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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Mar 08. 2020

달려라, 나의 그레이 하운드여

난, 네가 이렇게 애교 만점인 줄 몰랐지

내가 그레이 하운드를 실제로 만난 것은 최근이다. 내가 지금 반려동물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 갈 곳 없는 그레이 하운드를 돌봐주고 있었기 때문에 필연스럽게 녀석들과 만나게 됐다.


많은 국가에서 사람들의 도박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그레이 하운드는 모든 도박에 쓰이는 동물들이 그렇듯,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거나, 동물 보호 단체에 넘겨지곤 한다. 운 좋으면 좋은 주인을 만나 새 가정을 찾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원치 않은 슬픈 방법으로 처리되곤 한다.


학교에서 만난 녀석들도 모두 경주에서 뛰던 녀석들이었다. 어떤 녀석들은 꼬리에 부상이 심각해 수술을 받아야만 했고, 어떤 녀석들은 근육이 파열돼 온전한 일상생활이 불편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이런 녀석들에게 각자에 맞게 필요한 치료 해주고 보살펴주다가 입양처가 나타나면 입양을 보내는 시스템으로 그레이 하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좀 다가가기가 무서웠다. 키가 작은 나에 비해 녀석들의 키는 나의 앉은키를 훌쩍 넘었고, 얄팍하게 생긴 외모는 왠지 까탈스럽게 나를 거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 아이들도 있었고, 또 반대로 사람만 보면 심하게 흥분을 하는 아이도 있어 때마다 알맞은 수위조절도 필요했다.


무서움도 잠시, 난 녀석들과 금세 사랑에 빠져버렸다.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그레이 하운드(매달 1 커플, 암수가 학교로 보내졌다. 그리고 떠났다) 녀석들을 보내는 일이 점점 더 슬픈 일이 되어갔고,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당장 입양할 텐데 하는 아쉬움만 커져 갔다. 녀석들의 매력은 파면 파낼수록 새어 나오는 샘물 같았다. 맑고 깨끗했다. 녀석들은.


산책만 나가면 녀석들은 너나 할 거 없이 길고 기다란 몸뚱이를 틈만 나면 내 허리춤에 축 기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녀석들의 의도가 뭔지 몰라 당황했지만, 이내 안정적인 숨소리와 심장박동이 느껴져 비로소 '아, 쉬고 있구나'라고 이해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영락없는 실내견들처럼 가기 싫어서 버팅기고 있는 모습도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큰 덩치가 그들의 귀여움을 배가 시킨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으로 말이다. 왜냐면 우리 학생들은 녀석들이 큰 키로 버팅기거나 몸을 부비부비 할 때마다 작은 간식 조각을 내밀었고 녀석들은 흔쾌이 이때다 싶어 홀짝 받아 먹었으니까. 역시 동물들은 지능적이다.  






 그레이하운드(GreyHound)


'예쁜 애들이 성격도 좋다'는 말이 있다. 견종 중에서는 아마 그레이하운드가 이 말에 가장 적합한 견종이 아닐까 한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조막만 한 얼굴 거기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까지. 외모 하나는 끝내주는 그레이 하운드 녀석들은 하운드 독 그룹 중에서도 달리기 실력과 시력이 빼어난 녀석들만 모아논 Sight hound 그룹에 속해있다. 항상 어딘가를 예의 주시하는 초롱한 눈빛과 꼿꼿이 세운 목, 그리고 언제라도 튀어나갈 준비가 된 자세까지 그레이 하운드는 겉모습에서부터 사냥견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키 : 71-76cm

몸무게 : 25-40 kg

성격 : 애정 듬뿍에 차분함

배식 습관 : 음식 좋아함. 잘 먹음.

그루밍 : 최소한의 관리만 해주면 오케이.

수명 : 10-14년




'The strange things in Grey Hound'


1. 그레이하운드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내려온 견종,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견종 중 하나이다.

고대 석기시대 유적을 살펴보면 그레이 하운드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그러니까 뾰족한 귀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개가 그려져 있거나, 조각돼 있다. 그레이하운드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2. 그레이하운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다.

- 녀석들은 시속 45마일의 속도까지 달릴 수 있다. 긴 다리, 짧고 부드러운 털, 날씬하고 일직선으로 잘 빠진 몸매, 가벼운 몸무게 등 녀석들의 바디구조는 스피드를 위해 설계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그레이하운드의 별명은 '45마일의 포테이토 카우치'다.

'포테이토 카우치'란 소파에서 누워 티브이만 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 그레이 하운드와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별명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포테이토 카우치다. 달릴 때는 나살려라 하며 속도에 속도를 붙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 그러니까 뛰지 않는 시간에는 한가롭게 나뒹구는 것을 즐긴다. 그것도 별 소음을 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4. 중세시대에는 귀족만이 그레이하운드를 가질 수 있었다.

과거 중세시대에 그레이 하운드는 하마터면 멸종이 될 뻔했다고 한다.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고 보전시키는 것에 힘을 써야 할 시기가 필요했는데  England's Canute Laws, circa 1014에 의하면 이때에는 오직 귀족만이 녀석들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그레이 하운드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떤 이든 지간에 이와 관련된 혐의 및 책임이 있을 경우 최대 사형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로 충격적인 처방이다. 그레이하운드를 도박으로 이용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처사라고 여겨진다.  


