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아르헨티나 홍새우의 진짜 이야기

붉은 색의 비밀부터 ‘랍스터 새우’라는 이름의 실체까지

by 김동건

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새우는 회색이나 푸른빛을 띤다. 열을 가해야 비로소 붉은 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홍새우는 다르다. 이 새우는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붉은 색을 띤다.

이 독특한 외형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동시에 시장에서 빠르게 주목받는 계기가 된다. 다만 이 붉은 색은 신선도의 지표가 아니다. ‘아스타잔틴’이라는 색소가 외부로 드러나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품종과 서식 환경의 차이에 가깝다.


이처럼 시각적으로 차별화된 특징은 자연스럽게 시장 확산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아르헨티나 홍새우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수입 물량이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외식업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짧은 시간 안에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감바스나 파스타와 같은 메뉴에서 사용되며 ‘보기 좋은 새우’라는 인식이 형성된 점이 크다.

여기에 더해 ‘이지필(easy peel) 새우’의 대중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껍질이 손쉽게 벗겨지도록 가공된 형태의 새우가 소비자에게 익숙해지면서 손질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홍새우 역시 이러한 소비 흐름과 맞물리며 가정과 외식 모두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확장됐다.


이 새우는 대부분 자연산으로 어획된다. 양식이 아닌, 남대서양 해역에서 잡힌다.

자연산이라는 단어는 보통 높은 가격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특정 해역에서 대량 어획이 가능하고, 선상에서 바로 냉동되는 유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가격 안정성을 만든다.


이 지점에서 아르헨티나 홍새우는 ‘자연산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어획 구조는 서식 환경과도 연결된다. 아르헨티나 홍새우는 남대서양의 수심 50~300m에 이르는 비교적 깊은 해역에서 자란다. 특히 상업적인 어획은 100~200m 내외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이 환경은 색의 형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체내 색소가 외부로 드러나는 구조 역시 이러한 서식 조건과 맞물려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깊은 수심에서 자라는 어종은 활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근육 조직은 단단한 탄력보다는 부드러운 결을 띠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양식 새우가 탄력 있는 식감을 중심으로 한다면, 홍새우는 단맛과 풍미, 그리고 부드러운 식감에 더 무게가 실린다. 결국 이 새우의 색과 맛은 단순한 품종의 차이를 넘어 서식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랍스터 새우’라는 이름으로도 이어진다. 해외에서는 ‘랑고스티노(langostino)’라는 표현이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랑고스티노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작은 랍스터나 그와 유사한 갑각류를 넓게 지칭하는 표현이다. 특정 종을 의미하기보다는, 랍스터와 비슷한 이미지와 풍미를 가진 새우류를 통칭하는 경우에 가깝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홍새우는 단맛이 강하고 풍미가 진하다는 점에서 랍스터와 일부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식감과 조직은 분명히 다르다. 랍스터가 단단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가진다면, 홍새우는 훨씬 부드럽고 쉽게 풀리는 결을 보인다.

결국 ‘랍스터 새우’나 ‘랑고스티노’라는 표현은 유사한 인상을 전달하기 위한 명칭일 뿐, 동일한 식재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풍미 중심의 특성은 조리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홍새우는 머리까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 부분에 포함된 내장이 조리 과정에서 강한 감칠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버터구이나 감바스 같은 요리에서 이 풍미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이 새우의 강점은 식감보다는 풍미에 있으며, 머리까지 활용되는 이유 또한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최근 외식업에서 이 새우의 활용이 늘어난 배경도 같은 맥락에 있다. 붉은 색 자체가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손질이 비교적 간편하며, 원가 또한 안정적이다. 맛과 비주얼, 그리고 가격까지 동시에 충족시키는 식재료는 많지 않다. 아르헨티나 홍새우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며 외식업에서 활용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홍새우는 단순히 ‘붉은 새우’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색의 구조, 서식 환경, 유통 방식, 그리고 시장에서의 역할까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에 가깝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수산물 역시 이처럼 다양한 조건 속에서 선택되고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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