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 Where Am I?
에토르 쏘싸스 Ettore Sottsass는 2007년 12월 31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멤피스 그룹을 창시한 사람으로 현대 디자인에 영향력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며, 또한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필자의 대학 4학년 졸업 작품(사진 3)에서 볼 수 있듯이 혁신적인 형태와 색에 대한 조형 언어에 관한 한 그의 영향력이 무척 컸다.(사진 2)
Royal College of Art(이하, RCA)에서 공부할 때, 에토르 쏘싸스 Ettore Sottsass의 강연을 통해 깨닫게 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필자가 입학하던 1997년, 그 유명한 론 아라드 Ron Arad가 RCA 가구 디자인 학과(현, Design Product MA) 디렉터로 초빙되어 학생들은 많은 혜택을 누렸다. 그의 명성은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과 함께 유럽 디자인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 당시 디자인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보거나 튜토리얼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택으로 나는 책에서만 보았던 거장 에또르 쏘싸스의 모습과 그의 생각을 현장에서 강연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강연이 열리는 세미나실에는 많은 학생들, 아티스트, 디자이너들로 가득 찼다. 어두운 세미나실에서 비치는 조명을 받은 쏘싸스는 준비해 온 인쇄물을 앉아서 영어로 읽어 내려갔다. 그는 시간의 개념을 사용하여 자신을 소개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있고, 이태리에 쏘싸스가 있고 런던에 쏘싸스가 있다…” 기억에 남는 첫 문장이었다.
강연을 마칠 즈음, 아주 흥미로운 상황을 발견했다. 에토르 쏘싸스의 옆에 있던 론 아라드와 튜터들의 모습이었다. 론 아라드를 처음 보았을 때, 독특한 아우라를 느꼈다. 그의 혁신적인 조형 언어, 말투, 행동, 특이한 모자 등 책에서 본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쏘싸스의 옆에 있는 론 아라드의 모습은 달랐다. 처음 보고 느꼈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가 작아 보였다. 웬일인가? 범접할 수 없는 쏘싸스의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의 모습은 연륜과 더불어 빛이 났다. 스케일과 무게감이 달랐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디자이너들과 튜터들은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였다.
충격이었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서 강의를 듣던 내 모습을 보았다. 전율이 느껴졌다. 그 스케일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고, 나의 무게감을 느꼈다. 한없이 작고 부족했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처절하게 보고 느꼈다.
그 당시 RCA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각 대륙의 나라들에서 온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의 최접전 지였다. 졸업전시 Degree Show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을 피력할 수 있는 최고의 전시장이며, 많은 유명 브랜드와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는 최고의 장소였다. 이러한 이유로 각 나라의 대표들이 왔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던 학생들은 RCA에 대한 자긍심은 최고였다.
필자는 각 나라의 학생들의 작업을 보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디자인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했다. "한국 디자인의 특성은 무엇인가?" "나의 디자인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는가?" 이때부터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첫 학기에는 다른 나라 학생들이 필자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 프로젝트 발표를 마치고 디렉터인 론 아라드에게 좋은 호평을 받은 후, 인사를 하지 않았던 독일 학생이 "Hello, Bedro!"라고 인사를 했다. 이러한 냉정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실력으로 경쟁하고자 하는 의지와 디자인 정체성 확립에 대한 의식이 더 살아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해져 겸손하지 못한 생존 경쟁자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후, 강연을 듣던 나에게 주어진 충격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내 인격까지 흔들어 놓은 자아 성찰의 시간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비친 '이제 6~7년 정도의 경험으로 우쭐했던 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니, 평생 기억할 것이다.
*90세로 생을 마감하기 일주일 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70년을 현장에 있었다. 필자가 존경하는 그의 모습이다.(사진 1)
사진 1 출처: 에또르 쏘 싸스 Ettore Sottsass
사진 2 출처: Carlton Room Divider, 1981
사진 4 출처: Memphis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