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제

Episode 1

by 차섭

책머리에......


2016년 11월, 햇살이 유난히 부셔 보이던 어느 날, 커다란 까만 눈과 코를 가진 두 아이를 만났습니다.
두 아이와의 6년이라는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흐르고,


신-나게 풀밭을 뛰어다니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목욕하던 중, 남자아이 목에서 작은 멍울이 만져- 졌습니다.


밤새 인터넷을 뒤져보고, 암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설치고 찾아간 병원에서 림-프 암 확진 판정과 길어야 3개월이라는 시한부 통보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아이를 살려보려고 좋다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기도 하고 원장님이 권해주신 항암 보조제와 증상에 따라 처방받은 약을 먹이고 기도하면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잘 견디는 듯 보였지만 혹이 더 자라며 점점 호흡하기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생일날 아침, 마지막 산책을 제게 선물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떠났습니다.

마치 죽음을 그날까지 견디고 미룬 것처럼 말이지요.


저는 부족한 크리스천입니다만 그래도 천국은 확신하며 살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어떤 이들은 강아지는 죽어서 천국에 못 간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일 천국이 오직 인간들만 모여 사는 곳이라면, 그곳은 더 이상 천국이 아니라 지옥일-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나의 아이들과 그곳에서 새롭게 펼쳐질 삶에 대한 소망을 부족하지만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책 속에 사람들 이야기는 천국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것일 뿐, 천국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점, 미리 말씀드리며 만일 저와 같은 일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비록 미천한 글이지만 읽고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차 섭 올림.





나는 지금 카이로스와 크로노스가 만나는 그 중간-지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그곳을 미-드라고 불렀다.

내 이름은 오스-문도, 나는 인턴 사제다.


나의 임무는 루시퍼와 가룟 유다를 추종하는 이스카리투스(Iscaritus : 유다에게 영혼을 판- 자)들을 두 번째 하늘에서 찾아내 그 영혼을 회수하는 거다.


미-드에 오기 얼마 전까지 나는 천국에서 제빵사 일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밀가루를 가지러 제분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정문에 붙은 벽보를 보고 사-제에 지원하게 됐다. 그리고 현재 인턴 사제로 정식 사제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이다.

우리 사제들은 천국에서 지내며 미-드에서 근무했다.


내 사수는 요나, 그는 대머리다.
천국에서 대머리는 더 이상 병이 아니다. 일종의 패션이고 스타일이었다. 최근 천국에서는 복고풍으로 동료 사제들 사이에서 대-유행이었다. 더러는 일부러 대머리가 되려고 제모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개-다혈질이었다.

장로님이 주관하는 대예배에 참석하는 날이면 항상 성찬 식에 사용할 포도주를 조별로 타- 오는데, 그때마다 그는 와-인 배급을 담당하는 장로님과 포도주-양이 적다며 언 성을 높이-곤 했었다.

사제들에게 배급되는 포도주의 양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람마다 많고 적음의 기준이 달라 적다고 불평하는 사제들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어느-누 구도 요나 사제처럼 장로님 면-전에 대-놓고 불평하는 사 람은 없었다.

사수는 와-인을 너무 좋아해서 식사-때만 되면 항상 내 옆에 앉아 자기 것을 다 먹기도 전에 내 포도주에 눈독 들이고 내 잔에 남은 포도주의 양을 수시로 확인하곤 했었다.

특히 메추라기-맛이 나는 열매로 만든 스테이크와 버섯의 일종인 만나가 나오는 날이면 내 포도주 절반을 미리 빼앗아-가곤 했었다.


이곳에 오기-전 즐겨 먹던 모든 종류의 고기와 생선을 이곳에서는 나무에서 자라는 물고기보다 더 물고기 같은 열매와 고기보다 더 고기 같고 맛있는 과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천국에서는 인간이 단지 먹기 위해 동물이 피 흘리는 일 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동물도 생존을 위해 친구를 해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천국에서는 더 이상 피 흘림이 없었다.



Episode 1.


눈을 떠보니 아직 새벽이다. 해뜨기 전이라 녹색 오로 라가 하늘에 가득하다.

