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즈×비커넥트랩,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 도입을 위한 정책 세미나 현장
지난 2월 4일, 밤 8시. 화면 속에 열 명의 얼굴이 모였습니다.
개혁신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조국혁신당, 진보당—총 6개 정당에 속한,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예비 후보자들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역 인구 감소에 골머리를 앓는 비수도권의 후보자도, '쉬었음 청년' 문제를 풀고 싶은 수도권의 후보자도 함께했습니다. 이념도 지역도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이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지방 소멸과 청년 실업,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정책이 정말 존재할까?
비커넥트랩은 '그렇다'고 답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젊은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지원하는 뉴웨이즈와 협력해,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젊치인(젊은 정치인)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 도입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 것입니다.
세미나의 첫 순서는 일본의 '지역부흥협력대(地域おこし協力隊)'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부흥협력대는 인구 감소 지역으로 가는 도시청년들에게 임금과 활동비를 제공하며 1~3년간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일본의 제도입니다. 청년들은 지역 특산품 개발, 축제 기획, 관광 콘텐츠 홍보 등 다양한 일경험을 쌓고, 지역은 그 청년들의 역량 덕분에 활력을 되찾습니다. 원하는 경우 지역 정착까지 연계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15년간 이어져왔고, 2024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7,910명의 청년이 참여했습니다. 일본 전체 지자체의 약 80%인 1,176곳이 이 제도에 동참하고 있고요. 일본에서는 이를 '산포요시(三方よし)' 즉, 대원, 지역사회, 지자체 모두에게 좋은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제도에 대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미나는 사례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덕업일치'에서 '두 번째 기회'까지, 지역부흥협력대 제도를 통해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게 된 일본 청년들의 이야기를 공유했죠.
철도 덕후,
지역을 살리고 꿈도 이루다
7년간 자동차 내장 부품 개발자로 일하던 노시로 코헤이는 철도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안나카시의 협력대원이 되었습니다. 신칸센 개통으로 폐선되어 잊혀져 가던 '우스이 고개 철도 문화 마을'을 알리는 미션을 맡았죠. 그는 자신의 CAD·3D프린터 전문성을 살려 정교한 철도 모형을 제작하고, 지역 온천조합·관광기구와 협력해 대형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임기가 끝난 뒤에는 빈집을 리노베이션해 '철도 모형 숍'을 열었고, 아내와 자녀와 함께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덕업일치'가 지역 부흥으로 이어진 사례였죠.
그 외에도 '시골 초등학교를 알리는 서포터' 역할을 맡아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초등학교의 홍보영상을 제작하면서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룬 이시다 대원, 코로나19로 실직하고 진로 고민을 하던 중 이 제도를 알게 되어 새로운 지역에서 자존감을 회복한 요시토미 대원, 도쿄대에 재학하며 특별한 스펙을 쌓기 위해 지역으로 갔다가 그곳의 사람들에게 매료되어 청년 거점공간을 창업한 '난죠 아이' 대원 등, 다양한 청년들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물론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세미나에서는 실패 사례도 솔직하게 다루었습니다. 한국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미스매치였습니다. '지역을 활성화해달라'는 막연한 목표만 던져주고 구체적인 미션이 없는 경우, 모집 공고와 실제 업무가 달라 행정 사무 보조나 잡무에 투입되는 경우 등,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중도 퇴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역 내 괴롭힘이나 행정의 경직성으로 인해 협력대원이 제대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미에현 오와세시에서는 빈집 비율이 27%에 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NPO에 대원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야츠 겐타 대원은 이 구조 덕분에 약 175건의 빈집 매칭을 성공시키며 높은 성과를 보였죠. 지역 내 신뢰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거버넌스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비커넥트랩의 이야기였습니다. 비커넥트랩은 그동안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통해 수도권 청년과 지역을 연결해왔습니다. 강진에서의 '로컬턴', 김천에서의 프로젝트 등을 거치며, '일'을 매개로 청년과 지역을 연결했을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왔죠. 지역 주민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고, 청년은 자신의 역량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효능감을 얻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어떤 모델이 가능할지를 함께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커넥트랩이 강진, 김천 등에서 진행한 '아웃바운더' 사례를 토대로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의 정책 제안서 초안을 소개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제도화의 가능성을 논의했습니다.
