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하루가 시작됐다.
7시면, 원래 어젯밤 계획대로라면 새벽 6시 20분에 기상해 책을 이미 읽고 있어야 하는 시간.
그러나 난 6시 20분에 울려대는 알람시계를 조용히 끄며 생각했다.
'뭐, 굳이 지금 일어나서 할 게 있나?'
다시 눕는다.
열심히 사는 척, '10분 만 더 자야지.' 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7시다.
그렇게 건조하고 무감각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요즘 나의 일상들은 거의 대부분 같은 톤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굉장히 잘 못 꾀어가고 있는 뜨개질처럼, 나의 일상도 뭔가가, 무엇인가가 분명히 잘못 놓여있다.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왼쪽 다리를 들고 발바닥을 바닥에 놓는 그 잠깐의 순간에 난 생각한다.
'오늘 있을 법한 기분 좋은 일들은?'
생각해 본다. 화장실에 가서 칫솔에 치약을 묻힐 때까지 생각해 봤다.
'오늘 재미있는 거 뭐 없나?'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바닥에 누워있는 강아지 두 마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나도 똑같이 땅바닥에 누어봤다.
따뜻한 녀석들의 털냄새에 알레르기가 올라오지만 우선 참아본다.
꼬순내 나는 녀석들의 발을 꼬옥 잡고 또다시 생각을 시작해 봤다.
엄마 맘도 모르고 자꾸만 발을 뺀다.
'원래 내 아침이 이렇게 뭐 아무것도 없었나? 아침이 이래도 돼?'
흔한 자기 계발서에는 아침의 중요성을 한참이나 떠들곤 한다.
'일어나면 침대 정리정돈을 해라.'
'아침을 잘 쓰는 게 인생을 바꾸는 법이다.'
'아침이 주는 상쾌한 공기를 폐 속까지 들이마셔라.'
'오늘의 아침은 어제와 전혀 다른 세계다.'
근데 현실은, 사실, 아침에 일어나 기분 좋은 물 한 잔 먹는 것도 내키지 않을 때가 많다.
달달한 맥심 커피면 몰라도. 살찌는 맛.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 집 정수기 물은 맛 때 가리가 없다는 거다.
아침부터 굳이 반갑지 않은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느끼한 생수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 먹었다.
한 손에 차키를 쥐고 가방을 메고 겉옷을 입은 채로 급히 만들어 먹었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배고프면 짜증까지 날까 봐 만들기로 결정했다.
근데 또 사고를 쳤네.
믹서기 뚜껑을 안 닫고 블루베리를 갈아버렸다.
온 사방에 우유 섞인 블루베리가 튀었다.
하지만 닦을 시간이 없다.
우선 바닥에 튄 건 우리 집 강아지 두 마리에게 맡기기로 하고,
믹서기에 범벅된 보라색 우유는 키친타월 한 장으로 대충 닦아버렸다.
출근을 해야 하니까.
우유 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 손에서 나는 건가, 옷에서 나는 건가 잘 모르겠다.
스무디를 텀블러에 따랐다.
근데 웃긴 게, 200ml도 안된다.
이거 마시자고 그 난리를 피운 건지,
나 자신이 또 한심해진다.
우유 자국이 그대로 남은 저 믹서기
퇴근하고 나서 닦으려면 짜증 나겠지.
근데 더 짜증 나는 건 이만큼의 스무디는 겨우 한 입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배가 차기는커녕이라는 것.
무미건조한 기분이 배고픈 본능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리고 배고픔은 짜증으로 돌변했고, 짜증은 자기혐오로 돌아왔다.
음..
어제 읽은 책에서 자신을 위해주라고 했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