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나요 퇴사 후 버스기사 될 뻔한 적

퇴사하고 싶을 때 드는 생각들

by 손유빈
안녕하세요. 버스기사 김정수입니다. _ 정수

여러분은 퇴사를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두가 지금 이 순간에 퇴사를 꿈꾸겠죠? 전 회사에서 퇴사 이후가 막연하게 무서워, 스스로 지쳐가고 있음을 알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었어요.


그때 '버스 기사'란 직업이 멋있어보여서 몇날 며칠을 고민했던 퇴사를 마음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여태 입사에 엄청난 노력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3, 4학년 스펙을 쌓고 인턴을 하고 치열한 삶을 보낸다면 저는 어쩌면 빠르게 포기했다? 쪽이 맞겠습니다. 대기업을 가면 좋겠지만 미생 속 주인공처럼 치열하게 비교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더라구요.


욕심 없이 시작한 첫 직장은 소개로 가게된 5명 남짓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생각보다 가볍게 굴러가지 않더라구요. 일의 크기와 범위는 어느새 저의 역량보다 더 커져있었습니다. 욕심이 커지고 책임감도 커지면서 일이 제 삶의 전부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입사 초에는 열심히 증명하려는 생각에 24시간 모두를 회사에 쏟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요.

<내 삶이 무너진 이유 네 가지!>

광고주들의 끝없는 요청

내부의 매출 압박

리더십의 끊임없는 반복 (팀장, 행사총괄 등)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시도 + 실패) X 100


일의 반복과 반복 속에 쉬어보려 마음 먹을 타이밍도 놓쳐버려 그냥 무너지는 방법만 남았더라구요. 그때 무작정 교보문고로 달려가 ‘NN세, 퇴사해 NNN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OO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와 같은 에세이를 10권 가까이 읽어보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출근길 버스 기사님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버스 기사라는 직업이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외출과 귀가를 함께하는 일, 매일 매일 한 자리에서 돌아가는 일. 참 좋아보였습니다.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늘 같은 코스를 비나 눈이 와도 그대로 똑같이 운행하는 일이 좋아보였습니다.

<버스 기사에 끌린 이유 네 가지!>

기사 구인 수요가 높아지는 요즘!

2종이지만, 운전은 꽤나 잘하는 나!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매일 색다른 날씨, 사람을 만나는 것!

새로운 길을 개척할 필요 없는 업무!


갑자기 이런 생각들을 며칠 하다보니, 퇴사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하나 생기던 순간이었죠. 한 번도 희망란에 적어본 적 없는 직업을요.

결론적으로는 유빈 대표의 성화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저에게는 근거 없이 나를 받아줄 것(?)이라 믿는 직업이 하나 생기게 되었어요. (아직 대형면허도 없지만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게 좋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죠.


이런 마음은 허상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안정감을 줍니다. 내가 지금 진짜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없고 성공 못하겠다는 불안이 생기더라도 도전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 속 열정이 살아났습니다. 제 삶은 바뀐 게 없지만 괜히 자신감이 솟고,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퐁퐁 솟아나는 느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사람의 숫자만큼 직업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각자 자신의 자리가 절벽이란 생각에 매몰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일만이 전부고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고 차단하기보다는, 한 번 쯤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우리 모두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보드게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동물 조련사가 될 수도 있고, 조향사가 될 수도 있겠죠? 퇴사 생각할 때마다 딴 일 뭐있을까, 꿈이라도 꿔봐요, 우리. 인생이 180도 바뀔 수도 있을 거예요!



사직서 대신 다른 걸 품고 살아요 _ 유빈

저 또한 늘 가슴 속에 사직서 대신 품고 있는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작가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꿈꾼 직업이기도 해요. 그리고 아직 그 꿈은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여러 회사를 거쳐 퇴사하면서 그 꿈이 조금 더 정교하게 조각되어지고 있어요. 지금은 드라마 작가보다 더 큰 IP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쪽에 가까워요.


첫 회사를 퇴사했을 때는 지독한 스릴러물을 쓰고 싶었어요. 그때 아마 사람을 좀 죽이고 싶고, 세상이 싫었나 봐요. 그때 저에게 회사란 인간의 이기심을 끝없이 목격할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이기심을 나쁜 의미로 표현한 건 아니에요. 인간 자체의 본질적인 밥그릇 싸움은 스릴러 영화보다 더욱 피 튀기는 현장이잖아요. 사회초년생으로서 보이지 않는 칼싸움을 많이 목격했거든요. 그 칼 끝에 베이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하루하루 입증해내는 기분으로 회사를 다녔어요.


두번째 회사를 퇴사했을 때는 ‘연구소’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SF를 쓰고 싶었어요. 저는 연구소에서 자료를 보기 좋게 콘텐츠로 기획하는 에디터였는데, 연구는 저에게는 SF처럼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행위였거든요. 사람들에게 응답을 추출하여 사회적 현상을 관찰한다거나, 수많은 표본들을 이리저리 묶어 규정하는 일들이 인간 군상의 결정체 같았달까요.


제가 쓴 첫 SF소설 ‘멸망의 감정’도 이 시기에 탄생했어요. 3개월 뒤에 멸망하는 세상을 앞둔 주인공들의 이야기인데요. 이 소설을 구상할 때 너무 급박해서 배경을 공들이지 못 했는데, 시간이 있었으면 저는 무조건 주인공을 연구원으로 설정했을 거예요. 연구소 이야기는 아직 제 안에서 커지고 있고, 초반부 설정은 다듬다 못해 입으로 줄줄 외울 지경이 되었어요.


연구소가 완성이 되지 못한 이유는 게으름을 비롯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요. 최근의 퇴사에서 또 다른 것으로 다듬어지는 저를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퇴사할 때 정말 제 외부 상황은 디스토피아가 따로 없었거든요? 1년 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허무하게 엎어졌고, 거래처 담당자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임금 삭감도 있었고요. 와, 세상이 나에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괴로웠을 때 저는 퇴사를 결정했어요.


그건 도망이나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어요. 환경과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힘들다면, 내가 사업을 해봐야겠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일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끌려다니지 않고 선택해보자. 대뜸 그렇게 고민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슴 속에 사직서 대신 작가를 품고 사는 사람의 패기가 무엇인지 아세요?
어떤 시련과 고난을 마주해도 한 마디로 다 퉁이 되어 버립니다.


이 모든 것이 글이 될 테니까.


이제는 보이지 않는 칼싸움, 연구 같은 서늘하고 냉소적인 것들에 관심이 훅 꺼졌습니다. 치열하지 않고 그냥 재밌고 싶어요. 그렇게 쓰고 싶은 글을 여러분은 읽고 계십니다. 모든 사람의 삶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친구들이 많이 퇴사했습니다. (소희, 혜진, 수정, 성희, 현지... 지금 떠오르는 것만 다섯) 그토록 절실했던 친구들이 후련하게 사직서를 내는 모습이 참 묘합니다. 모든 일들이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직장은 뭣 같은 곳이라곤 하지만, 그곳을 지나치며 만난 사람들, 경험을 통해 사회인으로서 성장한 한 뼘, 이런 것들까지 뭣으로 제쳐버리고 싶지는 않잖아요. 퉤 하고 뱉어버리고 싶은 회사생활이지만 지나고 보면 꼭 접어두고 다시 보고 싶은 페이지가 되기도 하지요. 요란히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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