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바게트로 식사를 간단히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하늘에는 새벽-별들이 마치 보석을 박아 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심호흡을 깊게 해-본다. 정상으로 갈수록 공기가 조금씩 차가워지는 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겨울이 있는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마주하게 될 감동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다.
하지만 감정이 이성을 앞서다 보면, 산에서도 다칠 수 있다. 이럴-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야 한다.
잠시 후,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겨울의 경계에 다가설-수록 안개가 짙어진다고, 요나 사제가 얘기한 기억이 났다.
아마 거의 다 온, 모양이다.
정상까지는 아직 더 가야 하지만, “겨울이 있는 산” 입구에는 거의 도달한 것 같다.
우리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배낭에서 외투를 꺼내, 입고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고, 안개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잠시 후, 안개가 걷히고 작은 눈-발이 어디선가 날아-와 내 뺨을 두드린다. 그리고 앞으로 전진할-수록 조금씩 내리던 눈이 점점 굵어지면서 마치 눈이 내리다가 허공에 멈춘 듯, 아주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순간, 시간이 멈춰버렸다.
아이들은 지금 하늘을 보고 내리는 눈을 코로 받아서 혀로 핥아-먹고 있다. 나도 내 입을 벌려 혀를 살짝 내밀어 내려오는 눈을 받아서 먹는다.
눈은 내 혀에 닿는 순간, 차가움만 남기고, 이내 사라진다. 아무 맛도 없는 것이 무척이나 달-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마구 달리고 뒹굴며, 이 순간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조금 더 정상으로 올라가자, 우리 앞에 눈-꽃 가득한 구상나무와 전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멋진, 숲이 나타났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나는 나뭇가지가 넓-게 드리워져 눈이 덜 쌓인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설-리가 나를 부르며 손-짓하는 모습이, 내리는 눈-꽃 사이로 내 눈에 들어왔다.
- 여기-요, 여기!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뛰어갔다.
도착한 그곳에 아름드리 나무 두 그루가 텐트-치기 적당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 비해, 눈이 덜 쌓여 있어서 바닥을 걷어내기도 훨씬 수월해 보였다. 우리는 이곳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나는 우선 주워-온, 나뭇가지들을 이파리 째-로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그리고 긴 가지들을 가지런히 그 위에 기대서 세워놓고 남은 가지들을 그 위에 얹어, 바람을 막아줄 울타리를 만든다. 그리고 바닥에 쌓인 눈을 치우고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낙엽송 가지들을 폭신하게 깔고, 사제가 가르쳐준 대로 텐트 안쪽에 지붕을 지지할 활-대를 만들고, 순서-대로 텐트를 고정한다.
오늘 묵어 가기에 충분할 만큼 텐트가 제법 튼튼해 보인다.
작업하고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눈위에서 뒹굴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뛰어다니고 있다.
우리에게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우선 배낭을 텐트 안으로 들이고, 텐트 앞에 구덩이를 파고 남은 가지들로 불을 피운다.
이제야 뭔가 정리된, 느낌이다.
이 순간에도 하늘에서는 눈이 내려오고 있다.
이미 해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드 에서 본, 하늘 처럼 반짝이는 별들로 인해, 주위가 대낮처럼 환-하다.
저녁 식사 준비를 서둔다.
칼로 나뭇가지를 정리해서 꼬치로 사용할 막-대를 만들고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을 막대에 하나-씩 꽂아, 불-주변에 세워놓고 꼬치가 익기를 기다리며, 냄비에 눈을 담아 버너에 물을 끓이고, 양배추와 브로콜리, 으깬 토마토, 버터, 치킨-스톡을 함께 넣어, 토마토가 들어간 치킨-스프를 만든다.
설-리는 눈에서 노느라, 털이 다 젖은 아이들을 수건으로 닦고 불-가에서 털을 말려주고 있다.
이 와중에도 눈을 좋아하는, 카-토는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눈치다.
꼬치가 맛있게 익어가자, 맛있는 냄새가 아이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아이들이 빨리 달라고 성화-다.
치킨-스프도 냄비에서 잘 끓고 있다.
냄새가 그렇다.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나는 느낄 수 있다.
곧 눈-밭에 식탁이 차려지고, 불-주변에 둘러앉아 우리는 식사하고 있다, 펑- 펑- 눈을 맞으며,
함박-눈이 내리고, 눈 사이로 별빛이 쏟아져 주위가 너-무 밝아서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우-노는 텐트 안으로 들어와, 이불에 드러누워 졸리는 눈을 하고 두 눈을 껌뻑-거리고 있다. 달-이와 설-리도 어느새 달콤한 잠에 빠져, 기분 좋게 숨을 쉬고 있다.
카-토는 아빠와 형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가서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카-토가 하늘을 쳐다보고 겅중겅중 뛰며, 꼬리를 흔들고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같이 놀아 달라고 한다.
내가 자기를 찾아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아픈 기억이 가슴으로부터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해 겨울, 가장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카-토가 내게 달려와 있는 힘껏 나를 향해 점프했다. 나는 그런 카-토를 가슴에 안고, 내리는 눈 속에서 인디언-추장 처럼, 뻣뻣한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카-토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며, 식어-가는 아이의 온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눈 오는 밤, 카-토는 그렇게 마지막 산책을 내게 선물하고 떠났다.
추억에 잠겨 있던 그-때, 카-토가 나를 향해 가볍게 몸을 날렸다. 나는 그런 카-토를 안고, 신이 나서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 겨울이 있는 산" 에서
무성 영화 속, 인디언-추장 처럼,
끄-으- 읕-
여기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