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넘겼던 당신의 글쓰기 재능

내가 숨겨진 글쓰기 재능충?

by 손유빈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말하면 "그건 재능이 있었던 것 아니에요? 저는 진짜 글 못 써요" 라는 말이 돌아온다. 앞선 시리즈에서 말했듯 그건 그저 많이 써보지 않았을 뿐이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글쓰기 재능을 '이것쯤이야' 아무나 갖고 있는 그것이라고 별 생각 없이 후루룩 넘겨 버렸을 확률이 높다.


나는 타인과 대화하다보면 상대가 글을 잘 쓸 것 같다, 못 쓸 것 같다를 알아챌 수 있다. 말에 드러나는 표현력과 재치, 언어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다. 일상에서 넘겨버린 글쓰기 재능을 통해 오늘은 누구나 '못 쓰는 줄 알았던 내가 숨겨진 글쓰기 재능충?' 이라는 제목의 웹소설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1. 말이 많다.


사람들은 말이 많은 사람을 피곤해 한다. 본능적으로 짧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세상에서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고 취급한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그 말을 다 듣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말한다. 대화는 상대가 있어야 유효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할 말을 온라인에 적어두면 그 말이 필요한 사람이 검색이든, 뭐든 해서 찾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수다쟁이는 글을 잘 쓰기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다. 하고 싶은 말을 의지대로 다 해두면 당장 내일이든, 내가 그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어느 때에도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말이 많아서 많이 써둔 것은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을 걷어내면 그럴 듯한 글이 탄생한다. 반대로 걷어낼 것도 없는 무형의 상태에 가까운 말하기는 발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말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면 그 말을 고스란히 적어보라. 고치지 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줄줄. 그러고 다시 읽어보면서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은 몇 문장을 정리하면 타인이 읽기에 좋으면서도 나다움을 담은 글이 나온다. 믿어보라!


2. 언어 유희, 말장난을 잘 한다


흔히들 말하는 '아재개그'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아이스크림이 죽었다, 그 이유는? - 차가 와서 이런 식으로 아재개그 모음 42선 이런 것을 품에 안고 사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의 초성을 따 ㅅㅅㄱ을 쓱:빨리 지나가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치환해 쓱배송, 쓱닷컴 등 더욱 직관적인 네이밍에 도전한 사례를 들고 싶다. 나는 이런 말 바꾸기 놀이를 좋아한다. 모든 창조의 기본은 모방이라고 하지 않나. 이미 있는 말들은 비틀고, 치환하는 과정에서 아재개그처럼 재미 없는 농담 따먹기도, 세상을 뒤바꿀 카피도 나오는 법이다. 차가 와서 죽은 아이스크림도 재미에 더해 효용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이 읽었겠지.


세상에 재밌다고 떠도는 밈들은 언제나 그 당시의 또 다른 밈을 변용한다. 더글로리가 한창 핫한 드라마이던 시절에는 더글로리의 대사를 변용해서 이곳저곳 써먹는 것을 많은 이들이 즐겼다. 하지만 더글로리 시즌2가 끝나고 화제성이 떨어지던 즈음에는 그런 변용이 지겹게 느껴지고 자칫하면 노잼이라고 비난을 들어먹기도 한다.


드라마나, K-pop 노래 등 그렇게 한 분기를 장식하는 핫이슈들 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짤로 도는 것은 비교적 수명이 길다. 밈 갖고 놀기 천재라면 단어에 대한 응용력이 살아있는 것이고, 그것은 금방 글쓰기에서 예시나, 비유를 잘 넣을 수 있다는 의미로 작용하기도 한다. 조선시대로 치자면 사자성어나 속담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할까.


3. 나는 누구인가, 존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나는 왜 그럴까? 질문이 많은 사람은 그 해답을 파악할 준비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질문하는 모든 이들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는 잘 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 첫걸음이 된다.


이 표현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수많은 글들 사이에 굳이 내 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글쓰기의 존재 증명은 나 자신의 존재 증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나에 대해서 전혀 궁금하지 않고, 나 자신을 돌볼 줄 모르는 사람보다 내가 왜 이런 사람인지, 내 욕구는 어떤 형태인지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글쓰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4. 타인의 결과물을 두고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3번과 연장선에서 더 나아간 버전이다. 범죄나 사회적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닌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타인의 결과물을 두고 '왜 저렇게 하지? 나는 이렇게 해서 더 잘 할 텐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왜 이렇게 만들지? 개노잼이다. 돈낭비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영화에 대해 쓸 거리가 없다. '나는 ~~해서 이러한 영화가 너무 재밌다'처럼 내 기호에 이유를 제시할 수 있거나 '왜 저렇게 만들었지? 나라면 이렇게 만들었을 텐데'처럼 나만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써야 한다. 당신이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음으로 세상은 더 많은 생각이 충돌하고 확장되는 사유의 장이 된다. 이런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이미 글이든 뭐든 세상에 표현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5. 혹시 나에게 해당하는 재능이 있을까 해서 이 글을 자세히 읽어봤다


오해하지 마라. 읽는 사람에게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재능충입니다' 라는 고리타분한 말을 하고 싶어서 이 항목을 쓴 건 아니다. 우리는 세 줄 요약 없이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Z세대의 문해력이 입방아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으며 내 재능을 셈했다면 당신은 이미 재능이 있다. 글쓰기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쓰려면 고군분투해야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척척 멋드러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진 자신을 어여쁘게 여겨야 한다. 그래야 또 쓸 수 있다.


재능은 여기까지 알아보고, 다음 시리즈에서는 이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스킬을 알려준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에세이나 소설, 자소서처럼 잘 갖춘 상황에서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센스 있는 말하기, 내가 파는 상품 소개하기, 술자리 건배사 잘해서 센스쟁이 되기 등 언제 어디서나 은밀하게 개발해온 글쓰기 스킬은 통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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