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여행하듯 살아가기 위한 방법
전 세계 50개국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행한 남편,
전 세계 7개국 패키지여행, 가족과 패키지여행, 친구와 맨해튼 여행, 신혼여행이 끝인ㅋㅋㅋㅋㅋ
욜로녀(나).
대신 나는 일본에서 8년 8개월(2004.01~2011.09), 그리고 3개월. 총 8년 11개월(약 9년)을 살았고 살고 있다.
가끔 우리는 '여행'에 대해, '여행'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곤 한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異) 문화에 녹아있었던 것뿐이지,
여행을 해본 경험은 서유럽 여행 패키지 14박 15일간, 가족과 코타키나발루 4박 5일, 맨해튼 10일, 신혼여행으로 쿠바, 칸쿤 14박 15일이 전부다.
남편에게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찾아감'이라고 한다.
나에게 여행은 '탈출'이었다. 일상의 지겨운 루틴에서 '벗어남'이었다.
그래도 개중에 신혼여행으로 간 쿠바, 칸쿤과 친구와 함께한 맨해튼 10일은 패키지의 사진 찍기 관광식 빠듯한 일정이 아니라, 사과 한 조각 베어 물며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고, 쿠바의 노천 라이브 카페에서 맥주 마시며 어깨를 들썩이는 여유를 즐겼던 '여행다운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여행력의 대부분은 패키지여행이었다. 패키지여행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 즐거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2주간의 패키지여행 중 찍은 사진은 1TB 짜리 하드 디스크가 가득 찰 정도였고, 나름 패키지 일원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 했다.
귀국한 후에도 패키지여행을 같이 했던 동년배 친구들과 2~3회는 만나며 여행을 추억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더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친구는 사귀기 힘들다는 말에 실감했다.
각자의 생활에 치이면 치일수록 기존의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아무튼 나에게 여행은 패키지여행이든 자유 여행이든 '탈출'이었음에는 틀림없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서워, 여행 후반에는 우울함마저 찾아왔다.
그렇다면 삶을 여행처럼 즐길 수 없을까? 나에게도 타 지역으로의 여행이 '벗어남'이 아닌 '찾아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여행하듯 살아간다는 것
불가능한 것일까?
그래서 현재 내가 사는 곳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여행하듯 살아가기'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상상해본다.
계절별로 국내에서도 꽤 많은 축제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내가 얼마나 집-일, 집-일 해왔었는지 과거 사진을 찾아보다가 느꼈다.
사실 집순이, 히키코모리가 너무 편하고 좋다. 낯선 곳에서 긴장할 일도 없고, 릴랙스 상태의 기분 만끽.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침대에 누워 TV보기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지...
주제가 '여행하듯 살아가기'이기에 일단 이 모든 유혹들을 떨쳐보낼 각오로 나는 '나만의 일상 여행 코스'를 짜 보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강아지 없는 혼자 또는 남편과 둘이서의 일상 여행임)
・1일 일상여행(9/15) : 회사에서 나와 시부야에서 혼술
・2일 일상여행(9/16) : 에비스 근처에서 에비스 맥주 마시며 걷기
・3일 일상여행(9/17) : 남편에게 신유리가오카 이자카야에서 일본어로 주문하기를 주문 - 돌아오는 길에 센코 하나비(여름 끝자락의 로망)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테지만, 퇴근 후에 아무데서나 내려보자.
길거리 음식이라도 하나 먹고 가면 기분전환이 된다.
퇴근 전 10~20분 정도 서치하고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한 달에 4번 정도 나는 아무데서나 내린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야근이 없는 날만 해봤는데 나름 재미있더라. 굳이 사진 찍기 위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익숙해져 버린 일상과는 '다른 느낌'이 때로는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집까지 가는 덴샤 사이의 역에 내리기부터,
집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역에 내려보기까지.
일본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 참고하고 있는 주변에 있는 핫플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발견했는데,
참고 많이 하고 있는 중.
(내가 참고하는 곳은 TOKYO이지만, 한국 분들이 읽으실 테니 SEOUL 링크를 붙여드림)
앱도 있더라.
사실 매주 한 번 새로운 곳 찾아가기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아무데서나 내린 다음에 내 위치에서 주변 둘러보고 이 히어나우라는 어플에서 소개하는 매장을 잠깐 들러가고 있다. 사실 회사 근처가 시부야이기 때문에 시부야 주변 식당은 몇 번 갔었는데, '아무데서나 내리기' 실천을 더 자주 해볼 생각이다.
리얼리티 방송을 좋아하는 욜로녀는 가끔 '인생극장'이나 공중파 채널의 리얼 다큐를 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간접 경험한다.
'이웃집 찰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꽃보다 청춘' 등도 그런 타인의 삶(+외국)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요즘 노래하는 코트의 코너 중 하나인 '타인의 삶'을 보고도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빠져있는 추천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효리네 민박', '나혼자 산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 낯설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에 여행하는 기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쓰다 보니 조금 비약처럼 느껴지기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대학원 다닐 때, 디자인 경영 수업 중에 '통찰'과 '아이디어'를 위한 트레이닝 중 '낯설게 보기'라는 항목이 기억에 남는다. 익숙하고 편리한 것들에 길들여져 불편함을 모르고 살아갈 때,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낯설게' 보고 접근하는 방법론인데, 사실 그다지 실천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 떠난 타지에서의 그 '낯섦'이라는 것이 가장 설레는 부분이고 '여행하고 있다'라고 실감하게 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매일이 여행이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여행한다는 착각(세뇌)으로 텐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리얼 개인주의(피해 안주는 범위 내에서)와 '가족이 함께하는 욜로'를 위한 조율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아무데서나 내리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며 여행하듯 살아가자!
물론 무언가를 '낯설게 보기'는 매일같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