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바운더 X 로컬턴 IN강진] 아웃바운더 오규량님을 만나다.
올해 3월, 전라남도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한 때 학생 수 4000명을 자랑하던 이곳에, 올해는 단 한 명의 신입생만이 입학했다.
씩씩하게 입학허가서를 받아 든 1학년 학생, '1-1'이 붙은 교실에는 책상 2개, 그의 이름이 적힌 교과서 한 묶음이 놓여 있었다. 20년 교사 생활 중 한 명만을 가르치는 게 처음이었던 담임 선생님도 긴장되긴 매 한 가지이다. 신입생 한 명과 텅 빈 운동장이라는 풍경. 이것이 바로 지역 소멸의 현실이다. 이런 풍경은 전국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신입생 1명인 초등학교가 경남에만 33곳, 강원에 23곳. 신입생 10명 미만인 학교는 전남권에만 270곳에 달한다.
신입생 한 명과 텅 빈 운동장이라는 풍경.
이것이 바로 지역 소멸의 현실이다.
이런 풍경은 전국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아웃바운더 오규량님의 고향 역시
더 이상 신입생이 없어
폐교된 초등학교를 품고 있다.
이 장면은 강원도 화천에서 나고 자란 오규량님에게 낯설지 않다. 그의 고향 역시 더 이상 신입생이 없어 폐교된 초등학교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 활기를 잃어가는 고향을 지켜보며 지역 문제는 그에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을 삶의 진로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강원도 사람, 오규량님이 아웃바운더에 지원한 이유다.
강원도 화천에서 스무 살까지 자란 오규량님에게 지역 문제는 단순한 관심사가 아니다. 어릴 적부터 피부로 느껴온 현실이다. 화천은 지금 소멸 위기 지역에 속해 있다. 그의 어린 시절에는 '소멸 위기 지역'이라는 말조차 없었고, 그냥 한적하고 살기 좋은 농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규량님도 지역도 많은 변화를 마주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 인근 초등학교에 더 이상 신입생이 없어, 춘천이나 다른 지역에 스쿨버스를 보내어 장거리 통학생을 모아 학교가 겨우 유지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마저도 몇 년 후엔 폐교되었다.
마을에
어린아이가 단 한 명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게 맞나..?' 하며 아찔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는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역 문제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군대 전역 후 우연한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관심사로 바뀌었다. 규량님은 전라도를 중심으로 국내여행을 다니던 중 인스타그램을 통해 군산 청년마을 '술 익는 마을'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양조장에서 일주일 동안 술을 만들고 배우는 프로그램에서 규량님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술 익는 마을'을 운영하는 조권능 대표와의 대화에서 그는 처음으로 '청년마을'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청년들이 모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사회문제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게
꼭 공무원만의 일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민간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문제도 해결하면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원래 공무원을 꿈꿨던 그에게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멋있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규량님은 지역에서 열리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봤다고 했다. 창업 프로그램은 해봤지만, 그 자체는 본인의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면 로컬에서 스스로를 위해, 본인 외의 또 다른 '청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떠올린 것이 '지역 기반 실험실'이었다고 했다.
규량님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며 도전과 실험을 하고, 결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하지만 실험실을 운영하려면 참가자 경험이 아닌 “운영 경험”이 필요했다.
"제 경험은 대부분
'참가자'에만 머물러 있었어요.
운영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웃바운더 지원 후,
운영을 해보고 싶다 하니
덜컥 그래 해보자 하셨죠.
규량님은 비커넥트랩에 솔직하게 자신의 의도를 전달했고, 우리 또한 규량님의 용기에 기쁘게 화답했다. 아웃바운더라는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바운더리 밖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방향을 탐색해 보자는 것이니, 적극적인 참가자인 규량님은 반가운 존재였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규량님은 PM으로서 강진 로컬턴에 꼭 있어야 할 존재였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걸 명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로 확신했다.
PM 직무는 본래 까다롭기로 정평 나있다.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인 만큼 언제나 한 발 앞서서 준비해야 하고, 그래서 누적된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업무다. 다른 데서는 PM을 하겠다고 하면 기회가 왔을까 싶지만, 아웃바운더는 달랐다. 자기 주도적으로 과업을 세팅하고 해결해 나가는 TFT에 가깝다 보니, PM업무에 지원한 규량님은 그 자격이 충분했다!
강진군 병영면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낯선 역할. 그렇지만 2주간의 체류 및 합숙 기간 동안 매끄러운 운영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참가자들 속으로 녹아들었다. 프로그램 곳곳에서 촬영을 하며 아카이브를 하고, 지역민을 위한 과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참가자에게는 따뜻한 멘토링을 전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식사가 허술해지지 않도록 8~9인분의 식사를 손수 지어냈다. 본래 다 같이 식사를 준비하는 형식이었지만, 규량님이 자원한 부분이었다. (따뜻하게 마음을 토닥이고, 밥을 마련하니 참가자들에게 엄마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유다)
규량님은 아웃바운더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PM 경험이라고 한다.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업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예전에는 지역은 거의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새로운 지역에 운영진의 입장으로 들어가니 자세한 것들이 그의 눈에 보였다고 한다. 지역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차이, 협업을 만들어가는 법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라는 사람은
타인의 성장을 도울 때
큰 효용감을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어려움을 겪을 때는 귀를 기울여주고,
지쳐 보이면 다가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할 땐
그저 옆에서 같이 짐을 부담하고-
누군가의 배움과 성장 과정에
함께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무엇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지도 깨달았다. 바로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것. 그래서 앞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일,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해볼 예정이라고 한다.
루트임팩트상은
지역과 청년을 위한 임팩트에
가장 집중한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그 주인공이 된 게
놀랍기도 하고,
저를 그렇게 봐주셨다는 게 감사했어요
앞으로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창업가를 육성하는 조직에서요
마지막으로 그는 로컬턴을 어떤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명확한 답변을 주었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왜 기회가 안 올까?라는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많아요.
자신감도 잃어버리게 되고요.
근데 조금만 시선을 돌려
지역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자기 역량을 펼쳐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그 잠재력을 지역에서 발휘한다면, 청년에게는 새로운 꿈을 찾고 새로운 경력을 쌓는 기회가 되고, 지역에는 문제 해결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서로에게 좋은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대학교 4학년 2학기인 오규량님은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자신의 길을 찾았다. 화천에서 자란 청년이 병영에서 PM을 경험하고, 이제는 지역과 청년을 잇는 중간지원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의 여정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병영에서의 2주는 그에게 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사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저녁마다 혼자서든, 삼삼오오 모여서든 매일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병영성 위에서 본 노을이에요.
해 질 무렵 논을 돌보는
농부들의 모습과
황급 빛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도시에서는 못 볼 풍경이죠.
골목길의 돌담도 특별했다. 집집마다, 거리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진 돌담들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담았다. 돌담길은 지역적 특징을 좋아하는 규량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병영에서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었다고 한다.
전하고 싶은 사진은 너무 많지만, 직접 보는 것을 따라갈 수 없음이 안타깝다는 규량님.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수도권의 도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음을 꼬옥 알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의 간곡한 마음이 인터뷰를 읽는 많은 분들에게 닿기를! 그리고 아웃바운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닿기를 바란다.
우리 지역에 딱 맞는
발전전략을 찾고 있다면
지역의 특성은 저마다 다른데, 왜 다른 지역에서 진행했던 지역 활성화 사업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까? 비커넥트랩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진 연구소로, 지역맞춤형 활성화 컨설팅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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