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의 장벽을 넘어야 비로소 보이는 식재료의 가치
아주 못생겼지만 맛이 좋은 생선이 있다. 겉모습만 보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법하지만, 의외로 셰프들이 먼저 찾는 재료다. 달고기다.
달고기의 외형은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전체적인 비율은 마치 쥐치를 연상시키듯 납작하면서도 위아래로 길게 늘어진 형태를 하고 있고, 옆에서 보면 유난히 몸통이 얇아 독특한 실루엣을 만든다. 여기에 몸 중앙에는 마치 누군가 일부러 찍어놓은 듯한 커다란 검은 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점은 달고기를 다른 어종과 구분 짓는 가장 직관적인 특징이다. 어딘가 어색하고 불균형해 보이는 이 생김새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맛있어 보이는 생선’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생선을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달고기는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어종이라 보기 어렵지만, 서양에서는 ‘존도리(John Dory)’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식재료다. 단단하면서도 결이 고운 흰살, 과하지 않은 감칠맛은 조리법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달고기의 진가는 결국 맛에서 드러난다. 이 생선은 흔히 접하는 광어나 우럭과 같은 흰살생선과 결을 같이하지만, 식감과 풍미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살은 단단하면서도 지나치게 질기지 않고, 결이 곱게 풀리며 입안에서 부서진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올라오는데, 이는 지방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균형 있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열을 가했을 때의 완성도가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흰살생선이 가열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며 퍽퍽해지기 쉬운 반면, 달고기는 수분 유지력이 뛰어나고 조직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한 팬 프라잉이나 구이만으로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태를 만들기 용이하다. 화려한 기술 없이도 결과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이른바 ‘조리 완성도가 높은’ 생선이다.
국내에서도 남해안과 동해 남부, 특히 부산 근해에서 꾸준히 어획된다. 다만 어획량이 많지 않고 대부분 혼획 형태로 잡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렵다. 활어 유통이 까다롭고 대량 상품화가 쉽지 않다는 점도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자연스럽게 소비는 일부 업장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생선이 ‘맛’이 아닌 ‘외형’으로 먼저 주목받았던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지금은 사라진 압구정의 백곰막걸리에서는 달고기를 통째로 구이로 선보였는데, 납작하면서 둥근 독특한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고, 이는 ‘한 번 먹어보고 싶은 생선’이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현재 달고기의 유통 구조를 보면 다소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어획량이 일정하지 않고 대중적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탓에, 일부 물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로 유통되며 학교 급식 등으로 소비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안정적인 소비처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 생선이 지닌 본연의 가치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달고기는 단순히 ‘저렴하게 쓰이는 생선’으로 머물기에는 아쉬운 재료다. 적절한 가공과 조리,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설명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외식 시장이나 프리미엄 수산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소비 방식은 이 생선의 가능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생선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험해보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일부만 알고 소비해온 재료였다면, 이제는 일상적인 식탁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달고기는 생각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생선이 아니다. 간단한 소금 간과 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한 접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낯선 외형 때문에 망설였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편견을 내려놓아도 좋다. 달고기를 구입해 집에서 한 끼 식탁을 차려보는 것, 그 경험만으로도 이 생선에 대한 인식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