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출퇴근 지하철
일본의 출퇴근 지하철은 유독 한국보다 심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못 앉으면 아쉬웠던 정도라면,
일본에서는 살갗이 서로 닿지 않는 정도라면 괜찮다고 느끼는 정도.
※무슨 선(線)이냐에 따라 다름. 내가 이용하는 오다큐(Odakyu) 선은 일본에서도 출퇴근 시간에 유독 붐비는 지옥의 덴샤(電車, 전차: 지상으로 다니는 전철)라고 한다. 편의상 '지하철'로 통일하겠음.
비유가 될 진 모르겠지만,
지하철에서 가끔 너무 부대끼고 숨을 쉴 수 없고,
내 코앞에 있는 이의 정수리 냄새가 내 코를 찌를 때,
난 내 몸을 맡긴다. 마음을 가다듬고 세뇌를 시킨다.
나는 면봉이다...
라고.
개인적인 세뇌 법이라 소개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의외로 출퇴근 시간의 만원 전철이 덜 힘들기 시작했다.
사실, 면봉 통에 있는 면봉은 숫자가 적을수록 몸이 기울어져 더 힘들다.
일본의 지하철도 그렇다.
살갗이 닿는 찝찝함은 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손잡이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심하게 덜컹거릴 때는 다른 사람이 내 발을 밟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름에도 워커를 신어야 하나 싶었다.
어설프게 사람이 많은 지하철은 정말 너무 힘들다. 어설프게 붐비는 시간대 9시 10분경.
그래서 나는 출근시간을 조금 앞당겼다. 8시 45분으로.
빡심을 각오한 채 만원 전철에 비집고 들어가는 순간!
나는 면봉!
'어랏? 의외로 편하다..'
꽉 껴있는 면봉 통의 면봉들이 올곧게 서있는 것처럼,
꽉 찬 지하철의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와 서로에게 몸을 맡긴 채,
흔들리는 지하철에도 굴하지 않고 표정은 그렇지 않았지만, 몸은 비교적 편안해 보였다.
나는 모르는 타인의 어깨와 등, 가방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