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Morality beyond Function
"디자인 윤리는 디자인의 일반 기능과 특수 기능 그리고 기능 너머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10여 년 전 필자는 디자인 측면에서 윤리와 도덕을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그 결과, 디자인의 동기와 명분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까지 디자인 윤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디자인 윤리는 디자인의 본질적 가치와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 윤리는 디자인의 일반 기능과 특수 기능 그리고 기능 너머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디자인 윤리에 대한 생각의 고리를 풀었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광고와 마케팅 측면에서, 또 하나는 디자인 콘텐츠 측면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광란의 주말로 몸살을 앓는 강남역. 이 곳을 동선으로 다닐 때였다. 한창 소주 광고와 마케팅이 치열했다.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보면서 놀랐지만 재미있게 보았다.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플래시몹 형태로 대형 소주병을 부착한 홍보 차량과 다양한 이색 프로모션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불금의 거리는 소주 마케팅의 치열한 전쟁터였다.
아래의 기사를 살펴보면 소주 광고와 마케팅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미녀(아이돌)=소주'라는 공식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시작되었다. 2000년 대에 이영애의 '산소 같은 여자' 광고 카피는 새롭게 소주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였다. 신세대 모델을 통해 술을 아주 신선한 이미지로 변신시켜 순수함과 부드러움의 메시지로 전달했다. 그 이후 2007년 경 이효리의 등장으로 청순함에서 섹시함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독한 소주의 이미지를 순수함과 부드러움, 섹시와 발랄, 청순의 이미지로 재해석하여 대중에게 다가갔다.
'소주=미녀, 맥주=미남' 공식 파괴...'당찬 여성'이 뜬다.. 주류광고 모델은 1980년대 헐벗은 미녀에서, 2000년대 들어 청순한 미녀로 전환됐다.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시작이다. 1998년 10월 알코올 도수를 기존 25도 제품들보다 2도 낮춰 출시된 참이슬은 `소주는 독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순수함과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1999년에 이영애를 모델로 발탁했다. `저도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공략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도 소주 모델 대세는 미녀다. 처음처럼은 수지, 참이슬은 아이린이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카스는 김수현, 이민호, 조인성 등 30여 명에 달하는 남성 모델이 투입됐다. 물론 하지원, 씨엘 등 여성도 있었다... 여성 모델로 고소영, 전지현, 김연아 등을 내세웠지만 남성 모델보다는 적게 기용했다...
`청순 미녀`가 주도하던 주류광고는 2007년 `섹시퀸` 이효리의 등장과 함께 `섹시·발랄` 미녀들의 차지가 됐다. 이효리는 소주 `처음처럼` 모델로 나와 섹시하면서 코믹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효리주`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현재는 섹시·발랄·청순 미녀 모델들이 소주 광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매일경제 2019.07.09 발췌-
이러한 광고 메시지에 젊은 층이 크게 반응했다. 물론 10대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필자가 주지하고 싶은 것이 이 부분이다. 소주 한 잔을 결코 웃으면서 한 번에 쉽게 마실 수 없다. 물론 지금은 순한 저도소주가 있어서 어렵지는 않다. 광고 모델들이 웃으면서 마시는 그 한 잔이 결코 광고처럼 실제로 연출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간 후는 가능할지 모른다. 많은 아이돌 스타들의 모든 일상을 관찰하고 따라 하고 공유하려는 십 대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간접 학습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주말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쓰고 독한 한 잔의 술을 웃으면서 원샷으로 마시는 잔이 얼마나 될까? 광고 모델이 보여준 거침없이 대담한, 멋지게 마시는 그 한잔의 이미지 효과로 평일보다 얼마나 많은 술을 더 마실까? 아, 광고 비용을 여기서 끌어 모으겠구나!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생각해보니 광고 효과와 마케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회·문화·교육적인 영향력을 고려하여 주류 광고를 찍지 않는 연예인 혹은 영화배우들이 있는 것처럼 홍보와 마케팅 디자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술의 소비, 홍보와 마케팅 효과, 십 대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상관관계를 통해 디자인 책무에 대해 생각하였고,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의 영향력 측면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디자인 철학, 디자인 통찰, 디자인 성찰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하나는 디자인 콘텐츠 측면이다.
"내가 만약에 최고 럭셔리한 호텔 나이트클럽 공간과 서비스 디자인을 의뢰받았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단서를 찾았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모두 당연히 최고의 호텔 공간과 서비스 경험을 기대한다. 핵심은 이렇다. 호텔 클럽의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은 브랜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왕과 왕비처럼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이 지불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호텔 클럽에 오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연령대와 경제적인 측면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필자가 최고의 호텔 클럽 공간을 디자인하여 클라이언트가 상당한 부를 누렸다고 하면, 디자이너 입장에서 분명히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이러한 럭셔리한 클럽을 오기 위해 경제적인 부분을 스스로 얼마나 충당할 수 있을까? 이 고액의 비용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VVIP 고객으로 서비스를 받는 그 분위기에 중독된 사람들은 자주 올 텐데 과연 순수한 돈으로 올 수 있을까?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적인 가정, 직장 혹은 학업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 때문에... 가정 불화가 일어나고, 만약 가정이 파탄에 이른다면 나는 가정 파괴범이 될 수 있겠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 디자인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디자이너의 책무라 할까? 사회·문화적으로 책임의식이 있는 디자이너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콘텐츠의 문제다. 클라이언트는 투자 대비 수익을 그만큼 가져가면 된다. 그렇다면 클럽보다 더 좋은 방향 혹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여 클라이언트에게 새로운 방향과 비즈니스를 제안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에 그 클럽의 서비스와 경험 이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형 엔터테인먼트를 제안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여러 문제들이 조율되고 다양한 요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통찰과 고민을 통해 프로젝트 가치에 따른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과 R&D와 디자인 리서치 개발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디자인의 실용적 기준과 디자인의 기본, 일반, 특수 기능에 대한 기준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계기로 'Deleting'이란 프로젝트를 한예종 2학년 학생들에게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거시적과 미시적, 보편과 특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제품·시스템·서비스·공간의 관계를 통찰하여 조심스럽게 메스를 잡고 인터랙션 디자인이라는 기술로 제거와 대체 수술을 해보는 것이다. 무엇을 제거할 것인가? 불필요한 제품·시스템·서비스·공간의 영역을 맥락적으로 제거한다. 왜 제거를 해야 하는가? 사회·문화·기술적 맥락으로 볼 때 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대체하는가? 다른 제품·시스템·서비스·공간을 맥락적으로 대체하여, 이전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디자이너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영역에서 디자인의 영향력과 확장성에 대한 통찰과 함께 사회·문화·기술적 책임의식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기능적 필요를 본질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제품·시스템·서비스·공간의 관계적 가치를 윤리·도덕적으로 반드시 살펴야 한다.
'Design Morality beyond Fun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