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콘텐츠는 유통기한도, 과식도 상관없죠
1. 오늘의 와인: <프렌즈>
줄거리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사는 2-30대의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의 생활을 그린 시트콤이다. 90년대 뉴욕의 청춘,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깨알 웃음과 찡한 감동이 함께하는 여섯 친구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맨해튼 한복판에서 지금 펼쳐진다.
모두 한번쯤 들어봤을, 한번쯤 찾아봤을 시트콤 <프렌즈>! 전설적인 인기와 사랑을 받으며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총 10개의 시즌이 방영된 미국 드라마입니다. 줄거리대로 프렌즈는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6명의 친구들의 일상과 우정을 담은 드라마인데요, 프렌즈의 마지막 시즌 마지막 회 시청률은 21세기 미국 TV쇼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만큼 대중들의 많은 사랑과 더불어 비평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죠.
2018년, 넷플릭스는 프렌즈와의 1년 계약을 위해 약 1억달러 (한화로 약 1,160억)을 투자하였고 그 결과 2018년 넷플릭스에서 <프렌즈>는 <오피스>에 이은 두번째로 많이 시청된 작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OTT 플랫폼으로 인해 TV 쇼 방영 당시, 그리고 그 이후 태어난 세대에서도 <프렌즈> 열풍은 재반복되고 있죠.
이렇게 대형 콘텐츠는 OTT서비스 시장의 핵심 키가 되기도 합니다. 위너미디어는 넷플릭스와의 <프렌즈> 계약이 끝난 후, HBO 맥스의 독점 콘텐츠로서 <프렌즈>를 가져옵니다. HBO 맥스가 출범 이후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이 바로 <프렌즈>라는 점은 위너미디어의 콘텐츠 독점의 이유를 뒷받침해주죠.
잠깐!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프렌즈'가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HBO는 올해 중 ‘HBO맥스’의 한국 론칭을 타진하면서 기존 자사 콘텐츠의 타 플랫폼 공급을 막았지만, HBO는 한국 진출 시기를 2024년 이후로 변경하면서 '프렌즈'를 비롯해 '리버데일', '인터스텔라' 등의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프렌즈>라는 콘텐츠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요? 또 1994년 방영된 시트콤이 2020년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 플랫폼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몰아보기(Binge Watching)'입니다. ‘몰아보기’는 1990년대 중후반 VOD 시청의 확대로 새롭게 등장한 개념입니다. 2010년대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몰아보기의 시청 유형이 더 개인화, 맞춤화 되었고 ‘몰아보기’가 콘텐츠/텍스트 수용 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금, 이에 관한 연구와 분석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트콤’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중요해보입니다. 시트콤 장르의 경우, 에피소드별 시청 시간 사이의 간격이 짧아지면서 인물의 대사, 미묘한 표정에 대한 기억 보존의 강도가 높아지고, 이별이나 상실과 같은 드라마적 갈등에 투영하는 감정적 에너지가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며 보다 빠르게 상쇄 혹은 승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렌즈>에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 ‘핵 사건’과 그 주변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가령 프렌즈 시즌 6에서 챈들러와 모니카의 사랑이 주요 핵 사건이라면, 둘의 동거로 인해 레이첼과 조이가 다른 룸메이트를 구하게 되는 과정이 그 주변사건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속성들이 바로 ‘몰아보기’ 시청 환경에 부각됩니다. 에피소드별 수용 간격이 짧아지고, 드라마 내 갈등에 투영하는 감정적 에너지가 보다 더 빠른 시간 내 상쇄 혹은 변주되는 ‘몰아보기’ 시청 환경이 <프렌즈>와 같은 시트콤 내러티브에 딱 어울리는 것이죠.
때문에 ‘몰아보기’에 유용한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MZ세대에게도 <프렌즈>는 좋은 콘텐츠가 됩니다.
재밌는 콘텐츠는 유통기한도, 과식도 상관없죠
90년대 미국의 이야기라고 해도 우정과 사랑은 전국만통, 시대불문의 이야기이죠. '프렌즈'는 그 이야기의 힘으로, 유통기한이 없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가볍게 볼 수 있으며 사이사이 달달함도 빼놓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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