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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Jul 17. 2017

재택근무과 출퇴근의 장단점

일본에서 주 3 출퇴근 주 2 재택근무 중

2주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원래 18일에 입사하기로 했던 욜로녀는,

그때까지 하려고 했던 생필품과 가구 구매, 조립, 배치 등을 6월 말일 경까지 다 해치워 버렸던 탓에

그다지 할 일도 없고, 어차피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이럴 바에 일찍 입사해서 월급 받으며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

3일부터 입사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는 답변을 받아,

바로 출근!


그런데 말이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할 일들에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깨보니 집에서도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회사는 chatwork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업무 공유를 하고 있는데, 그게 말이지 밤늦도록 알람이 울린다.


웬만한 슬렛은 죄다 알림 차단을 했지만, 약간 완벽주의에 결벽증이 조금 있는 욜로녀는 알림이 오면 빨갛게 애플리케이션 위에 뜨는 동그라미 표시를 지우고 싶은, 일종의 '병'이 있어서,


밤늦도록 빨간 동그라미를 그냥 놔둘 수가 없기에 다시 노트북 전원을 켜고 처리하기도 한다.


주 3 출근, 주 2 재택이지만, 재택은 정말 장소만 바뀌었을 따름이지 테이블을 떠날 새가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내 개인사업은 뒷전으로 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주문이 오면 발주하고 직배송해주는 게 다이다. 상품 등록은 멈춘 지 오래. 점점 고객 수도 줄어들어가는 기분... 그래도 꾸준히 아이템을 구매해주는 손님들이 계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튼 오늘은 2주간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근무와 출퇴근 근무의 장단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재택근무는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된다.

출퇴근 근무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재택근무는 씻을 필요가 없다.

출퇴근 근무는 씻고 화장을 해야 한다.


재택근무는 집안일을 병행할 수가 있다.

출퇴근 근무는 화장실가기도 눈치 보인다.


재택근무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몰두할 수 있다.

출퇴근 근무는 이어폰 꽂고 있어도 다들 열일하는 공기 자체가 숨 막힌다.


재택근무는 만원 전철에서 해방될 수 있다.

출퇴근 근무는 이미 출퇴근 시간에서 체력이 방전된다.


재택근무는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

출퇴근 근무는 외식을 하거니와 MSG 때문인지 점심식사 후 엄청난 졸음과 싸워야 한다.


재택근무 중에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출퇴근 근무는 그렇지 못하다.


재택근무는 편한 옷을 입고 할 수 있다(노 브래지어).

출퇴근 근무는 그렇지 못하다.



재택근무의 좋은 점에 대한 출퇴근 근무의 안 좋은 점을 열거했다면, 반대로 재택근무의 안 좋은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재택근무는 '텍스트'로만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에 제대로 전달이 안될 경우가 있다.

출퇴근 근무는 말이 안 통하면 바로 상대에게 직접 이야기하기 용이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미팅 이외에 회사 내 대화가 거의 없다.


재택근무는 에너지 비용이 고스란히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 그래서 한여름 에어컨을 종일 틀어놓을 수가 없으니, 11시부터 3시 사이 상당히 덥다.

출퇴근 근무는 출퇴근 시간만 제외하면 쾌적하게 업무를 할 수가 있다.


재택근무는 집안일 중에 자꾸 해야 할 일이 떠올라 집중이 분산될 수가 있다. 그런데 그럴 새가 없다.

출퇴근 근무는 집중은 둘째치고 비교적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편이다.


그밖에 출퇴근 근무의 장점은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이 더 많은가 보다.


사실 업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인터넷 사업의 대부분은 회사에 나가는 의미를 모르겠다.

미팅이나 회의 참석은 시간을 따로 정해서 그 날만 출근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회사(외주 계약직인데 자꾸 '우리' 회사라고 하기 껄끄럽지만)는 최근 'FREE출근제'를 도입 예정이다. 5월에 한 번 시범운영을 했는데 의외로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월급을 낮추며 주 3일 출근하는 계약을 하여, 주 2일도 이렇게 재택근무를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FREE출근제+정사원이라니... 갑자기 이 회사와 처음 맺었던 계약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기 힘들어졌다.

이직 준비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도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 4개월 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성과를 안겨주자.

이직을 하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게끔!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기대치 허들이 겁나 높지만 말이다.


나는 사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지, 그들에게 평가받을 생각은 없다. 안 그러면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삶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욜로스러운 생활을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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