지금 나는 미-드의 외벽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조깅하고 있다.

다른 사제들도 이 이른 시간 부지런히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조깅을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샤워하고 사제복으로 환복하고 사무처로 출근 보고를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단정한 수담-차림에 자상한 도마 장로님이 미소로 맞아 주신다.


- 좋은 아침!
- 네! 장로님, 좋은 아침입니다.

- 사수는 이미 다녀-갔네.

마리아 수녀님, 문도-군에게도 자료 주세-요.
문도-군, 오늘도 자네 사수가 흥분하거나 오버-하지

않도록 옆에서 잘 지켜보게-
그리고 이미 자네에게 누차 말했네만, 주어진 업무 외에는

절대 인간의 일에 개입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는 점.

꼭 명심하길 바라네-

그럼, 수고하게,

성령님이 자네와 함께-하시길-


도마 장로가 손으로 성호를 그으며 축복한다.


- 아멘! 다녀오겠습니다.


식당 한구석, 요나 사제가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조리대에서 복숭아-쨈을 듬뿍 발라 겉만 살짝 구운 보리빵과 견과류와 콩을 같이 갈아 만든 두유 그리고 아라비카 원두커피를 들고 요나 사제가 있는 식탁으로 걸음을 옮긴다.


- 좋은 아침입니다.

- What “s up? 브-로!

자-, 여기 앉지, 자료는 받았는가?

- 예,

- 오늘은 조금 일찍 출발하자고-.
식사하고 나서, 내 방 가서 간단하게 미팅하고 바로

출발하지.
그곳 날씨가 춥다고 하니, 겉옷도 잘 챙기게.

- 예, 알겠습니다.

-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바통도 꼭 챙기게.

요즘 들어 이상한 인간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군.


식사를 마치고 요나 사제 방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 임무와 관련해 잠시 미팅하고 나머지 준비를 위해서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우선 크로노스 스퀴즈를 팔목에 찼다. 그리고 파송 지역의 날씨와 기온에 맞는 적당한 사제복과 외투를 선택해서 갈아입었다. 사제와 나는 수담이 아닌 간편복 차림으로 그곳에서 돌아다녔다.

우리는 두 번째 하늘에서도 천국에서와 같이 사제 신분 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두나무로 만든 바통을 챙겨 안 주머니에 잘 간직했다.


크로노스 스퀴즈는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를 언제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개인용 휴대 장비다. 시계처럼 팔목에 찰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동 수단이자,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조정하는 장치다.

우리는 이것으로 미-드에서 두 번째 하늘을 오고-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임무를 수행할 때도 간혹 사용했다.


바통은 일종의 회초리 같은 것인데, 천 년 된 호두나무로 만들어서 어떠한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사제들이 스스로 방어할 일이 생기거나, 상대를 제압할

때 사용하는 방어용 무기였다.
지휘봉처럼 작아서 우리는 바통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장로님 방에 잠시 들러 영혼을 회 수할 상자를 픽-업하고 근무지로 바로 출발했다.


오늘 회수 대상은 한 사람.


오늘 배정된 트랙에서, 파송되는 지역-코드와 성당 고유 번호를 입력하고 크로노스 스퀴즈를 온-시키고 D-시로 출동했다. 그리고 회수 대상이 시무하는 교회 근처 가장 가까운 성당 소 미사-실로 이동하여 밖으로 걸어 나왔다.


차가운 일요일 아침 교회 앞, 이 추운 날씨를 감당하기 에는 턱 없이 부족한 옷차림의 한 할머니가 누군가를 기 다리며 밖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예배를 보기 위해 서둘러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나와 사제도 각자 가져온 외투를 걸치고 그들 틈에 섞여서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예배-당 뒤편-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졸고 있다.


잠시 후, 화려한 성가대의 찬양이 끝나고 한 사람이 나 와서 대표-기도를 했다. 그리고 연예인처럼 메이크-업한 목사가 단상에 올라 설교하기 시작한다.