정책 제안이 끝나자, 참여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론이 아닌, 각자의 지역 현실에서 출발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주거 문제였습니다. 전주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참여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청년들은 금액이 지원된다고 해도 집이 정해지지 않으면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었죠. 이에 대해 비커넥트랩은 일본에서도 주거를 예산 안에 편성해 함께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강진에서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빈집을 활용해 주거공간을 만들어두었지만 사람이 오지 않는 상황이었던 강진과 함께 '로컬턴 IN 강진'을 진행하며 일과 주거를 모두 해결했던 사례- 즉,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지어진 시설들의 활용 방안을 찾는 지자체와 연계하면 주거비를 절감하면서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예산 규모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1인당 얼마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냐'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었죠. 일본의 경우 대원 1인당 인건비가 연간 약 320만 엔(약 3,000만 원), 활동비가 최대 200만 엔 수준이지만, 한국에서 처음부터 이 규모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홍래 대표는 "초기에는 시범 사업 형태로 작은 규모부터 시작하되, 지역에 이미 있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지방의 조례로 잘 만든 정책이 중앙부처에서 벤치마킹되어 확장되는 사례도 있으니, 선도적으로 작은 성과를 먼저 만들어보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지역 내 괴롭힘 이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유튜브 등에서 귀농·귀촌 과정의 따돌림 사례가 자주 다뤄지다 보니, 작은 지역에도 청년들이 낯선 지역에 들어갔을 때 이를 중재해 줄 수 있는 중간 지원 조직이 과연 있겠느냐는 걱정이었죠. 이에 대해서는 지역 내 이미 잘 활동하고 있는 청년 단체나 키맨을 먼저 발굴하고, 그분들이 있는 지자체부터 단계적으로 정책을 시행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세미나의 마지막은 참여자들의 소감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짧은 한마디씩이었지만, 그 안에는 각자가 이 세미나에 온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경기도 의회의 유호준 의원은 자신의 지역은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지만 같은 경기도 안에 연천, 가평 같은 인구소멸 지역이 있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분들께 이 사례를 알려드려야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윤서진 님(개혁신당)은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대전에 와 보니 좋아서 살고 싶은데, 마땅한 직장이 없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며, 유입된 청년들이 정착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거쳐가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 참여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최성진 님(개혁신당)은 고향이 창원이라, 상경한 입장에서 이런 정책에 관심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대구 중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성진영 님(개혁신당)은 오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청년 창업 지원 조례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전주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수진 님(조국혁신당)은 "주변이 모두 소멸 지역인 상황에서 어떻게 청년들을 이끌어 올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제안을 받은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정당도, 지역도,
고민의 결도 조금씩 달랐지만,
'지역과 청년을 연결하겠다'는
방향만큼은 하나였습니다.
참여자들에게는 비커넥트랩이 현장 연구를 기반으로 제작한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 정책 제안서 초안'과 핵심 요약집, 스터디 자료가 제공되었습니다. 세미나가 단순한 학습의 자리가 아니라, 실제 선거 공약과 정책 수립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비커넥트랩은 강진과 김천 현장에서 확인한 가능성이 전국의 청년과 지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제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유의미한 실험이 단발성 에피소드로 휘발되지 않고, 전국적인 인재 순환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커넥트랩은 앞으로 해당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기획단, 그리고 문제 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정책안을 다듬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세미나는 그 여정의 중요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지역에는 활력을, 청년에게는 기회를.
이 한 문장이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현실이 되는 날까지, 비커넥트랩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비커넥트랩은
로컬 페이스 메이킹으로
지속가능한
로컬 임팩트를 만들어갑니다.
지역마다 고유한 결과 속도가 있는데, 왜 여전히 다른 지역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야 할까?
비커넥트랩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지역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함께 부딪치며, 지역만의 자원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페이스메이커입니다. 정답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실험·검증·축적하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우리 지역만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비커넥트랩과 이야기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