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새로운 일자리
Victoria 생활 250일이 지나가고 있다.
이전 글에 포부 당당하게 '문을 부숴야겠다' 라고 적었는데
직전 글을 쓴 이후 약 100일이 지난 지금,
결국 나는 문을 부수지 못했다.
(운동을 오래 쉬었더니 몸빵이 좀 약해졌나 봐)
그렇게 너무 지쳐버렸다.
'사무직'
사무실에 앉아서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며 일을 하는 직업이겠지?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제대로 된 직장' 일 것 같은데
나는 실패했다.
확실하게 실패했다.
왜냐면, 이제 '사무직'을 구하고 있지 않으니깐,
포기했다.
이전 글을 쓴 이후에도 몇 차례의 인터뷰 기회가 더 있었다.
인터뷰 전의 간단한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 같은 것들은 통과를 했다.
그렇지만 역시,
영어의 한계에 부딪혔고, 그냥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조급함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아, 알바라고 생각하고 있던,
캐나다 생활의 첫 돈벌이 수단이었던 일식집은 7개월간 일을 하고 그만두었다.
7개월, 정말 짧다.
어떤 말을 해도 7개월만 일한 알바생이지만,
그래도 아주 확실한 핑계를 말해 보자면,
1. 급여가 매번 밀렸다.
제날짜에 주는 일이 없었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돈 주세요, 돈 주세요' 해 본 적이 있나?
2. 평생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들었다. 물론 나에게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그들은 실수를 하는 알바생들에게 그렇게 거친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한국말을 모른다는 이유로 그들은 온갖 욕을 먹었다.
나는 무시하려 노력했지만, 그 험한 말들은 귀에, 머리에 박혀버렸다.
3. 한국말만 했다. 식당에 오는 손님들과는 영어 대화는 당연히 한정적이었고,
그들은 한국인 스텝만 고집했다. 주말에는 다른 알바생들과 대화할 수 있었지만,
주 대화는 한국어로 이루어졌다.
-> 이러려고 캐나다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거친 말과 평생 해보지 않은 '돈 주세요'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나의 말투에는 '저 급여 체불로 신고할 것 같아요' 라는 협박의 느낌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나는 '버티지도 못한' 7개월의 끝을 던졌다.
다음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은 채로.
그렇게 불안하게
그래서 나의 상황이 더욱 힘들었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조급함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
결국 나는 현지 카페들의 문을 두드렸다.
카페 일도 한 번에 구하지는 못했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곳조차 없었다.
그리고 스시 일을 끝내기로 한 마지막 날짜 2주 전에
첫 인터뷰를 진행했던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숨 구멍.
한숨 돌렸다.
최소한의 생활비.
카페 사장 부부는 인도인이다.
그들의 나의 절박함을 느꼈다.
나의 성실함을 알아주었다.
그들의 카페 운영방식도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나는 어느 때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거절만 당했던 나에게 기회를 주었으니깐,
나는 이 기회가 소중하다.
카페로 일자리를 옮긴 것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어느 날, 엄마가 물었다.
'식당 일은 어때?'
그제야 말했다. 카페에서 일한다고.
이미 카페에서 일한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였나..
그런데 나를 걱정하는 엄마는 말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해야 할 텐데'
나는 이 기회가 소중하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나는 이 기회를 잡아내야 했다.
일을 하고 나서도, 그들이 내가 맘에 든다고 말했을 때도,
나는 이 기회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있다.?)
그런데 엄마는 말했다.
'제대로 된 직장'
흠..........
나도 버티고 있는 건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건지,
한 달 뒤의 계획을 세울 수 없어서 너무 불안한데
또, 다른 날,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았던 또 다른 어느 날,
엄마는 말했다.
'다들 잘 지내, 너만 제대로 자리 잡으면 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특히 가족에게
나의 생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못해
평생...?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현지 카페의 일이 소중하다.
나는 여기에 집중할 것이다.
취업 사이트를 찾아보고, 여기저기 될 것 같지도 않은 이력서를 던지고
전전긍긍, 아등바등, 불안 초조,
지쳐버렸다.
더 이상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원망, 자책, 절망, 한탄
그만.
'제대로 자리 잡기'
10년이 걸릴까?
평생이 걸릴까?
내일 일도 모르는 지금, 어찌 알 수 있을까
주어진 일에 집중할 것이다.
캐나다에 온 지 8개월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솔직하게, 아주 솔직하게,
(인터넷에 글을 쓰니깐, 말할 수 있는데)
외로움을 인정하게 되었다.
괜찮은 척, 아닌 척, 멀쩡한 척,
그냥 여기 글 쓰는 동안은 하지 않고 솔직해져야지
힘드니깐, 외로우니깐, 지쳤으니깐,
나 자신을 위해서
글도 더 자주 써야지
다음 글은 새로운 나의 방에 대해서!
(나에게 더 큰 외로움을 유발하고 있지만)
그래도 Victoria는 너무 예쁘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나는 잘 즐기고 있다.! (고 생각 중! 긍정멘탈파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