목사는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하나님의 집이라고 계속 강조하면서 설교하는 내내 성도들에게 건축-헌금할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 성도 여러분,
하나님이 계시는 집이 부실해서야 되겠어요?
그러니 내일 날이 밝는데로 바로 은행에 가셔서 통장을

개설하세요.
은행 창구에서 건축-헌금 관련해서 대출받으러 왔다고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겁니다.
하나님이 매우 기뻐하시고 여러분 가정과 하는 일에 복이

넘치도록 퍼부어 주실 것입니다.
아멘-? 아-멘?


목사가 아-멘 할 것을 성도들에게 강요한다.


- 아멘-


결국 성도들이 목사의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아-멘- 한다. 그러자 목사가 신이 나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아멘과 할렐루야를 반복하고 단상이 떠나가라 외친다.


- 할렐루야! 아아-멘----


심지어 성도들에게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라며, 작정 헌금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헌금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중에 가족들과 영화관에서 본, 어떤 영화에서 하늘에 계신 그분이 이 교회와 자신에게 직접 하 시는 말씀을 들었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다.


그냥 보고 있기가 너-무 민망하다.


내가 아는 그분은 인간이 만든 영화의 어떤 대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아닌데, 그는 자신이 영화를 보며 감동-받은 대사를 마치 그분이 하시는 말씀 내지 는 기도 응답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얘기와 하나님의 말씀을 구분 못 하 고 자기가 감동-받은 대사를 성경과 마구 섞어 영화에 사실감을 더해 성도들에게 스펙-터클-하게 전하고 있다.

거짓말을 진짜처럼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아-멘! 하는 소리가 터져-나오자, 목사는 더 신이 나서 마구 할렐루야! 를 외쳐댄다.


그가 설교하는 내내 요나-사제는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까지 떨구며 자고 있다.


- 아직 안 끝났어? 별거 없는데, 참-길게도 하네.


밤늦은 시각, 우리는 크로노스 스퀴즈에 보드를 1시간 빠르게 작동시키고 단상에서 할렐루야를 밥 먹듯 외쳐대던 그 목사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보드를 작동시키면 그 이후에는 아무도 우리의 존재를 현실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우리 시간이 현실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는 그와 같은-공간에 머물면서 그의 모든 행동을 지켜볼 수 있지만 그에게 우리는 그 공간에 없는 존재가 된다. 두 개의 시간대가 하나의 공간에 그것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 거실 소파에 앉아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탁자 위에는 각양각색의 통장 수십-개가 가지런히 놓여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D-시에 소재한 대형 교회의 당-회장 겸 담임목사였다.


그는 지금 자기 성도들의 이름으로 개설된 차명 통장에 찍혀있는 금액 하나하나를 계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아직 부채가 남아 있는 기존에 커다란 예배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핑계 저 핑계로 또 다른 새로운 예배당이 그리고 더-큰 기도원이 필요하다고 성도들을 설득해 그들로부터 헌금을 걷어 별도의 차명 계좌로 관리하고 있었다.


- 탁- 탁- 탁.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교회에서 청년부를 맡아 목회하고 있는

큰아들이 들어온다.


- 오, 김 목사 왔어?
많이 늦은 걸 보니 청년부 모임이 있었나 보구나?

- 네-, 청년부 전도사들하고 회식했어요.
아버지는 이 시간에, 늦게까지 뭐- 하고 계세요?

- 일하고 있지-,
조만간 제2 성전도 착공해야 하고 기도원 지을 땅도

매입-해야 하니, 일이 많지-.

- 장로님들이 다 알아서 하시겠죠?

- 무슨 소리-?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누구한테 뭘 맡긴다는 거냐?
어쨌든, 이번 기회에 네 결혼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신혼집도 장만해야 하지 않겠니?

이-게 다-, 너와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하려는 건데-.

그리고 이번 건축이 끝나는 대로 내가 원로-목사로

물러-나고 너를 담임목사로 추대하도록 교회 장로들과는

얘기 다- 끝내놨다.
노회에도 미리 조처해-놔서 이제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논 상태고.

