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지략가 돌문어, 그 질긴 생명력에 대하여

양식 불가능한 지능과 현장의 역설이 빚어낸 돌문어 미식의 진수

by 김동건

문어는 전 세계적으로 미식의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생물 중 하나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사랑받는 진미지만, 영미권의 많은 나라에서 문어는 오랫동안 ‘악마의 고기(Devil Fish)’라 불리며 기피 대상이었다. 기괴한 생김새와 지능이 높다는 사실이 오히려 인간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포의 이면에는 무척추동물 중 가장 높은 문어의 놀라운 생태적 지성이 숨어 있다.


문어는 단순히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생물이 아니다. 연구를 위해 수조에서 관찰되는 문어들은 정교한 그물 매듭을 이해하고 스스로 풀어 탈출하는 지략을 발휘하며, 실험자가 준 먹이가 신선하지 않으면 보란 듯이 배수구에 던져버릴 정도로 자아가 강하고 영리하다. 도구를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하거나 환경에 맞춰 위장술을 펼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러한 고도의 지능과 예민하고 독립적인 성정은 역설적으로 문어의 ‘상업적 양식’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좁은 가두리 안에서 인간의 통제를 견디지 못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해를 하거나 동족끼리 서로를 포식하기에,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문어는 오직 자연만이 허락한 고귀한 선물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만나는 문어는 크게 동해 깊은 바다에서 나는 대문어(피문어)와 남해와 서해의 거친 암초 지대에서 서식하는 돌문어(참문어)로 나뉜다. 수십 킬로그램까지 자라며 연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하는 피문어가 잔칫상의 화려한 주인공이라면, 돌문어는 그 이름처럼 거친 물살과 암초 사이를 누비며 단단한 근육을 키운 내실 있는 실력자다. 특히 돌문어는 크기가 무조건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너무 비대해진 개체는 육질이 질겨져 특유의 풍미를 해치기 쉽다. 미식의 관점에서 볼 때, 성인 남성 주먹 두 개 정도 크기인 1kg 내외의 개체가 식감과 감칠맛의 밸런스가 가장 훌륭하며 최상의 미감을 선사한다.


돌문어의 미식적 가치는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는 문어에 대해 "맛은 감미롭고 회로 먹거나 말려 먹기에 좋다"라고 기록하며, 예부터 기력을 보하는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아 왔음을 시사했다. 이 귀한 식재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삶는 과정에서의 정교함이 필수적이다. 깨끗이 손질한 문어를 무즙이나 소주, 혹은 식초를 살짝 넣은 끓는 물에 다리부터 천천히 담가 모양을 잡으며 7~10분 내외로 짧게 삶아내야 한다. 그래야 돌문어 특유의 탱글탱글한 탄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얇게 저며 기름장에 찍어 먹는 숙회는 돌문어만이 가진 야무진 풍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미식의 정석이다.


하지만 최근 이 돌문어를 둘러싼 수산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비장하고도 역설적이다. 정부는 고갈되는 수산 자원 보호를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산란기인 5~6월을 중심으로 '돌문어 금어기'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들의 체감은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로 흘러간다. 어민들은 금어기 시행 이후 오히려 문어의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적 ‘위기 번식’ 이론과 맞닿아 있어 흥미를 더한다. 문어는 천적을 만나거나 서식 환경이 척박해지는 등 생존의 위기 상황을 맞닥뜨려야 종족 보존 본능이 극대화되어 번식을 서두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적당한 어획 압력이 문어의 번식 활동을 자극하는 방아쇠 역할을 해왔는데, 일률적인 금어기가 이러한 생태적 자극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문어의 번식 주기를 교란하고 개체 수를 줄어들게 했다는 지적이다.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가 자연의 야생적 활력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 역설적인 호소는, 우리가 대자연의 복잡한 생리를 얼마나 단편적이고 행정적인 잣대로만 이해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되묻게 한다.


결국 돌문어라는 존재를 대하는 것은 단순한 미식을 넘어 자연의 깊은 섭리를 마주하는 일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고고한 지능, 그리고 거친 바다 암초가 빚어낸 단단한 육질 속에는 우리가 정복할 수 없는 야생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인간의 설계보다 훨씬 오묘하고 정교한 바다의 질서를 존중하며, 그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돌문어라는 영리한 생명과 공존하며 그 가치를 예우하는 미식가의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 이제는 흔했던 대중 식재료에서 귀한 계절 음식으로 거듭난 돌문어 한 점을 대하며, 우리는 바다가 건네는 겸손한 가르침을 함께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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