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려면,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기

척 하다 보면 되어 있는 마법

by 손유빈

글을 잘 쓰고 싶다! 라는 열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글을 잘 쓰는 삶은 정말 좋다. 편지로 친구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전달하기 쉽다. 나는 사과문, 탄원서, 요청서, 자기소개서를 교정하거나 대필해준 적이 많다. 내가 써준 글을 받으면 다들 '글쓰기'가 얼마나 멋진 영역인지 깨닫는다. 글을 잘 쓰면 이런 게 좋구나! 라는 말이 돌아올 때마다 참 기쁘다. 글쓰기는 나의 힘이다.


사람은 언제 억울할까?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때, 또는 그 말을 했음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라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쓰면 우리는 덜 억울하게 살 수 있다. 나는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억울한 적은 없다. 내 진심을 장문의 글로 써서 상대에게 들리도록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래서 글쓰기는 나의 힘이다.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먼저 글을 잘 쓰는 것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무척 어렵다. 많이 읽고 써보지 않고서는 내 스스로도 잘 쓴 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남한테는 잘 쓴 글이라는 칭찬을 들어도, 내 마음에는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반대로 내 맘에는 쏙 드는데, 남한테는 한없이 구리고 별로라는 평을 듣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 모든 기준을 들어 '글을 잘 쓴다'까지 도달하기에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어려서 글짓기 대회 입상을 많이 했다. 큰 상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를 당연히 언제나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살았을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위를 본다. 나보다 더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다. 걸출한 문예지에서 등단해서 소설가든 시인이든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 내가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한없이 작아지고야 만다.


그러나 나를 작게 만드는 감정은 어디에도 쓸 데가 없다. 나는 글 쓰는 것이 좋고, 미우나 고우나 글을 쓸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내 인생에 백지만 늘릴 뿐이다. 만약 내가 글을 남들보다 못 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떡하나? 나는 쓰고 싶은데. 그럼 써야 해소할 수 있다.


그러면 못 쓰는데 어떻게 계속 쓸 것인가 라는 문제만 남는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택했다.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어려워도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기는 아주 쉽다.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는 2가지 방법


1. 하면 안 되는 것들을 하지 않는다.

(맞춤법 틀리기, 한 문장을 중언부언 길게 쓰기, 정확하지 않은 단어 쓰기)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도 좋아하는 거 백 개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거 하나 안 하는 게 더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글도 마찬가지다. 한국어에서는 하면 안 되는 것들이 참 많다. 띄어써야 하는지 붙여써야 하는지, 입소리 나는 대로 써야하는지, 사이시옷을 넣는지 마는지 하는 등등 수많은 규칙들이 존재한다. 이걸 다 지켜야 해? 라고 하지만 나는 맞춤법은 교통 질서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보행자라면 무단횡단하지 않고, 운전자라면 과속하지 않고 신호에 맞게 길을 오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하지 말라는 것을 안 하고 규칙을 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 일단 보통의 쓰는 사람을 제칠 수 있다. 맞춤법, 오탈자를 고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는 아주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가끔 글쓰기 무단횡단을 할 때가 있지만 최대한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


맞춤법 지키기 외에도 많이들 어려워하는 것이 문장을 짧게 쓰는 것이다. 문장을 짧게 쓰지 못하는 이유는 할 말이 너무 많거나, 마음이 급해서 뭐든 우겨넣는 성미거나, 나의 짧은 문장력이 들통나서 글을 못 쓰는 것이 탄로날까 봐... 등등이 있다.


(1) 홍대입구역 가까이에 위치한 블루리본이 많고 사장님이 친절한 카페에서 나는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2) 나는 지금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쓴다. 유리 외벽에 블루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커피가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하다.


