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정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 개인전 전시 리뷰
전시장소
뮤지움209 (송파구 잠실로 209 소피텔 앰버서더 3F)
전시기간
2024.5.10-10.29
어떤 전시이던 도슨트와 함께 관람하면 이해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겠다. 게다가 어떤 도슨트인가에 따라 집중의 깊이도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목소리와 화법은 도슨트나 오디오북, 유튜브 시청과 심지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 등 모든 경우의 몰입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채보미 도슨트(봄샘)는 원베일리 커뮤니티를 계기로 인연이 되었다. 내가 디자인한 공간에 전시된 그림을 위한 도슨트 인연으로 만났다. 요즘 무수히 많아진 전시를 전부 볼수는 없지만 전시컨텐츠도 기대되었고 게다가 봄샘의 도슨트라 믿고 갔다.
봄샘이 진행하는 마지막 도슨트 타임 초대라니 이날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봄샘은 도슨트로서 딱 제격인 목소리와 화법을 구사한다. 아나운서 톤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집중이 잘되기도 하고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더해진 재미있는 해설 덕분에 작품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이미 원베일리에서 목격했고 그덕에 믿고 왔지만 말이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의 투어시작.
봄샘의 첫 질문은 이랬다.
“여러분은 퇴근 후 뭐 하세요?
넷플릭스 보시나요?
페레리카는 매일 만화를 그렸어요.”
건축가였던 그녀는 매일 퇴근 후 만화를 그렸다. 뼈 때리는 질문이자 뼈 맞는 답이었다.
(앗, 나는 퇴근 후 뭐 하더라?)
취미가 직업이 되고 유명세를 떨칠 만큼 그녀는 퇴근 후 일상을 빛나는 시간으로 가득 채웠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던 그녀의 그림들은 건축가 출신답게 건축에서 많이 다루는 선이 많다. 직업에서 몸에 밴 건축적 스킬과 그녀가 좋아해서 취미로 그린 만화적 요소가 혼합은 일러스트로써 마침내 그녀만의 화풍으로 완성되었다. 그렇게 그녀만의 스타일이 된 일러스트 작품들은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다.
페데리카의 그림은 대체로 맛있다.
따뜻하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다.
멍 때리며 자세히 보면 힐링될 거 같은 그림이다.
그러다 마침내 그림 속으로 풍덩 빠질 거 같다.
함께 투어 중이던 바로 옆 관람객이 지인에게 불쑥 건네는 대화가 들렸다.
“아, 그림이 따뜻해”
나도 막 그런 감정이 드는 순간이라 가슴에 콕 와닿았다.
들킨 건가? 훔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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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모든 그림은 건축가 출신답게 건축에서 설계도면에 주로 사용되는 선을 기본으로 다루었고 그녀를 상징하는 캐릭터조차 머리카락 5개의 선과 배경의 가로선 등으로 표현했다. 이 캐릭터는 그녀가 그리는 그림처럼 따뜻하다.
자세히 보면 더 재미있고 따뜻한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그림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따듯함이 가슴에 한가득!!!
작가는 건축가 출신이라 자꾸 나에게 감정이입이된다. 나도 선을 주요 테크닉으로 사용하는 일을 한다. 그림을 배운적없지만 감각이 무딘것도 아니다. 조금씩 구림을 그렸던 적도 전시를 해본적도 있었다. 다시 꿈틀거리는 욕망!
오늘 작가는 나의 역린을 건드린것 같다. 다시 해보자 나도.
퇴근 후 나는 뭐하지?
그림을 그리자.
미술관 전시글에서 빌려온 글
‘Federica Del Proposto: Extra + Ordinary Journey’는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으로 170여 점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Ordinary (평범한)’에 “Extra‘가 더해져 특별한 이라는 뜻이 되듯이 여러분들의 일상에 이번 전시가 더해져 각자의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가는 촉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Federica Del Proposto)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터와 달리 저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독학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케이스입니다. 물론 건축을 공부하면서 드로잉을 많이 배우긴 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 예술‘이라는 개념의 드로잉은 아니었어요. 건축 드로잉은 기술적이고 굵기의 변화 없이 깔끔한 직선을 주로 사용합니다.
재학 당시 취미로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단편 만화를 그렸었는데,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웹만화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어요. 이 경험을 통해 습득한 풍부한 표현력은 건축을 통해 배운 깔끔한 선이라는 상반된 성향과 만나 제가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에 정착했을 때 독특한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새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그림의 따뜻함과 섬세함은 아쉽지만 실물을 본 기억과 오버랩할수 밖에…
다행이 도록을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도록의 구성이 만족스럽다. 작가 특유의 화풍은 인쇄색감으로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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