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93년생이다. 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치렀고, 18년도에 졸업하며 첫 직장에 입사했다. 밀레니얼 세대 청년으로서 입시도 취업도 쉬운 게 없었다. 고3 때는 수능특강을 달달 외우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고, 취준 때는 온갖 회사의 채용 공고 속 job description과 인재상을 보며 '성장배경', '입사 후 포부'를 지어내기에 바빴다.
수능특강만 달달 외우던 학생에게 전공을 선택해 진학하라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수학보단 국어 성적이 좋았던 나는 고등학교 시절 고민 없이 문과로 진학했고, 정시 원서 3개를 몽땅 국어국문학과에 넣었다. 운이 좋게도 전공 공부는 재밌었지만 취업의 관문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무는 몇 개 없었다. 왠지 모르게 영업은 싫었고, 마케팅은 우아해 보였다. 기업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멋진 카피라이팅, 내가 기획한 광고가 온갖 매체에 송출되는 상상. 그게 나를 마케터로 만들었다.
마케터로 일한 지 6년 차. 여전히 마케팅은 어렵다. 멋진 카피로 대중의 시선을 이끄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몰랐다. 마케터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내가 쓴 멋진 카피를 한 글자도 건드리지 않고 온전히 컨펌시키는 것이고, 가장 힘든 일이 멋진 광고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광고비를 확보하는 일인데 말이다.
그래도 마케팅은 재밌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을 해야 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나 빼고 모든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대중보다 더 설득하기 힘든 게 사내 의사결정권자들이다) 상상과 설득이라. 꽤 우아하지 않은가. 난 매일 무언가를 상상하며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가끔은 그 상상이 터무니없기도 하고, 남들을 설득하지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내 상상이 설득력 있어질 때, 분명히 성과가 난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다.
내가 가장 이 일을 얼마나 애증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게으르지 않게 적어보려고 한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아서 여기에 적힌 일기는 가끔은 스터디 기록이 될 것이다. 차곡차곡 마케팅 일기를 쌓아가며, 나도 더 가치 있는 마케터로 차곡차곡 커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