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도 크리에이터 나름
지난 11월부터 회사 내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구상하는 데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역할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나노부터 100만 이상이 넘는 크리에이터와 직접 소통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다. 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면면을 기록해놓으면 좋을 거 같다. 크리에이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잘 읽히는 글이 되길.
'크리에이터는 모두 유명해지고 싶어한다.'
이 명제가 늘 참이라고 생각해왔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유튜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틱토커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이들은 다 본인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시청자와 소통한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데 얼굴과 나의 주변 사람들과 내 시간들을 모두 공개할 수 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구독자 수와 유명세가 바로 돈으로 즉결되는 것이 온라인 세상이 아니던가. 당연히 연연할 수밖에 없는 요소일 것이라 단정했다.
구독자 NN만 정도 되는 크리에이터와의 미팅이었다. 그는 팬들과 소통도 많고, 댓글을 읽기만 해도 팬들이 그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따라서 먹고, 가고, 보고 즐기는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 그도 당연히 구독자 수에 대한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구독자 수도 엄청 욕심 없고, 별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냉소적인 대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채널을 아끼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면서의 불편한 점들이 오히려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동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 크리에이터의 별명은 공무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아는 몇 백만 구독자의 크리에이터라서 방송 출연을 하고, 자기의 이름을 건 사업을 하는 크리에이터처럼 큰 일을 벌이는 게 아니고, 매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영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우리도 생각해보면 대기업 들어가서 임원까지 올라가고 싶은 직장인이 있듯이, 크리에이터도 그냥 공무원처럼 자기 인생을 다 걸지 않고 그럭저럭하고 싶은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바로 위 예시의 크리에이터 외에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동료와 나눈 얘기다. 크리에이터를 만나서 일하면 재밌고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그것도 맞지만) 오히려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의 적나라하고 어려운 면모를 많이 보기도 한다. 재능이 있지만 광고가 없어서 불안해하고, 연예인처럼 소속사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오롯이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운신의 폭을 좁히기도 한다.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 채널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다보니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분명히 많은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와 광고주를 매칭하다보면 많이 느끼는 것이 있다. 세상이 이해하는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의 현실이 너무도 격차가 크다. 크리에이터에 도전했다가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많은 요즘 이제 어느 정도 크리에이터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크리에이터를 직업이라고 온전히 이해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직장 그만두고 유튜브나 할까, 하는 냉소적인 표현이 밈처럼 만들어졌던 게 머지 않은 과거이며, 크리에이터의 몸값을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며 비아냥 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고, 알고리즘 같은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선택을 받는 영역이라 실력보다는 운이 더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크리에이터의 모든 현실이 세상에 면면이 드러나진 않는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꿈을 펼칠 수 있고, 자신의 플랫폼이 실현해낼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계속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유입되고 콘텐츠가 많아져야 플랫폼이 운영되니까. 그러면 이미 한참 전부터 크리에이터였던 사람들은? 크리에이터를 생업으로 삼게 되어 이제 크리에이터가 아닌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누가 조명할까? 그저 그들의 경쟁력으로 살아남으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얘기 같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오래 살아남을 본인의 정원을 만들 수 있을지 알려주고, 그래서 조금 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