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스켓 Feb 01. 2017

디르홀레이와 검은모래해변

아이슬란드 디르홀레이

비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디르홀레이라는 곳이 있어. 그곳에 오르면 오른편으로는 검은모래해변이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코끼리 모양을 한 바위가 보여. 우리는 그걸 보기 위해 아침부터 일어나서 오늘 가야 할 루트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어. 자동차로 30분만 가면 되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구불구불한 산 길이라 멀미를 살짝 했던 거 같아.





이 날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어. 


비크에서 디르홀레이로 가는 길에는 햇빛이 눈이 부시게 쏟아졌어. 길 옆으로 잔잔한 바다가 펼쳐져서 눈이 더 부셨던 거 같아. 유독 날씨가 맑고 좋았던 날이었는데, 돌이켜보니 아이슬란드에서 보냈던 열흘 중 가장 빛이 났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어.





디르홀레이는 언덕이었어. 산이 아닌 언덕을 오른다는 행위가 나에겐 익숙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제주도 오름을 오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는 했어. 물론 오름은 걸어서 올라야 하지만 디르홀레이는 차를 타고도 오를 수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부분이겠다.


아이슬란드는 워낙에 대지가 넓어서 차를 타고 어느 정도 목적지 가까이에 간 후에 도보로 이동을 하고는 했어. 모든 곳을 도보로 이동하던 서유럽 여행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지. 디르홀레이도 오솔길처럼 나있는 길을 차를 타고 올라갔는데 그 길이 깨끗하게 닦여 있는 링로드와는 다르게 구불구불해서 엉덩이를 몇 번이나 찧으면서 올라갔지 뭐야.





정상에 오르면 드넓은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오른쪽으로 보이는 검은모래해변.

바다 주변에는 사람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것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바다와 해변, 그리고 그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만 존재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기했어.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나기도 하고.





언덕 위 하얀 집.





디르홀레이 주변은 신기한 바다가 많았어. 

달리는 길 양 옆에 있는 바다의 모습도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거든.





다시 비크로 돌아가는 길. 

풀을 뜯어먹고 있는 양들. 가까이서 보면 쟤네 엄청 지저분하게 생겼어.(ㅎㅎ)





아이슬란드인들은 여름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는 것을 추천한대. 물론 사계절의 매력이 있겠지만, 그래도 여름의 아름다움을 따라오지는 못한다고. 화창한 날씨의 아이슬란드를 겪고 있으니까 왜 그들이 여름을 그토록 아름답다고 하는지 알 것도 같았어. 맑은 날의 아이슬란드는 그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더라구.




특이한 케찹 디스펜서..


주유소에 들린 김에 사 먹은 핫도그. 아이슬란드에는 마트와 주유소가 항상 함께 있는 거 같았어. 어떤 마트에는 핫도그처럼 따뜻한 간식거리를 파는 푸드코너도 함께 있고. 얘네가 만들어주는 핫도그는 모두 하나같이 맛있었어. 가격도 저렴하고, 애매한 식사를 때우기에 핫도그만 한 것도 없었지.


좀 놀랐던 건 아이슬란드에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발견을 못한 건지 아니면 아예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일주하는 동안 한 번도 못 본 걸 보면 있더라도 한두 개쯤 있는 게 아닐까. 햄버거를 먹고 싶어서 찾아봤지만 항상 찾지 못하고 대신에 핫도그를 먹었던 기억이 나서..





쨍쨍한 여름도 아니고 새하얀 겨울도 아닌 그 중간의 계절 가을이었어. 





근데 그 가을 속에도 여름의 화창함이 있고 겨울의 눈과 얼음이 있더라.

아이슬란드는 그런 곳이었어. 




매거진의 이전글 비크의 평화로운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