- 노회에서 반대할-까봐 그러시는 거예요?
- 반대는 무슨 똥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랄 상황은 아니지-,

자기들이 먼저 나서서 교회 세습은 다 해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뭘- 어쩌겠니. 하지만 인사가 만사라고 준비는

미리미리 해- 놔야지.
그래야, 성도들-간에 분란도 최소화-하고 만에 하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곤란하니까-,

절차상으로라도 문제없도록 보여야-되지 않겠니?

- 아- 예,

그런데 담임목사 하기에는 제가 너무 젊은 거 아닐까요?

아버지가 몇 년 더 하셔도 저는 상관없는데,

너무 서두시는 것 같아서 좀 부담이 되네요.

- 서둘-긴, 뭘 서둔다고, 그러니?

다른 교회들 하는 거 못 봐서 그런 소리 하는-거야?

그냥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


둘의 대화를 듣고 안방에서 사모가 나오며 대화에 끼어든다.


- 어머니도 아직 안 주무셨어요?

- 어-, 외할머니 하고 한 시간 동안 통화하느라.

그랬지 뭐-니.

노인네가 통- 잠이 없으셔서, 원-,

자기-딸 늙어가는 건 모르고 자기만 늙는 줄 알아요.

아-주, 피곤해-!
여보! 엄마가 자기도 내가 지금 입은 거랑 똑-같은 거로

모피코트 한 벌 사달라고 하시네?
잘난 사위 덕분에 자기도 한번 입어 보자고.

- 내일 당장 사드리면 되지-,
뭐 그런 일로 한 시간이나 통화하고 그러나-.

- 그럼, 교회 카드로 사도 되는 거지요?

- 어 그럼-,

그렇게 하세요. 얼마든지,

이왕 사드리는 거, 이참에 요즘 유행하는 짧은 것도 하나

더 사드리지 뮈.


그는 매주 일요일, 6부 예배를 드리면서 자신이 계획한 건축이 마치 그분 뜻인 것처럼 포장하고 천국의 일인 양 설교해서 성도들에게 작정 헌금을 강요하고 있었다.

예배-당을 성전이라 부르고 말씀을 왜곡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천국을 빌미로 성도들을 협박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분의 권위 위에 자신이 서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그분이 받아야 할 영광을 망설임 없이 가로채고 있었다.

그는 정치인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했다.

그에게는 돈이 더 중요했고 담임목사로서 누리는 권력이 너무 소중했다. 그는 섬기는 일보다 섬김을 받는 것에 더 욱 익숙해져 있었다.

실제로 그는 그분의 존재를, 천국을 믿지 않았다. 거짓으로 믿는 척-해서 모든 사람을 기만했다. 그는 일꾼을 가장한 레-알 삯꾼이었다.


그가 통장 금액을 계수하고 있는 그 시간 그의 촛대에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 가고 있었다.

오늘, 이 밤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밤인 줄도 모르고 이 순간을 뿌듯해하고 자신이 계획한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충만해져 있었다.

참으로 돌이킬 수 있었던 수많은 오늘이 그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욕심이 죄를, 죄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다의 길을 그 스스로 가고 있었다.


12 장로회는 그에게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그릇된 길로 계속 가도록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이른 아침 1부 예배 전부터 한 할머니가 교회로 찾아와 안에서 머물지 않고 밖에 서서 입구를 서성이며 담임 목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어린 손주가 하나 있었다. 갑자기 이틀 전부 터 그 손주가 열이 나고 심하게 아팠다.

의지할 곳-없는 할머니는 예전에 등록했지만, 생계로 인 해 오랜 기간 나오지 못했던 이 교회에 손주를 꼭 살려야겠다는 간절함으로 찾아온-거였다,

교회 초기 안면이 있던 담임 목사를 만나기 위해 바깥 계단 입구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밖에 오랜-시간 머물러 있기에는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웠지만 할머니는 이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고통을 못 느끼 는 사람처럼 표정 없는 얼굴로 꼿꼿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목사가 3부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할머니는 목사에게 뛰어가 두 손을 부여잡고 손주를 살려 달라고 무 작정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목사는 건축위원회 회의가 있어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부목사에게 할머니를 인계하고 비서 목사가 운전하는 고급 전용차를 타고, 교회를 빠져나갔다.