글자 수도 거의 같게 두 예시를 써보았다. 뭐가 더 잘 쓴 글 같은가? 당연히 후자다. 나는 사람들에게 제발 끊어 쓰라고 빈다. 그래도 단순한 문장=못 쓴 글이라고 오해하며 지지부진한 수식을 꾸역꾸역 문장 안에 밀어 넣는다. 묻지도 않은 걸 한 호흡에 말하는 사람은 멋이 없다. 나도 자꾸 할 말이 많아지면 문장이 길어지곤 한다. 글을 다 쓰고 퇴고할 때 내가 지키는 원칙 1순위는 1문장 1정보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만을 전달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한 호흡 챌린지처럼 줄줄이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꼭 짚어봐야 한다. 1문장 100정보는 쓰는 사람도 힘들고, 힘들여 쓴 글을 아무도 의도대로 읽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정확한 단어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글을 쓸 때 단어가 안 떠올라서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다. 살짝 팩폭하자면 어휘력을 기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항상 먹는 것만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할까. 그것도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고 한 종류만 주구장창 먹는. 어휘력을 기르려는 노력 없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소망은 미각도 둔해지고 영양소 불균형도 올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나는 미식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셈이다. 뭐든 많이 먹어봐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나는 무작정 읽기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뭐든 많이 읽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폭포수에 앉아서 득음을 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나는 한달 평균 두어 권 책을 읽는다. 다독하는 편은 절대 아니다. 읽으면서 단어를 조합해서 노는 걸 좋아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검색해보고, 유의어와 반의어를 익힌다. 이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서 이후 시리즈에서 쓰겠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사전 편찬한 사람이 쓴 책을 먼저 읽어보세요! 나는 이런 단어의 차이나 유사성을 아는 일을 어려서부터 놀이로 즐겼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0323652


2. 남한테 내 글을 보여주면서 쓰는 사람임을 어필한다.


1을 통해 객관적으로 잘 쓴 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사람들을 세뇌해야 한다. 나는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 계속 쓰는 사람이다, 어필해야 한다! 나는 주변에 내 글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내 블로그나 브런치를 읽었다고 재밌다고 해주는 사람들을 애정한다. 이것도 쓰고 있는데 나중에 보여줄까? 내 책 줄까? 이런 말을 서슴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 글 보여주기에 흔쾌하진 않았다. 헐벗은 느낌이랄까. 내 모든 장기를 다 까발려 내놓고도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반발심. 누가 물어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을 내 얘기를 기어코 주구장창해버리는 뻔뻔함. 망해가는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늘리는 일에 기어이 일조한 인간공해 그 자체가 되어버린 느낌. 그 모든 고통을 꾸역꾸역 삼키며 '내 글 읽어볼래?' 했던 것이다.


고통은 차츰차츰 무뎌진다. 그렇게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보여주다보면 내 글이 아주 취향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내 소설을 읽은 어떤 분이 블로그에 후기를 쓴 것을 보았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는데 "대사를 정말 잘 쓴다고 느꼈다. 말맛을 아는 작가 같다"라는 코멘트를 써주셨다. 나는 그 분과 내가 쓴 대사 모두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으로 썼을 뿐인데 '와, 네 글 너무 재밌어! 또 써줘!'라고 하는 사람들이 오천만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존재를 상상하고, 동력으로 삼는다.


만약 내가 아무에게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들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우사인볼트가 세계에서 왜 달리기가 제일 빠른 사람인 줄 알아요? 끝까지 달렸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인용하니까 더 웃김... 죄송합니다.

욕설과 술냄새가 가미되어 스윙스의 이 발언은 꽤나 놀림감이 되었지만 나는 남들 모르게 공감했다. 우사인 볼트가 달리기 재능을 모르고 사무직 직장인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서 혼자 웃기도 했다. 자신을 믿고 연습했고, 대회에 도전했고, 달렸고, 기록을 세웠다. 쾌거를 이룬 순간 외에 그 모든 과정은 우사인 볼트 혼자만 알겠지. 스윙스는 아마도... 우사인볼트가 멋진 이유로 가장 빠른 사람이라서보다 그 과정을 끝까지 견뎌낸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대회, 피드백, 평가는 모두에게 가혹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발전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글을 잘 쓰려면 '피드백'이 필수다. 욕을 들어먹으라는 말이 아니라, 반응을 봐야 내가 잘 쓰는 분야, 못 쓰는 분야를 명료하게 알 수 있다. 아, 나는 대사를 잘 쓰는구나. 좀 더 이 부분을 매력적으로 써봐야지. 그런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가다보면 글쓰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욕 먹을지도 모르니까 보여주지 말아야지- 라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잘 쓸 수가 없다. 당장 서점에 가보라. 분명 당신보다 못 쓰는 사람 누군가는 책을 내고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그 사람이 왜 작가인 줄 알아요? 끝까지 썼고 사람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다음에는 다들 모르고 넘어가지만 대부분 갖고 있는 '숨겨진 글쓰기 재능'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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