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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민작가 Aug 21. 2023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⑤사랑은 영원할까...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데,

"사랑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까"라는 물음에 

사람들은 각기 다른 대답들이 오갔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은 두 손 꼭 잡은 채 "사랑은 영원할 거예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고, (서로를 보는 눈빛에서 조차도 사랑이 흘러 넘치는 게 보인다)

결혼한지 3년정도 된 신혼부부는 아이 유모차를 잡은채 " 사랑이요? 이제 의리가 된거 같아요"

라며 웃어 넘겼다.

결혼한지 30년정도 된 중년부부는 "사랑을 했던 기억도 나지않네요"라고 대답하며

헛헛한 웃음을 보였다.


왜 사랑은 변하는 걸까.






아기를 임신하면서 부터 일기를 썼었다.

그날의 기분, 그날에 있었던일, 그날의 아기의 상태를 상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일기장을 펼쳤다. 판도라의 상자를 20년만에 열어보는 격이다.


열여덟의 어린 아내는

항상 남편을 기다렸고,

남편은 항상 부재중이었다.

약속은 어기기 일쑤였고,

핑계는 항상 난무 했다.

(*전지적이지않은 일방적 아내 시점*)

첫 아기를 낳기 4일전의 일기에는 이런내용이 써있었다.


-저녁 8시에 퇴근하는 오빠를 위해 6시부터 요리를 시작했다.(나이가 어려서 서툴렀기 때문에 요리 시간이 길었었나 보다.) 그런데 오빠가 8시에 전화와서는 회식이 잡혔다고 했다.

9시까지는 들어온다고 했는데 지금 새벽 1시5분이다.

기다리다가 밥상은 11시에 치웠다.

너무 서운하고 속상하다.-


만삭인 아내를 두고 새벽 1시까지 회식을 가다니,

지금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는데,

이 어린아내는 일기의 끝에 항상 오빠를 이해한다, 다음에는 안그러겠지, 그리곤 오빠에대한 애정이 듬뿍담긴

문구를 남긴다. "오빠 love-"  포에버


일기장속의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 영원한 건 절대 없어." (feat.지드레곤_  삐딱하게)







연구결과에 의하면,

남녀간의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은 900일 이라고 한다.

이것은 평균치이겠지.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는 뚝배기같은 사랑을 하자고 약속 해놓고는

양은냄비같이 끓어 넘쳤다.(아마 그때 사랑이 다 넘쳐버렸는지 모른다.)

만난지 3개월만에 아이가 생겼고, 

그 이후로 계속 쭈욱 함께 지내오며

만남과 함께 굳이 따져보자면

내가 사랑이 변했다고 느낀건 임신 막달 쯔음 이었으니,

약 1년 1개월정도 사랑의 유효기간이었던거 같다.


그는 변했고,

그가 변하면서 나도 변했다.

간혹 그는 내게 이렇게 묻곤했다.

"너 왜이렇게 변했니?"

라고 물으면 나는,

"누가 이렇게 변하게 했는데?"

라며 되묻곤 했다.


서로가 변해가는걸 서로의 탓으로 미루게 되고,

책임을 전가하고, 서로를 사랑이 아닌 원망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는날들이 오고야 말았다.





나는 여전히 남편의 사랑이 고팠다.

매일매일 따끈하게 갓 구워진 사랑이 먹고 싶었다.

사랑이 받고 싶었다.

나는 매일 사랑에 목말라했고,

굶주렸다.






나의 20대의 기억은 정말 악랄했다.

사람들은 20대가 가장 꽃다운 나이라고 하던데,

나의 20대의 기억은 너무 아파서 모조리 꽁꽁싸매서 강물에 던져 버리듯 기억을 버렸다.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기억을 안하려고 노력했기때문에 거즘 다 지워졌다. 그때의 흉터들은.

아련히 기억나는건 아프고, 힘들었다는 정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는,

이내 시들어 말라 버리고 만다.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산다...






에필로그


흔히들 "아홉수"라고 하는 그런 거.

내게도 왔었다.

열아홉때는 힘들었지만 아홉수라는 단어를 몰라서 붙이지 못했고,

스물 아홉때는 

목숨을 걸고 하루하루를 버텼냈다.

매일매일이 외줄타기 묘기를 하듯 아슬아슬했다.

입은 분명 웃고 있으면서 

눈에는 눈물이 주루룩 흘렀었다.

너무 챙피해서 가면을 쓰고 다녔다.

남들앞에서는 전혀 괜찮은 척_


누군가 일으켜주려고 노력해도 쓸모없었다.

오롯이 내가 내 스스로를 일으켜야만 했다.

20대의 클라이막스를 치뤘던 스물아홉.

나는 일년 내내 일어나려고 부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채로 결국 일어났다.

일어나고 보니까

거긴 늪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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