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2~3주차를 보내고
회사에서 1월은 정말 바쁜 시기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달에 세워놓은 1년 마케팅 플랜을 정교화하는 와중에 새로운 업무를 인수인계받아야 했고, 기존에 하던 업무의 12월 결과보고와 1월 계획 실행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언가에 끌려 다니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답이라고 했나. 그래도 한 2~3주 정도를 보내고 나니 끌려다니는 속도가 어느덧 좀 느려졌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새로 맡은 업무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필요했다.
회사에서의 업무는 보통 계획 - 실행 - 성과 분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은 성과 분석일 것이다. 과정의 아름다움 역시 중요하나, 성과로 증명할 수 없는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마케팅에서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캠페인이나 광고의 성향에 따라 ROAS나 ROI, 또 CPC, CTR, CPA, CVR 등 투입한 광고비 대비 효율을 분석한다.
소비재 산업군에서는 ROAS나 ROI가 가장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마케팅 프로젝트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을 경우 투입한 비용 대비 매출, 수익을 어느 정도 냈느냐는 질문이 가장 중요할 테니까. 하지만 한번 구매하면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면 (예를 들면 카드나 보험, 구독, 금융, 통신 등) 한번 고객이 유입되고 나면 어느 정도 머무는지(리텐션 기간) 또 얼마짜리 상품이나 멤버십에 가입하는지, 또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 고객 1인당 평균 수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ARPU)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이럴 경우 마케팅 성과 측정은 조금 더 까다로워진다.
예를 들어, 양말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퍼포먼스 마케팅 담당자가 매월 1천만 원 수준의 예산을 검색광고에 투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검색광고를 통해 홈페이지에 유입된 고객이 발생시킨 매출이 월 3천만 원이라면, 이 경우 (3천만 원/1천만 원)*100 = 300%가 ROAS가 된다.
이번엔 후불제 월 구독 서비스 브랜드에서 1천만 원을 검색광고에 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브랜드가 판매하고 있는 서비스는 총 10가지 종류로 1천 원에서 5만 원까지 다양하다. 이때, 검색광고를 통해 유입한 고객이 발생시킨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홈페이지 설계가 아주 중요하다. 최종 서비스 결제를 완료하는 화면을 상품 종류별로 다르게 세팅해서(unique URL) 카운팅 할 수 있도록 분석 툴을 세팅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서비스가 후불제이기 때문에 광고를 통해 유입된 유저가 가입 후 어느 정도 후에 떠났는지까지 트래킹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통 이것이 불가능할 테니, ARPU와 LTV(Life time value)등을 따져보며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0개월에 걸쳐 100만 원의 매출을 내는 브랜드가 있다고 하자.(월간 10만 원 수준) 이 브랜드는 평균 5개월 정도의 리텐션 기간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고객당 평균 LTV는 50만 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브랜드의 퍼포먼스 마케터가 ROAS 월 50%를 달성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면 과연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단기적으로는 월 10만 원을 벌기 위해 20만 원을 지출해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한번 가입시킨 고객에게 추가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평균 5개월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50만 원의 수익을 발생시켜 준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30만 원의 이득을 본 것이 된다. 만약 LTV를 따져보지 않고 광고 성과를 분석했다면, 장기적으로 30만 원의 이득을 볼 수 있을 캠페인을 중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산업은 물론 회사마다 마케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세팅하고 내부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 역시 마케터의 역량이 된다. 브랜딩이나 콘텐츠 마케팅 등 단기적으로 성과를 분석하기에 어려운 분야도 있다. 하지만 결국 전체 광고비 대비 매출과 수익, 이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마케터의 숙명이다. 투입한 예산으로 낼 수 있는 성과. 이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때,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의 규모도 커질 것이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가장 크게 하고 있는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콘텐츠와 브랜딩, 언론 PR을 담당하던 내가 무엇보다 정량적 수치가 중요한 퍼포먼스 마케팅까지 맡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해내야지 어쩌겠나. 산업과 회사의 상황을 잘 따져보고, 마케터로서 합리적은 성과 측정 기준을 만들어 내야지. 이를 해냈을 때 나도 한 뼘 성장해 있겠지.
날씨가 너무 춥다. 출퇴근길에 잠깐 걷는 시간이 상쾌했었는데, 요 며칠은 너무 추워서 고통스럽다. 얼른 날도 빨리 풀리고, 또 업무 속도도 더 차분해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