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에 내놓는 답

by 손유빈

나는 "너는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쓰니?" 라는 말을 일평생 들어본 사람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대학도 문예창작학과를 나왔고, 에디터로 일했고, 소설도 썼으니까. 그만큼 썼는데 못 쓰면 이상한 일이다.



글을 잘 쓰기 때문에 글을 계속 썼다(X)

글을 계속 썼기 때문에 글을 잘 쓴다(O)


다들 알겠지만 글쓰기는 훈련의 영역이다. 많이 쓰면 당연히 잘 쓴다. '내가 성공하고 싶은 분야의 책 100권을 읽으면 필연적으로 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꾸준한 노력은 둔해보여도 모두 내 자산이 된다.


너무 당연한 말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잘 쓰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시리즈를 쓰기로 한다. 어떻게 지금껏 써왔고, 앞으로 어떻게 쓸지 내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나는 세상의 모든 활동 중에서 '글쓰기'를 가장 좋아한다.

내 글쓰기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나는 (과장해서) 누워 있기보다 글 쓰기가 더 좋다. 예전에는 지금껏 등록금 내가며 학교 다닌 부채감으로 글을 썼지만 지금은 즐겁게 글을 쓴다. 에디터 일을 하면서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이토록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사실 더 많지만 구구절절이라 줄였다)


1. 실수를 내 의지로 줄일 수 있다. 말은 맞춤법 검사기로 돌릴 수 없지만 글은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2. 돈이 없어도 쓸 수 있다 흰 종이랑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쓸 수 있다.

3. 쓰면 쓸수록 잘 써진다.


1과 2는 모두가 흔쾌하게 동의하겠지만 3에서 멈칫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많이 안 썼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많이 썼다' 책 한권 정도 분량(15만 자)이 기준이다. 그정도 쓰고 나면 어느 정도 글을 쓰는 나만의 요령이 생긴다. 나는 그냥 좋아해서 쓰다보니 많아졌다. 울며불며 쓰던 때도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글쓰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과정'이었던 셈이다.


작가가 되고 싶긴 해? 근데 왜 안 써?

나도 너무 안 쓴다. 맨날 개쩐다.미친.오진다! 이딴 말이나 쓰면서 언어를 썩히고 앉았다. 하지만 너무 쓰기 싫은 걸? 글쓰기가 너무 좋지만 너무 귀찮다. 그럴 때는 핸드폰 메모장에라도 쓰긴 한다.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도


세상에 얼마나 많은 단어가 있는데

그중 몇 안되는 단어로만 살아가다니 인생 구려!!! 억울해!!!!!


가 되어서......다시 열심히 쓰려고 한다. 띄엄띄엄 하루에 천 자는 쓰는 듯.


작가가 못 되는 이유 = 글을 못 써서 (X) 글을 안 써서(O)


나는 그동안 내가 작가가 되지 못하는 건 내가 그만큼 글을 잘 쓰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책을 한 권 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끝까지 쓰면 언젠가 세상 빛을 본다. 끝까지 쓰지 못하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끝까지 붙들고 쓰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되어 있다. 책을 출판하지 않아도 나는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 "작가예요." 라고 말하면 추켜올려주거나, 추켜올려주길 바라며 자신을 작가로 칭하는 사람들은 싫다. 작가는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 외에 그 어떤 것도 함의하지 않는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두 부류이다

내 글만 쓰면서 사람들을 안 들여다볼 때는 몰랐는데,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하더라. 그들이 꿈꾸는 작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서 하나의 정제된 출판물로 내놓는 일을 꿈꾸는 사람, 세상에 내 글을 내놓고 벌어지는 일을 기대하는 사람. 전자라면 나는 언제든 글을 쓰기를 추천하지만, 후자는 절대 반대다.


어느 날 갑자기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는 꿈을 꾸며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인 불행이 쫓아오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나를 끄집어내서 글로 펼치는 일이 고통스럽고, 그렇게 쥐어짜낸 글들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 또 다른 고통으로 이어진다. 물론 경험담이다. 그런 로망이 없이 어떻게 작가가 되겠다고 각오하겠는가. 나는 그저 '쓰기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글로 따라오는 인기는 아주 아주 소소하고 부차적인 요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써야만 하는 사람

나는 언제나 내 글의 제 1독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쓴다. 나는 내가 쓰는 글들이 재밌다. 혼자 쓰면서 웃고 소리 내서 읽어보면서 뿌듯해 한다. 마감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울먹이면서 쓰지만 대체로 내 글은 너무 재밌다. 누가 디지털 공해 또는 나무 쓰레기라고 비난해도 이제는 '나만 재밌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끊임 없는 자기 혐오와 스스로가 고스란히, 아주 꼼짝 없이 담겨 있는 글들을 보면서 구역질이 날 때도 있었다. 백지 위에 깜빡이는 커서만 보고 있으면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현재도 불쑥불쑥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인정하고야 만다. 나는 글을 너무 쓰고 싶고, 써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한 유튜브 영상에서 장강명 작가가 나와 비슷한 얘기를 해서 엄청 공감했다.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와 소설을 미친 듯이 쓰면 갑자기 몰려드는 행복감. 그 때 아, 나는 써야만 하는 사람이구나! 나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이 참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감정을 느껴보면 좋을 텐데 생각할 때도 있다. 그래서 다들 좀 썼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일은 정말 정말 정말 재밌다.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이렇게 좋은 거 한 번 해보면 좋겠다! 그런 심정으로 나는 요즘도 글 써 보세요교를 전도하고 다닌다. 꾸준히 쓰면 뭐라도 돼요. 진짜라니깐요? 하면서. '알지만 ... 그래도 잘 안 돼요... 너무 못 써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위해서 다음 편에는 쉽게 글 잘 쓰는 사람으로 보이는 법을 써봐야 겠다. 오늘도 짧게 쓰기는 실패했다. 하하하하.


(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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