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우리를 왜 구독하지?

프롤로그

by 손유빈


새 인연에 대하여 _ 유빈


반갑습니다.

방금 두대표 피디 수빈과의 2시간 여 회의를 마치고, 이 낯선 레터에 쓸 말을 고르고 있습니다. 제 인생 계획에 없었던 분들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네요. 두대표 채널은 철저히 수빈 피디의 야망으로 시작된 채널이거든요.


유빈 : (모종의 이유로) 회사 업무 시간에 채널 운영 못 하는데, 괜찮겠어?
수빈 : 한 번 해볼게요!
유빈 : (오잉, 진짜 이걸 한다고?)


저는 사실 유튜브가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에 6개월 정도 바짝 운영했고, 한달 만에 수익 창출이 되어 꽤나 용돈벌이가 되기도 했죠.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관심이 확 줄어버렸습니다. 그때 저는 배웠죠. 유튜브는 근성의 싸움이구나. 그때와는 또 달라서, 지금은 전략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계속 이어가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 근성의 싸움에 수빈이 지지 않으리라는 짐작은 했습니다. 동영상을 150개나 만들어 올릴 정도로 충실할지는 몰랐지만요. 그러면서 예기치 않은 만남들이 많았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시고, 가끔 저희를 알아보시거나 재밌게 보고 있다고 말해주는 따땃한 얼굴들이요.


“왜 우리를 구독하지?”


저희끼리 모여서 참 많이 뱉은 말인데요. 저는 속으로 그 의미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5년 전 즈음 제 채널을 구독해서 지금까지 저와 인스타그램 친구를 맺고 있는 분이 떠올랐거든요. 제가 아는 것은 고작 그분의 이름과 새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이 전부이지만, 가끔 그 분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예 나를 모르던 사람의 관심이랄지, 호의랄지 하는 것들의 의미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 분이 저에게 길게 메시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오래 전이라 내용 전부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날 하루는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는 하루였어요. 그 거대한 플랫폼에서 채널 하나로 모르던 사람들이 이어지는 일의 숭고함마저 느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구독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죠.
하지만 저는 언제나 구독자가 채널에게 내미는 구독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봐요.


‘친해지고 싶다’

‘알아가고 싶다’

‘또 보고 싶다’


저희에게 그런 소중한 마음으로 다가와주신 1,235명의 구독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런 마음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저는 감히 얘기해보고 싶네요. 우리 친해져요!



인간극장 속 최씨 할아버지처럼 _ 정수

지난 2월, 생전 한 번도 꿈꾸거나 생각해본 적 없는 온라인 세상 속 크리에이터로 데뷔(혹은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태초에 저의 삶의 모토는 ‘항상 주변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였습니다. 지나친 모험이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일상을 반복하고, 특별한 게 있다면 좀 더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예요. 블로그도 하지 않고, 인스타그램도 2014년부터 쌓이기만 할 뿐 ‘힙한 감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는 단지 콘텐츠의 출연자이고, 계정 운영, 기획은 모두 수빈 피디가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반응이 신경 쓰이더군요. ‘데뷔 당했다’는 표현과는 다르게, 막상 영상 속 제 모습이 너무 살찌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위에서 찍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게 웃겼습니다. 그렇다고 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요.


그러던 중 몇몇 콘텐츠가 갑자기 큰 조회수를 기록하더니, 주말마다 부모님 가게에 들를 때면 “잘 보고 있다”는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다. 내 인생, 잘 살았나?’


혹시 모르는 과거의 흑역사라도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연예인도 아닌데 뭘 더 바라겠어’ 하면서도,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대용량 김칫국을 들이켰습니다.


‘이분들은 왜 우리 채널을 보는 걸까?’


다른 채널들처럼 특출난 연기력, 수려한 몸짓, 빼어난 외모, 기막힌 재치나 독보적인 콘셉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니 결국 이분들은 저에게 ‘멋짐’을 기대하지는 않으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 있잖아요? 가끔은 나와의 사뭇 다른 인생보다 인간극장 속 최씨 할아버지와 그 강아지가 군고구마를 굽는 평범한 일상이 더 궁금할 때요. 우리 채널을 구독한 분들도 어쩌면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도, 가족보다 더 끈끈한 동료애를 보일 때도, 업무 속 실수나 허술한 순간까지도 사람답게 바라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어차피 못할 다이어트나 완전히 다른 나를 꾸며내기보다, 처음의 삶의 모토처럼 주변 사람들과 행복한 일상을 나누는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종의 상부상조(?)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너무 의식하지 않고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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