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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인정하기

손대면 툭하고 눈물이 흐를 것 같은

by 오현정


홈스테이 집에서 예상보다 길게 살았다.

사실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었던 것 같다.

7개월 하고도 보름을 살았던, 너무 따뜻했던 홈스테이 집을 떠나서 혼자 사는 방으로 옮겼다.


홈스테이보다 8만원 저렴하고 내 화장실이 있는 이 방!

반지하지만 햇빛이 잘 들어오고 습하지 않다.

시원해서 선풍기도 필요 없다.


새로운 방을 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던 화장실.

내 방에 있는 화장실! 최고다.

심지어 욕조도 있어서 반신욕을 할 수 있다.


공용 주방을 쓰지만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거의 모든 게 만족스러운데,

역시 어느 곳에나,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던

장단점은 있다.


방을 옮기기 직전 카페 일을 구했고,

(여전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방을 옮기고 이 방에 사는 것도 곧바로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외로움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왜일까? 언제부터지?

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울고 싶어서 슬픈 영화를 찾아보고 울었다.

조카와 영상 통화를 하다가 울 뻔했다.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 옆옆집 할아버지의 속상한 이야기를 듣고 울컥했다.


너무 예쁜 빅토리아의 여름에

매일매일이 새롭고 행복하고 즐겁다.

그런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건지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무언가가 계속 있었다.


외롭다.

한국에서 집을 떠나 타지에서 혼자 살 때도 외롭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너무 가까운 곳에 친구들이 있었고

아무 때나 이유 없이 찾아가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가족들이 있었다.


지금 여기 Victoria에는

내가 여유 시간이 있다고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바다를 가고, 운동을 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출을 보러 조깅도 가고 (커버 사진!)

아등바등 노력해 보았지만,

모든 행동들이 그저 내 외로움을 외면하려는 노력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조카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에

옆에 있던 언니한테

‘나 엄청 외로운데’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어떤 대화 내용 중에 말하고 싶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울컥해서

입 밖으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울 것 같았다.


그때부터였나?

‘아 나 외롭구나’

생각을 하고, 인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방.

철저하게 혼자 지내는 이 방이 한몫 크게 했다.


편하고 편하고 편해서 좋지만

방에만 들어오면 나는 혼자다.

철저하게 나 혼자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만나자고 할 사람도 찾아갈 사람도 없다.


몇몇의 친구들이 있지만

먼저 쉽게 만나자고, 외롭다고 의지할 만큼의.....

솔직하게 그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


카페 일이 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이 일을 통해서 나에게 어떤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지

이런 걱정들도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을 점점 바꾸는 중이다.

태도를 바꾸는 중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잘 견뎌내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


나 스스로 누구의 도움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니

이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조금 편해지는 날이 오겠지.


다시 예전의 긍정멘탈파워업의 나로

돌아가는 중이다.


아직은 정신 수련이 조금 부족하지만,

분명 나는 잘 해내고 있으니깐

다음 글에는 조금 더 밝은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항상 쓰고 나면 내가 무슨 말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나에게 도움은 되니깐!)


사진보다 훨씬 예뻤던 7월의 보름달, 바다에 비추는 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소원을 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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