그밖에 없었다.

그는 내게 세상이었고, 나는 그없이 할줄아는게 없었다.

그의 말한마디가 나의 온 마음을 좌지우지 했고,

그는 나밖에 모르는 남자일꺼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었으니까.


"널 영원히 뚝배기처럼 식지않게 사랑할꺼야"





- 저희 남편에게 자꾸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그녀에게 정중히 문자를 보냈다.

통화할 자신이 없었다.

두려웠다.

그녀가 뭐라고 할지.

그녀에게 그다음에 뭐라고 해야할지...

그녀는 내게 한마디 답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도 나를 비웃는듯,

남편과의 연락을 이어갔다.





"오빠"

"응?"

"그여자 좋아해?"

"무슨말이야?"

"그여자랑 잤어?"

"아니야 그런사이"

"문자 오고 간거 다 봤어. 여기"

"문자만 그렇게 보낸거야. 우린 잠자리는 하지않았어"


"오빠는 잠을 자야 바람핀거라고 생각해? 

나도 그런줄 알았는데,

마음을 줬다는게 내입장에서는 심장이 찢어질듯 아프네."


".........."






며칠전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봤던 프로그램에서

이내용을 다루는걸 봤다.

 잠을 자야 바람이다?  vs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는게 바람이다?

나도 겪어보지 않았으면 잠을 자야지만 바람이라고 생각했을것 같다.

그런데 그의 그녀에 대한 마음이 들켰을때,

그의 표정에서 느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은,

나를 등지고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같은거라고.


그의 두눈은 나를 보고있지만,

그 모습은 사실 그의 뒷모습이라고..





에필로그


나는 그녀에게 이성을 잃고 또 문자를 보냈다.

(나는 겁쟁이다.)

-다시한번 내 남편한테 연락하면 회사를 쫓아가겠어요-

그 이후 그녀는 내 남편에게 더이상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사실 모른다.


신뢰는 한번 깨어져 버리면

가루처럼 부서져 흩날려 버리기때문에 다시 신뢰를 조각하기는 오랜시간이 걸리고 만다.


신뢰는, 

만들기는 어렵지만

부숴져 날아가 버리는건 한순간 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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