- 할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거 받으시고 어서 가세요!


담임목사에게 할머니를 인계받은 부목사도 할머니 손에 일만 원권 지폐 2장을 쥐여주며 할머니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예배가 끝나 목사를 배웅하기 위해 교회 계단 앞에 나와 줄 서 있던 집사들도, 장로들도, 권사들도 그 할머니를 보고 망설이기만 할 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매년 교회에서 하는 이웃사랑 축제와 같은 이벤트에 잘 길-들여진 그들에게는 진정한 이웃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다.

그저 사랑하는 척하는 데, 매우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이 땅에서 크리스천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연기자들이었다.


그리고 늦은 저녁 할머니는 손주를 자신의 삐쩍-마른 가슴에 부둥켜안고 병원 대기실에서 울다가 곧 죽을 사람처 럼 너무 기가 막혀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 하지만 입은 더 이상 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벌리고 질끈 감은 두 눈에서는 자조 섞인 눈물만 계속 흘러나오는 그런 통곡을 가슴이 터져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작은 빛줄기 하나가 긴-꼬리를 끌고 까만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그렇게 별이 되어, 그곳을 떠났다.


우리는 이 밤, 담임목사의 영혼을 회수하려고 그의 집 거실에서 그가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 순간에도, 신이 나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마 액수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그에게는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단 1초도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 하늘에도 천국에도 그의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고 없어질 거였다.


사수는 예전에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최근 목사들이나 성직자들이 천국에 오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그리고 천국에는 목사라는 직분이나 직 업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고, 목사는 이곳에만 존재하는 “Part Time Job”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일꾼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순 간, 얼마나 큰일이 일어나는지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나는 오늘 아침 교회를 방문한 그 할머니가 이 목사에게 신이 선물한 그에 대한 마지막 배려이자 기회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Compassion.”, 이 단어가 그를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줄 마지막 Password였다는 것을.


밤이 깊어졌다.

그는 지금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침대에서 깊이 잠이 들어있다.

잠시 후, 우리는 그의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그의 영혼을 상자에 담아 그의 집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왔던 성당으로 돌아가, 크로노스 스퀴즈에 접속하고 미-드로 돌아와, 스-올과 연결된 셔틀에 그 상자를 실어 보냈다.

그의 영혼은 스-올에 도착하는 즉시, 두 개의 태양 사이에서 바로 소각될 예정이다. 예외는 없었다.


오늘은 카이로스 트랙을 통해 천국 집으로 귀환하는 날,

나는 요나 사제와 헤어져, 서둘러 집으로 가고 있다.

통로 반대편에는 나의 사랑하는 카-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카-토는 내가 천국에 오기 전 내 인생에 가장 소중했던 6년을 함께 한 나의 반려견이자 친구였다. 아니 아들이다.

그 아이는 급성 림프-암으로 내 생일날 아침 내게 마지 막 산책을 선물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 곁을 떠났었다.

나는 그때 카-토의 주검을 가슴에 꼭 안은-채 울고 또 울었었다. 조금 기다리면 아이가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생 각에 아이를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착한 이 아이는 내 생일날,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카-토와 다시 재회한 감동의 그-순간을 나는 지금

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새벽에 숨을 거뒀다.

아니 거둔 게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자연스럽게 거두어졌다.

하늘에 별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이른 새벽 갑자기 내 몸에서 호흡이 사라지고 그간의 고통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몇 호흡을 할 만큼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억지로 숨을 쉬려고 애를 써야 했던 죽기 바로 전 상황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새- 숨이 쉬어졌다.

