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한 가지 발표가 제 일정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바로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시립박물관 건립 제안 발표.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단독 발표자, 블라인드 발표 방식 등, 모든 조건이 ‘말’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무대였죠.
* 준비의 기준을 바꾸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자료를 깊게 파고들기’였습니다.
해당 지역 관련 서적 10권 정독
중장기 계획서, 과업지시서, 제안요청서 등 핵심 문서 모두 분석
평가위원 입장에서 예상될 질의 200여 개 정리 및 모범답변 작성
발표 준비라기보다는 하나의 연구 과정 같았죠.
하지만 저는 "이 정도로 준비하면 어떤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 예상 못한 변수, 블라인드 발표
현장에 도착해보니, 예상치 못한 블라인드 발표.
파티션 너머에서 평가위원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상황.
제스처나 표정, 애정등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제 말 한 마디, 한 문장이 유일한 ‘설득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보여주고 싶었던 여러가지 전략이 있었지만 아쉬움을 전략으로 바꿨습니다.
‘발표자가 보이지 않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최대한 화면에 집중키시자’는 원칙 아래,
논리 흐름과 비유,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표현을 준비한 대로 풀어냈습니다.
*느낀 점, 그리고 입찰 발표 인사이트
이번 발표는 많은 걸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1. 자료는 눈이 아닌 뇌로 읽어야 한다
텍스트를 다 읽었다고 ‘이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 자료의 흐름, 맥락, 의도까지 파악했을 때 설득력도 달라졌습니다.
2. 질문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 200개의 질문을 정리하는 과정은, 프로젝트의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최고의 도구였습니다.
3. 블라인드 없는 발표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 결국 핵심은 ‘논리의 밀도’와 ‘메시지의 정확성’이었습니다.
시각적 소통은 보완재일 뿐, 핵심은 내가 들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날 발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는 없었습니다.
“진짜 발표는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에 오르기 전 책상 위에서 결정된다.”
혹시 지금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계시다면,
자료 분석, 질의응답 설계, 이야기의 정보전달이 아닌 설득적 구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꼭 기억하세요.
경쟁입찰 프레젠테이션의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계속해서 입찰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