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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나를 '몰빵'하고 있을까?

자존감도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by 김현재

우리는 투자에 관해서라면 꽤나 신중하다.

모든 자산을 한 곳에 넣는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금융 포트폴리오를 짜고 분산투자를 한다.

일부는 예금 같은 안전자산

일부는 주식이나 코인 같은 고위험 고수익 자산

거기에 부동산이나 채권, ETF까지..


그런데, 자존감은?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자존감을 하나의 항목에 몰빵한다.

성과, 외모, 타인의 관심, 투자 등등...

문제는, 그 자산이 하루아침에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자존감은 어디에 투자되어 있을까?

지금 내 자존감을 구성하는 항목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성과, 관계, 수입, 외모, 인정, 회복력, 취미, 여유 시간…이 중에 나는 무엇에 가장 반응할까?어떤 영역이 무너지면 가장 깊게 흔들릴까?



심리 포트폴리오의 기본: 분산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재테크에서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단 한번의 성공, 하나의 역할 에 나를 전부 걸면 안된다.

일이 안 될 때, 실패했을때, 나를 지켜줄 감정 자산이 필요하다.

관계가 흔들릴 때, 나를 붙잡아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분산되지 않은 자산 구조는 탄성을 가지기 어려운것 처럼,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은 단단한 마음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에서 나온다.




우리는 스스로를 한 줄로 정의하는 데 익숙하다.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야.”
“나는 똑똑한 사람이야.”

이렇게 스스로를 간결하게 정의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고 스스로도 명확한 방향성을 갖게 된다.


이는 최근 강조되는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만들고, 스스로의 가치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해주기에 분명 유용한 도구이다. 타인의 기억 속에 나를 분명히 각인시키고, 또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한 줄 정체성’이 곧 ‘나 자신’이 되어버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흔히 벌어지는 실수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상품(product)'으로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상품은 '판매'를 위한것이다. 소비자, 즉 타인의 평가와 관심을 얻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설정한 그 한 줄 정의가 타인의 시선에서 만족스럽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적이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흔들리고 무너지게 된다. 스스로를 상품으로 여기게 되면, 타인의 평가가 곧 나의 가치 전체가 되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한 줄 정체성'이 가진 가장 큰 함정이다.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 줄로 나를 정의하고 브랜딩을 하더라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중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브랜딩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가진 여러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것이다.


한 줄로 정의된 정체성은 쉽게 기억되지만, 동시에 쉽게 무너지기에.

자신을 한 가지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말자.

당신은 '한 줄'보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존재다.

한 줄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체성으로 자신을 분산할 때, 당신의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Q1.지금 내 자존감은 어디에 가장 많이 투자되어있나요?

Q2.나의 '한 줄 브랜딩' 뒤에 숨겨진 다른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PS. 다음화 부터는 본격적으로 심리적 안전자산부터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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