나는 내가 누워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밖이 너무 어둡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 순간, 만화처럼 내 앞에 밝은 통로가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나는 그 통로로 아무 두려움 없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반딧불이가 가득한 커다란 동굴에 도착했다. 그리고 반딧불이가 무리 지어 움직이는 신비로운 대형에 이끌려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둠에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고 마음에 두려움이 막 생기려고 하는 그때, 내 앞에 정오의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푸른 숲이 짠-하고 나타났다,

나는 동굴을 벗어나 숲으로 나-있는 계단을 두 계단씩 내려가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숲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숲 속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작은 수로를 따라 나-있는 오솔길이 끝나는 그곳에 제법 큰 나무들로 잘 지어진 나루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 에는 강을 건너려는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승선 순서를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 앞에 금가루를 풀어놓은 듯, 금빛 강물이 천천히 넓-게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배에 올라 뱃머리에 앉아서 강을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나일강처럼 폭이 넓은 강에는 갈대가 풍성하게 강변을 끼고 숲처럼 자라 있고 그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온갖 종류의 새들이 평화롭게 날기도 하고 물에 앉기도 하며 두루미같이 큰 새들도 한가로이 물 위를 거닐고 있었다.

물속에는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

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새도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

지 않았다. 그리고 고기를 잡으려는 배나 어부도 그곳 어 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강 건너편 선착장에 내려서 이름 모를 나무와 꽃, 열매들로 가득한 숲을 천천 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슴과 사자, 늑대, 양, 곰, 기린과 원숭이 등 많은 종류의 동물과 새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떠한 경계심이나 두려움 없이 매우 편안하고 익숙해진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숲은 평화로운 기운으로 가득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낮은 담장이 빙- 둘러쳐져 있고 여러 개의 문이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우리 일행을 각 사람의 목적지까지 안내하기 위해 다수의 봉사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 봉사자에게 이끌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안내됐다.


낮은 언덕과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는 그곳에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다. 마을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고 그 사이사이로 예쁜 집들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 대략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곳에 목조로 지은 A 프레임 하우스가 나를 위해 새로 이 지어져 있었다.

사방이 목조 데-크로 둘러-있고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시야가 아주 넓은, 이층에는 침실이 있고 밑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는, 내가 항상 꿈꿔왔던 바로 그런 집이었다.


내가 그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때, 초원에 갑 자기 하얀-점 하나가 빠르게 나타나더니 멀리서 하얗고 조그만 강아지가 나를 향해 힘차게 짖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풍성한 털이 온몸에 덮여 있고 뛸 때마다 귀가 나풀대는 밝고 환한 미소를 가진 내가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바로 카-토였다.

어느새 카-토와 한 몸이 되어 나는 풀밭 위를 뒹굴고 있었다.

카-토도 울고 나도 울고 있었다.

카-토의 정직한 눈빛도 그 미소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잠시 후, 이곳이 천국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나는 카-토의 온몸을 손으로 구석구석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확 인하고 있었다.

카-토의 몸 어디에도 암 덩어리가 만져지지 않았다.
암이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지고 없었다.
카-토도 나도 건강해진 모습으로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완전하고,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는 카-토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침대와 가재도구들이 가지런히 잘 정돈돼 있었다.

그리고 벽 한쪽에 세워져 있는 옷장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깨끗한 옷들이 질서 있게 걸려-있었다.

나는 우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거품 비누를 풀어 오랜만에 카-토와 같이 목욕했다.

그리고 목욕 후에는 스토브에 마른 장작을 더 집어넣어 불을 더- 지피고 카펫 위에 앉아 수건으로 카-토의 털을 말렸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카-토의 털을 내 손으로 빗질-했다. 손으로 만져지는 감촉 그리고 느껴지는 감회 가 너-무 새로웠다.


천국에서의 첫날밤, 나는 카-토가 잠이 들 때까지, 카- 토 옆에 조용히 엎드려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그리고 이리저리 만져보고 안아봤다.

카-토가 내 침대에서 쌕쌕거리며 자고 있었다.

옛 모습 그대로-,


나는 지금 바로 그 카-토를 보러 가고 있다.

집에 머무는 동안 카-토가 좋아하는 밤을 주우러 갈 계 획이다. 나는 부지런히 걷는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알로 아주머니가 조-이와 카-토를 함께 돌보고 있다. 알로 아주머니 집이 바로 조-이 집이다.

나의 좋은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