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요한 건 어디서 샀냐가 아니다
나는 수산 MD라는 직업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연어 어디 거 사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특정 쇼핑몰이나 브랜드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괜찮다고 느꼈던 가공장의 제품들을 기준으로 추천하는 편이었다. 같은 연어라도 어디서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나기 때문이다.
연어필렛을 구입해서 집에서 직접 썰어 먹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분명 같은 노르웨이산 연어인데, 어떤 날은 유난히 맛있고 어떤 날은 물컹하거나 비린 느낌이 난다. 이 차이를 단순히 원산지나 가격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원산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 연어의 맛은 원산지와 원물의 상태가 기본을 이루고, 여기에 가공이 더해지면서 최종적인 완성도가 결정된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연어회 상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다양한 연어 제품들을 직접 시식해본 적이 있다. 서로 다른 가공장에서 만든 연어는 물론이고 대형 유통 채널 제품까지 포함해 비교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나름의 예상이 있었다. 대형 유통 채널은 물량도 많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같은 연어를 사용했음에도 제품 간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가공장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반대로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연어를 직접 수입해 가공까지 진행하는 업체도 있었고, 수입사로부터 원물을 받아 가공만 하는 업체도 있었는데, 이들의 결과물은 같은 연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식감과 풍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는 결국 가공에서 비롯된다. 몇 가지 요소로 나눠보면 그 이유를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원물의 회전이다. 연어는 생각보다 변화가 빠른 어종이다. 입고 이후 얼마나 빠르게 소진되느냐에 따라 식감과 풍미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회전이 빠른 곳은 항상 신선한 원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회전이 느린 곳은 보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차이는 그대로 드러난다. 수분이 올라오고 식감이 무너지며 특유의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세척 공정이다. 연어는 가공 과정에서 위생 관리를 위해 소독수로 세척을 거친다. 이때 원물을 담그는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시간이 짧으면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길어지면 살이 물을 머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식감이 흐트러지고 먹었을 때 물을 머금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소비자들이 흔히 말하는 ‘물컹하다’는 인상의 상당 부분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세 번째는 원물의 크기다. 연어는 크기에 따라 지방 분포가 달라진다. 작은 개체는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큰 개체는 지방이 많아 기름진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원물이 일정한 기준 없이 섞일 경우 맛의 편차가 커진다는 점이다. 품질이 안정적인 가공장일수록 사용하는 원물의 크기를 일정하게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정리하면 답은 단순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사야 하는지를 묻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판매처가 아니다. 이 연어가 어떤 원물을 사용했고, 어디서 어떻게 가공됐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원물의 상태와 원산지, 그리고 회전 속도와 가공 방식, 원물 선별 기준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연어가 만들어진다.
같은 연어인데 맛이 다른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원물과 가공, 이 두 가지 요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