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조(鳥) 이야기
2004년, 나는 까마귀에게 빵을 빼앗긴 적이 있다.
일본에 처음 온 그 해 여름, 나는 시나노마치(信濃町)에 있는 '인터컬트'라는 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이케부쿠로(池袋)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간 이타바시(板橋)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시나노마치까지는 약 3~40분 정도 소요됐던 걸로 기억한다. 늘 덴샤(電車, 전철)에서 이상한 우동냄새같은 냄새로 가득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덴샤를 타면 토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 수업이기에 아침밥을 편의점 음식으로 때웠다.
빵이나 삼각김밥과 빅 사이즈 딸기 우유를 역 앞 편의점에서 구매하여, 빵이나 삼각김밥은 걸어가는 길에 흡입하고, 딸기 우유는 빨대를 꽂아 수업시간 내내 허기지지 않게 조금씩 마시는 생활을 했다.
초반 일본 생활 3개월간은 매일 아침을 이렇게 때웠다.
그날은 시나노마치 역에서 어학원까지 멜론빵을 먹으며 등교 중이었다.
"까~악"
까마귀가 쓰레기 더미에 앉아 봉투를 찢어 음식물을 찾고 있었다.
까마귀를 가까이에서 보면 상상 이상으로 큰 부리와 몸집에, 그들을 피해 멀리 떨어져 걷게 된다.
살찐 비둘기보다도 훨씬 더 크고, 특히 부리가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비둘기가 중형견이면 까마귀는 대형견 같은 느낌.
비둘기도 극도로 싫어했던 터라 까마귀가 내 머리 위로 날면 벼룩이 떨어질까 싶어,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멜론빵을 크게 베어 먹고 있었다.
한 1/2 정도 먹었을까.
쓰레기 더미에 있던 까마귀가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수직낙하!
멜론빵을 낚아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내 손에 멜론빵 봉지만 남겨놓은 채.
"이런 절도조(鳥) 같으니라고!"
그리하여 그날 나는 소중한 멜론빵을 도난당하고, 딸기 우유 하나로 점심까지 버텼다.
오늘 덴샤를 기다리다가 내 앞을 유유히 걸어가는 까마귀 녀석을 보고 있자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까마귀의 나라 일본은 좋아하지만, 까마귀는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