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꽃게의 반전 : 산지보다 중요한 ‘손길’

국민 식재료에서 귀한 계절 음식으로 변한 꽃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by 김동건

한때 꽃게는 퇴근길 아버지의 손에 들린 검은 봉지 속에서도,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 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식재료였다. 장바구니에 담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고추장 툭 풀어 넣은 탕이나 찜으로 풍성하게 즐기던 대중적인 식품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마주하는 꽃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해수온 상승, 그에 따른 어획량의 변화로 인해 꽃게는 이제 작정하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비싼 계절 음식'의 반열에 올라섰다. 1kg당 가격이 웬만한 소고기 등심값을 호가하기도 하니, 이제 꽃게를 고르는 일은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 실패해서는 안 될 ‘투자’에 가까워졌다.


귀해진 만큼 대충 고를 수 없게 된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꽃게의 품질을 결정짓는 진짜 승부처는 단순히 어느 바다에서 잡혔느냐가 아니라, 배 위에서 이루어지는 조업 시스템과 사후 관리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흔히 꽃게 하면 많은 이들이 인천 연평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연평도 바다는 수온이 낮고 물살이 세서 꽃게의 알이 빨갛고 예쁘며 육질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미식의 관점에서 볼 때, 연평도 꽃게는 유통 과정에서 치명적인 품질 저하를 겪을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연평도의 주된 조업 방식인 ‘저인망’ 조업 때문이다. 바닥을 훑어 대량으로 쓸어 담는 저인망 방식은 효율성은 높지만, 그 과정에서 꽃게들이 서로 짓눌리고 부딪히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대량으로 잡힌 꽃게를 선상에서 바로 얼음을 채우는 ‘빙장’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이는 살아있는 상태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보다는 죽은 직후의 신선도를 보존하는 방식이다. 즉, 활꽃게 특유의 생명력 있는 식감을 기대하는 소비자에게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충남 보령이나 태안, 서천 쪽의 꽃게는 조업의 결이 다르다. 이곳은 주로 통발이나 자망을 사용하여 꽃게를 한 마리씩 정성스레 낚아 올린다. 특히 태안권 꽃게 조업의 정점은 잡자마자 이루어지는 정교한 공정에 있다. 바로 꽃게의 집게발 일부를 잘라내는 작업이다. 얼핏 보면 상품성을 해치는 것 같지만, 이는 수족관 계류 과정에서 꽃게들이 서로를 공격해 상처를 입히거나 다리를 끊어내는 ‘자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고도의 관리 기술이다. 동족 포식의 본성이 강한 꽃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무기를 미리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덕분에 이 지역 꽃게들은 수족관에서도 최상의 활력을 유지하며 소비자의 식탁 앞까지 살아있는 상태로 전달된다. 결국 어디서 잡았느냐라는 산지의 이름값보다, 어떻게 다루어 유통했느냐가 우리가 마주할 퀄리티를 결정하는 진짜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비싼 값을 치르고 마주한 수많은 꽃게 중, 속이 꽉 찬 진짜배기를 골라내는 실전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역시 무게다. 겉보기에 크기가 위압적이라고 해서 덥석 집었다간, 껍데기 안에 물만 가득 찬 이른바 ‘물게’를 만나 실망하기 일쑤다. 같은 크기라면 무조건 무거운 것을 택해야 한다. 살이 꽉 찬 꽃게는 물을 머금은 가벼움이 아니라, 손바닥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꽉 찬 하중을 선사한다. 그 묵직함은 곧 꽃게가 탈피 후 충분히 영양을 섭취해 살을 채웠다는 물리적 증거다.


또한 배딱지의 상태도 정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배딱지가 지나치게 하얗고 깨끗하며 광택이 난다면 오히려 의심해봐야 한다. 이는 탈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껍데기만 새것일 뿐 속살은 채워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꽃게는 배딱지가 약간 노르스름하거나 거뭇한 빛을 띠며, 손가락으로 힘주어 눌렀을 때 돌처럼 단단한 저항감이 느껴지는 개체다. 껍데기가 단단하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 생존하며 내실을 다졌다는 뜻이다.


선별의 디테일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싶다면 다리 마디를 공략해야 한다. 꽃게의 살은 몸통에서부터 차올라 다리 끝으로 향한다. 다리의 가장 굵은 마디를 살짝 눌렀을 때 비어 있는 느낌 없이 팽팽하고 단단함이 전해진다면, 그 꽃게는 몸통은 물론 다리 끝까지 살의 밀도가 꽉 차 있다고 확신해도 좋다. 반대로 다리 마디가 힘없이 들어간다면 몸통 수율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봄의 암꽃게가 주는 붉은 알의 녹진함과 가을 숫꽃게가 선사하는 달큰한 살점의 풍미는 우리 바다가 주는 위대한 선물이다. 하지만 이제 꽃게는 더 이상 '그저 사 먹으면 되는' 흔한 음식이 아니다. 조업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지식과 꼼꼼하게 만져보고 선별하는 미식가적 안목이 합쳐질 때, 비로소 비싼 값을 지불한 대가로서의 완벽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산지의 마케팅에 속지 않고, 자신의 감각으로 단단한 한 마리를 골라내는 즐거움. 그것은 오늘날 귀해진 꽃게를 대하는 가장 현명하고도 각별한 미식의 묘미가 될 것이다.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냄비 속에서 붉게 익어가는 꽃게의 진한 향기를 맡으며 그 고된 조업 과정을 떠올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고귀한 식재료에 대한 진정한 예우일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통조림 너머의 진실, 당신이 몰랐던 골뱅이의 진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