5. 그레이하운드는 앉는 자세가 좀 이상하다.

그레이 하운드도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느냐고? 당연히 앉을 수도 있고 쉴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그렇다. 하지만 그레이 하운드는 그들의 근육 구조 상 앉아서 쉬는 것 자체가 그다지 편하지 않을 수 있다. 편안하고 올바르게 앉는 법을 따로 훈련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조금 어색한 자세로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반복적으로 '앉아서 쉬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훈련이 되지 않은 그레이 하운드가 많다. 그래서 녀석들은 차라리 앉는 것보다 서서 쉬거나 몸을 기대는 쪽을 선택한다.


우리 학교 그레이 하운드들이 나에게 기댄 이유도 이거였다. 녀석들은 앉아서 쉬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작은 품에라도 비벼대 쉬고 싶었나 보다. 사랑스럽고 딱한 녀석들이다.


6. 그레이하운드는 자기 뒤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정도는' 볼 수 있다.

날렵한 두상에 비해 큰 눈을 그레이 하운드는 정면 기준 270도까지 사물을 볼 수 있다. 즉, 뒤에 뭐가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는 확인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비교하자면 사람은 정면을 바라봤을 때 180도까지 사물을 볼 수 있다.


그레이하운드 레이싱의 '못생긴' 진실


그레이하운드는 세상 모든 개들 중 가장 큰 심장을 가졌다. 이 심장은 사람의 심장보다 더 크기가 더 크다. 녀석들의 몸 안에 흐르는 피 또한 다른 개에 비해 더 많이 흐르고 있다. 때문에 보다 많은 산소를 근육으로 보낼 수 있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러저러한 신체적 요건으로 그레이 하운드는 아주 빠르게 달릴 수가 있게 됐다. 그리고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은 눈치가 빨랐다. 결국 녀석들은  안타깝게도 레이싱 도박에 쓰이게 된다.


 매년 2만 마리 정도의 그레이하운드가 레이싱을 뛴다. 여기에 매년 7천 마리 정도의 그레이하운드 강아지가 태어나는데 이들은 모두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태어나기가 무섭게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매주 5마리 정도의 그레이하운드가 레이싱 트랙에서 죽음을 면치 못하고, 매년 약 만 7천 마리의 건강한 그레이 하운드가 불필요한 죽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5년 이상의 생을 살아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난다.


단지 이기기에는 너무 느리다는 이유에서 그들은 결국 죽고 만다. 그리고 레이싱 경기를 뛰지 않을 때 녀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좁고 차가운 철창 안에서 여러 가지 삶의 질을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트랙 위에서의 그레이 하운드를 경쟁력 있게 훈련하기 위해 인간들은 '살아있는 미끼'를 녀석들에게 던진다. 이 '살아있는 미끼'는 대부분 돼지, 고양이, 토끼 등인데 모두 새끼들을 사용한다. 미끼를 풀어놓고 그레이하운드에게 미끼 동물을 물어오게 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당연스럽게 미끼들은 죽고 만다. 왜 새끼를 사용하느냐고? 그들은 아직 자신들의 생명을 충분히 방어하기에는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우리 집 막내, 그레이 하운드



레이싱에서 뛰던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렇게 달리기를 좋아하고 야외활동에 최적화된 녀석들이 과연 사람과 한 집에서 행복하게 생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녀석들은 몸집이 큰 대형견이다. 하지만 하는 짓은 마치 토이 강아지처럼 앙증맞고 귀엽다. 게으르고, 차분하고, 조용하고, 애정 많고, 똑똑하고, 깨끗하고, 애교 듬뿍인 녀석들은 가족 품에서 어리광 부리는 것을 가장 즐기는 '우리 집 막내' 역할을 자처 한다. 게다가 그루밍도 쉽고 털도 잘 안 빠지니 깔끔한 반려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반려견이다. 여기에 필드에서 뛰면서 관리된 녀석들의 체력은 남은 여생동안 건강하게 가족 품에서 살 수 있는 컨디션을 제공한다. 비싼 병원을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





고대 왕국이 건설될 때부터 지금까지 그레이하운드는 우리와 함께 길고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 옛날 옛적 과거에는 오직 왕족만이 그들을 키울 수 있는 자격을 가졌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현대를 사는 녀석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에 의해 자신을 착취당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생명을 빼앗기고 있다.


길고 큰 몸을 사람에게 기대며 자신의 따뜻한 체온과 심장박동을 전하는 그레이 하운드. '좋은 반려견'이라는 타이틀에 있어서 이 같이 사랑스러운 그들의 행동만큼 더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과연 있을까?






https://myanimals.com/breeds/the-anatomy-of-greyhounds-why-are-they-so-fast/

https://healthypets.mercola.com/sites/healthypets/archive/2016/06/16/greyhound-facts.aspx

https://www.mentalfloss.com/article/69004/13-fast-facts-about-greyhounds

http://www.adoptagreyhoun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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