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하게, 다르게 살아가도

by 희망


오늘 퇴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가는 불빛들은 마치 먼 타인의 삶처럼 느껴졌다. 그 불빛들이 지나가는 순간마다, 나는 그들 중 하나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그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가는 불빛일 뿐.

성과는 없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러면 안 된다. 다른 길을 걸으면 안 돼'라는 불안이 가슴 한가운데를 짓눌렀다. 점점 더 심해지는 이 불안은 가끔 숨이 막힐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그 불안감에 쫓기고 있었다. 그 불안은 마치 내 삶을 지배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늘 같은 말을 한다.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지. 뭐가 문제야? 너만의 방향성만 잃지 마."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정말 나만의 길을 걸어가면 될까?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조금만 뒤처져도, 조금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도, 사람들은 그 길을 외면한다. 그리고 쉽게 비난한다. 그래서 나는 점점 그런 비난에 익숙해졌다. 그 비판의 소리에 고개를 떨구며, 내 마음 속에서 그 소리들을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들은 그저 나를 바라보며 나의 길을 규정짓고, 내가 가는 방향을 판단한다.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무뎌져버렸다. 그들의 시선에, 그들의 기대에.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던지는 시선들. 그건 애정어린 관심이 아니라, 비판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저 그들에겐 내가 보이지 않거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전혀 없다. 그들은 나를 그냥 지나치듯 보고, 내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쉽게 평가를 내린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아도, 나는 이미 누군가의 손가락질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들은 점점 더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더욱 쉽게 확산된다. 작은 차이마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누군가는 나를 흠집 내고, 또 누군가는 내 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이를 공격의 도구로 삼는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숨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이, 내 행동이 다르게 느껴질까봐, 내가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두려워서, 나는 항상 누군가의 시선 안에서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숨죽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도, 조금만 다른 길을 택해도, 순식간에 외톨이가 되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내가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밀어내고, 나를 소외시키려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기대와 비판 속에서 자꾸만 움츠러들고, 점점 더 나를 억제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다정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다가가서, 그들의 길을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을 비판하고, 그들의 선택을 부정하는 대신, 나는 그들의 길을 인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이 평온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다. 어릴 적, 그런 어른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 너만의 길이 있어.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쁘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믿고 싶다. 그 따뜻한 말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변해버렸다. 사람들은 같은 뜻을 가진 이들끼리만 선호한다. 조금 다른 길을 가면, 비판받고 외면당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도 그 길을 따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렇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길이 아니며, 다르다고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다르게 살아가고, 다르게 느끼며, 다르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름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일 수 있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있었다. 희미한 불빛 속, 초점 없는 눈. 그 속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마치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힘없이 늘어진 어깨. 그때, 폰이 울렸다.

"오늘도 우리 ㄹㅇ 고생했음."
"별거 없어 보여도, 어쨌든 잘 보냈잖어."
"넌 항상 그러잖아."
"쉿!"

"그래도 잘했다고 해줄게ㅋㅋㅋㅋ 수고했어 얘들아."



투박한, 장난 섞인 문자들.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진심이 내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그 작은 따뜻함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가슴 어딘가가 따뜻해지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래, 누가 날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일까.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고, 내가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가끔은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조금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난 결심했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누가 조롱하든, 거짓말이 날 둘러싸든, 나는 나만의 걸음을 걸어갈 것이다. 오늘도 버텨낸 나에게, 나는 처음으로 비판이 아닌 다정한 손길을 건넬 것이다. 내가 나에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줄 자격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나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는 이 말뿐이다.

"수고했어."

세상이 아무리 거칠어도, 이런 작은 따뜻함 하나면, 나는 내일을 다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바란다.
다른 사람들도, 평생 볼 일도 없는 이들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걸으며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다정한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옛날처럼, 이웃을 가족처럼 여겼던 시절처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처음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