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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Sep 02. 2018

소소하고 확실한 직장생활의 행복

일본 오피스 라이프와 워라밸

일본에 다시 온 지 1년하고 3개월, 

새 직장에 다닌 지 약 넉 달 남짓.


업무시간에는 치열하게 바쁘지만, 야근은 평균 하루 30분(야근수당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야근을 하지 말자는 주의)에 비교적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직장 생활 속에서 완벽한 ‘워라밸’을 만끽 중이다.




겉으로 자유로워보이는 곳은 실상 자유롭지 못하고,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는 곳이 포근하다.


최근 주5일 출퇴근의 루틴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매일 그 루틴 속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출퇴근 시간을 보내고 있다.


1. 출퇴근 루틴

강아지가 5시 40분 정도부터 깨우기 시작하여, 나는 버티고 버티다가 6시에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강아지 밥을 주고, 커피를 내리면서 핸드폰으로 음악을 튼다. 음악의 장르는 주로 '하와이안 뮤직'

아침부터 시작되는 폭염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고, 강아지의 짧은 산책 겸 작은 뒷마당에서 커피 한 잔.


그리고 마음 속으로 '난 행복하다!'고 진심을 다해 세 번 읊는다.

그러면 출근 준비의 시간 동안, 꽤나 긍정적인 파워를 갖고 만원전철을 견뎌낼 있게 된다.


아침으로 과일 주스를 한 잔 갈아마시는 것도, 

근처 역에 조금 일찍 도착해 버커킹에서 커피 한 잔하는 것도,

전철 안에서 오디오 클립을 듣는 것도, 

긴 도보 시간 밝은 음악을 듣는 것도,

최근의 루틴이 되었다.


2. 평균나이 47.5세

이직한 회사는 평균나이 47.5세의 아저씨 회사다.

남녀 8:2 정도의 성비로 남성중심 회사다.


겉으로 보기에 꼰대들이 많을 것 같고,

지금 망하지는 않을테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더이상 흥하지는 않을 것 같은 회사다.

몇 개월 지내 본 감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고집있지만 온화한 느낌의 이공계 아저씨들이 적당히 열일하는 공간'


남성은 셔츠와 구두, 여성은 민소매 안되고, 스니커나 운동화, 모자 착용이 안되는 곳이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고, 업무시간에는 자리에서 밥을 먹으면 안되며,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지 못하는 등의 규율도 있다.


디자인 회사나 광고 대행사 같은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정도만 지켜준다면 기본적으로 일만 잘한다면 노텃치.


관리직이 평사원보다 야근이 잦으며, 관리직부터는 노동조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야근 수당이 나오지 않는 대신 급여는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나는 관리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관리직을 희망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저 스페셜리스트로 인정을 받기만 한다면 지내기는 수월할 것 같다.



3. 흡연실이 없는 환경

반전이었다.

회사 건물 내에 흡연실이 없었다.

어쩌면 이 또한 굉장한 혁명일 수 있겠다.

아저씨들이 주류인 이 곳에서 흡연실이 없다니.


4. 노 회식 노 강요

회식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특별한 일이라고 한다면, 누군가 새로 들어왔거나 팀이 바뀌거나, 

장기 출장 갔던 팀원이 본사로 돌아왔을 때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삼삼오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정시퇴근 후 잠시 한 잔하고 가는 정도이지만,

전혀 강요하지 않는 문화이다.


사실 나는 그 어떤 회사에서도 회식을 강요하는 문화를 겪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티비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회식 술자리 문화는 도대체 어떤 직종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건지도 조금 궁금하다. 나와는 다른 세계.


5. 소소하고 확실한 직장의 행복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PC모니터를 켜고 커피 한 모금하고 잠시 눈감고 있는 순간. 

프린트물 찾으러가다가 이따금씩 한 숨 돌리며 수다떠는 그 순간.

점심 시간에 자리로 돌아와 잠깐의 명상을 하는 그 때.

퇴근 1시간 전부터 계속...

그리고 금요일 하루 종일.


이렇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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