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 ~ 2024.12/13)
태백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수많은 터널과 다리를 지나 고생하며 달려온 기차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은 한 도시의 세월을 지배했던 산업의 결과를 보여준다. 자원을 필두로 한 경제와 산업은 조용한 산골 마을의 풍경을 산업에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발전시켰다. 전국에서 이주해 온 많은 노동자들이 거주 편의성을 위해 등반할 엄두조차 안 나는 산골 여러 군데에 아파트를 지었고, 다량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땅을 깍아내고 터널과 다리를 놓으며 철로가 깔렸다. 이곳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들은 전국 가지의 수많은 산업시설로 갔을 것이다.
철도는 도시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산업혁명 초창기 영국에서는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각지로 수송하기 위해 철도를 개설했고, 석탄을 사용해 공장을 돌리고 도시의 밤하늘을 밝혀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동안 노동과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한 지역과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곳에 지나가는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거나 관찰하는 편이다. 대중교통은 주민들의 보편적인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다. 등하교나 노동자의 출퇴근 등 다양한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러 가는가? 태백의 교통은 석탄 산업 그 자체였고, 도시의 모습도 그에 맞춰 형성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한민국 최초이자. 서울의 유일한 화력발전소가 있다. 1929년에 건설되어 80년대 말까지는 석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다. 당시 태백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도 내가 태어나기 전의 우리 동네를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이후 발전소의 원료가 석탄에서 가스와 석유로 바뀌고 나서 이 화력발전소로 석탄을 실어나르던 철도는 폐선 되었다. 태백의 마지막 탄광인 장성동 탄광은 2024년 6월 말에 영업을 종료했다. 탄광의 역사를 뒤로하며 노동자들의 흔적은 점점 없어지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차는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이 실어나른다. 시간이 흐르며 박물관에서 보았던 검은 먼지를 뒤집어쓴 도시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기차는 시민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과거의 영광을 추억한다. 내가 태백을 처음 방문할 때는 2024년 6월 초 태백시 마지막 탄광인 장성동 탄광이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도시의 곳곳을 지배했던 거대한 시설과 화물열차는 더 이상 숨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다.
한 도시의 많은 것을 상징했던 산업구조가 바뀌어가는 시점에 방문한 태백에서 세월 속에 쌓인 검은 먼지를 달리는 기차와 버스를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