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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배 Jun 17. 2021

소중한 만큼 생각하고 적고 남기는 자산관리

살면서 처음으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보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쉬움이 참 많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달관한 사람 같다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인생사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삶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내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외면했다. 절망 속 유일한 탈출구는 일이었다.


매일을 성실히 일하고 일로 즐거우면 되는 ‘현재에 만족하는 삶’으로 채웠다. 성찰·자기계발이 빠진 수많은 일상이 이제와 이렇게 아깝게 느껴질 줄 몰랐다. 당시엔 ‘취미가 일’이라고 얘기할 만큼 일 외의 시간을 내는 데 너무나 인색했다.


주목받고 드러나는 걸 싫어하지만 일에서만은 관종기가 다분했다. 내 기사를 보는 독자가 많길 바라고, 댓글이나 SNS 등의 반응을 부지런히 살폈다.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썼는데 조회수와 피드백이 적으면 빠르게 다른 아이템을 찾곤 했다. 그러다보니 늘 바쁠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재산인데 자산관리를 전혀 안한 셈이다. 글을 쓰는 직업이고, 포털사이트와 회사 홈페이지에서 검색만 하면 기사로 일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 안일하게 생각했다. 개인적 기록이라곤 휴대폰 캘린더에 취재일정을 빼곡하게 작성한 것이 전부였다.


최근 갤럭시 캘린더의 일정 저장이 1년까지밖에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우연히 2년 전 캘린더를 둘러보다가 취재일정이 하나도 안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나마 잘 정리해 둔 기록마저도 몽땅 사라졌다. 부랴부랴 남아있는 작년 일정들은 캘린더를 캡처해 이미지로 저장했다.


‘일정을 다이어리에 적을 걸’ ‘짤막한 일기라도 쓸 걸’ 등 속상함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게다가 또 하나 간과한 것을 깨달았다. 이젠 차곡차곡 정리된 스케줄만 보고도 그날 무엇을 하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다 떠오르는 10~20대 때의 총명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개인의 가치에 관심이 큰 사람은 실천한다. 아주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소소한 일상도 기록하고 스치는 생각을 메모하면서 일 외의 행복을 찾아나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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