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망하렴

산문시

by beennotdeep

잠에서 깼지만 애써 부정하며 눈을 감고 뒤척이던 날들
먹고싶지도 않고 맛있지도 않지만 눈에 보이는대로 꾸역꾸역 집어넣는 음식들

나아질 거라는 믿음은 없지만 습관처럼 먹는 항우울제들
기대를 저버리면서도 습관처럼 늘려먹는 건 어쩌면 구원을 바란 것이었을지

​그만두기엔 겁이 많고 계속하기에도 겁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단지 숨만 쉬는 나날들
그런 나날이 모여 완성된 내 삶

웃음이 자연스레 나오지가 않는다.

평범하고 싶었던 그 때의 나에게 어차피 망할거라면 천천히 망하렴, 망친 건 다시 고치렴, 건네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